[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 사찰'로 피해를 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게 지급한 국가배상금을 사찰에 관련있는 공무원들이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1일 국가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3명을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다졌다고 발표했다.
 
재판부는 이 전 지원관이 1억5900만 원,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전 조사관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 각각 6300만 원을 국가에 낼 것을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형사사건을 뺀 상고심 사건에서 원심판결이 법을 위반하거나 부당하게 판단된 경우 등의 특정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더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를 뜻한다.
 
앞서 1심과 2심은 이 전 지원관과 이영호 전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 등 7명이 국가에 총 6억38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바 있다. 이중 이 전 비서관은 최다 금액인 2억2300만 원을 국가에 낼 것을 판결 받았다. 다만 이 전 비서관 등 4명은 상고를 하지 않아 2심에서 판결이 다져졌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자신의 블로그에 이 전 대통령을 풍자한 '쥐코' 동영상을 게재했다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방위 불법 사찰 과정에서 강요와 압박을 받아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회사 지분을 헐값에 처분했다.
 
이에 김 전 대표와 그 가족들은 2011년 국가와 이 전 지원관 등 7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6년 국가가 김 전 대표 등에게 5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국가는 이 판결에 따라 2016년 5월 김 전 대표에게 지연손해금을 보태 총 9억1200만 원을 배상했다. 그에 따라 국가는 불법행위를 한 공직윤리지원관실 공무원들이 이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국가공무원들로 민간인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음에도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해 김 전 대표에게 정신적 손해를 가했다"며 "고의의 불법행위에 해당함은 명백하다"고 봤다.
 
하지만 "불법행위의 외형이 개개인보다는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진 행위에 가깝다고 보인다"며 이들에게 그 책임 전부를 부담하게 하긴 까다롭다며 구상 범위를 배상액의 70%로 한정했다. 불법행위 계획 수립·실행 과정에서의 기여 정도와 이들 사이의 지휘체계 등을 염두에 둬 부담 비율은 5~35%로 각각 배분했다.
 
2심도 "이 전 지원관이 다른 이들과 공모해 인터넷, 반정부집회 등으로 확산된 반(反) 대통령·정부 여론 차단을 주된 업무로 추진하고 그 세력의 자금원을 찾아내 차단하는 조치의 일환으로 김 전 대표에 대한 내사를 한 다음 대표직을 사임하고 지분을 매도하도록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1심과 동일하게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