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 금호 동반부실 우려


지난 11월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대우건설의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전체 지분의 72.11%를 6조 4,255억 원에 매입함으로써 경영권을 확보하고 건설부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고 밝혔다. 최근 타이어와 석유화학 부문이 저조한 영업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번 인수로 다양한 계열사 간에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며 고무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물론 장기적인 플랜에 따른다면 고성장과 이익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바꿔 말하면 기대하고 있는 시너지 효과는 ‘언제’, ‘어떻게’라는 기대와 동시에 의문을 낳기도 한다.


신훈 금호아시아나 건설부문 부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두고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로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내수부문은 물론 최근 금호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베트남 진출 사업을 의식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금호건설은 이미 베트남 호치민에 2억 6,000만 달러를 투자해 금호아시아나플라자 건설을 시작,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도 빈증성의 산업단지에 타이어공장 기공식을 가졌으며, 금호렌터카 역시 베트남과 합작회사 형식으로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로 해외영업 강화
그렇다면 대우건설의 인수가 금호산업의 베트남진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동안 대우그룹이 베트남 현지에 쌓아올린 실적과 우호적인 이미지가 그 답이다. GM대우가 내놓은 차량과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가전제품들은 베트남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대우컨소시엄(대우ㆍ코오롱ㆍ경남ㆍ동일ㆍ대원)이 주관하고 있는 하노이 신도시 개발사업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구상한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우건설의 인수는 계열사의 베트남 진출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금호그룹에 든든한 ‘대우후광’으로 작용한다.
금호그룹은 국내 건설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대우건설 인수 후에도 국외사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역시 국외 건설사업은 금호와 대우건설을 경쟁시켜 비용을 최소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을 밝힌 바 있다.
신훈 건설부문 부회장의 대우건설을 독립된 법인회사로 존속시키고 브랜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 역시 이러한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대우건설이 가진 브랜드파워는 물론, 대우건설의 독자경영체제 아래에서 금호그룹의 계열사가 얻는 시너지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인수의 시너지 효과는 해외사업부문 외에도 크게 영업·재무적 측면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증권의 전현식 연구원은 영업분야의 시너지효과에 대해 “금호측이 이미 밝힌 대로 대우건설이 별도의 법인으로 유지된다고는 하지만, 한 울타리 안에 공존하는 관계이므로 입찰정보 교환과 낙찰지원 등을 받아 다른 업체와의 경쟁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적 시너지 효과 역시 “대우건설은 현금유동성이나 자산가치가 금호건설보다 높은 기업으로 금호의 부족한 측면을 충분히 채워줄만한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는 시기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측면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안정적인 이익 창출은 점진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동반부실 위험 없을까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얻기 전에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 첫째로 대우건설 매입에 따른 과도한 투자로 안고 있는 재정적 부담이다. 이번 출자과정에서 금호산업은 자기자본의 165.8%를 투입했다. 이전부터 지적되었던 ‘과도한 인수비용 투입이 동반부실로 연결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1988년 대한항공이 독점하고 있던 민항사업 부문에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출범시킨 이후 석유화학분야 등 비약적으로 사업을 확장시키면서 재계 10대 그룹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경영은 결국 1988년 외환위기 당시 심각한 재정악화를 불러일으켰다. 같은 해 금호석유화학 카본블랙 사업부를 매각한데 이어, 중국 톈진의 금호타이어,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사업부 등을 연이어 매각한 것이다. 계열사는 전체 32개사에서 절반인 16개사로 줄어들었다. 금호그룹은 5년간 긴축경영과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부채비율을 줄이고 계열사 흑자를 기록한지 2년이 채 지나지 않는다.
외환위기 당시 무리한 확장경영으로 재정악화와 구조조정의 뼈아픈 경험을 가진 금호그룹이기 때문에 대우건설이 ‘확실한 실탄’임에도 한편으론 염려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 그 때문이다.
재무부담에 따른 동반부실 가능성을 두고 금호아시아나 홍보실 관계자는 “이미 박삼구 회장이 밝힌 대로 투자의 40%는 금호측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차입’의 형태가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한 것으로 우리에게 심각한 부담요소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호산업의 경우 최종 인수가액과 지분이 애초의 예상치를 각각 4,446억 원, 4.2%가 늘어나 또 다시 추가 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증시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전현식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최근의 금리동향이 4~5%대로 저렴하며, 대우건설의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이 차입액과 그에 따른 이자부담보다 많다”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2007년부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 점진적 재무구조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임직원 간의 조화와 분위기 쇄신도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지금껏 금호그룹과 차이를 보였던 기업문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미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임원 교체설’ 등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결국 성장의 동력이 되는 인재들의 융합이 중요한 문제해결의 핵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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