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VS 국세청 법정공방 제1탄


200억원을 둘러싸고 국세청(서울지방국세청 삼성세무소)과 SK케미칼이 벌이는 법정공방이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송은 현재 2심에 계류 중이며 지난 2005년에 있었던 1심에서는 피고 측인 SK케미칼이 승소했다. 2심 공판은 이달 중순 열린다. 법정공방의 핵심은 200억원을 세금으로 봐야 하느냐는 것이지만, 사건을 둘러싼 여러 정황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어 2심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이 소송은 지난 2003년에 처음 시작돼 4년째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으며, SK 케미칼 쪽에서는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 에 사건을 수탁할 정도로 소송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 사건과 관련된 내막을 집중 연재한다.



국세청과 SK 케미칼이 벌이고 있는 소송의 발단은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소송의 원래 피고는 지난해 11월 SK케미칼에 합병된 동신제약이다. SK 케미칼이 동신제약을 합병했기 때문에 동신제약이 가지고 있는 모든 법적인 권한, 채무 등은 SK 케미칼이 가지게 된다.

동신제약은 지난 1998년 IMF 여파를 받았던데다 계열사(골프장)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결국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부도가 났다.

사건의 경과는 이렇다. 98년 1월에 동신제약은 평화은행에서 46억원, 한외종금으로부터 128억원을 대출받았다. 동신제약의 대표이사였던 유영식 전 회장이 골프장 건설을 위해 돈을 대출받은 것이다. 당시 유 전회장은 IMF로 인해 돈을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제조업인 동신제약을 주채무자로 하고 자신이 100%지분을 가지고 있던 또 다른 계열사인 동원산업의 빌딩 2개(서울시 강남구 소재)를 대출담보로 제공했다.

즉 동신제약이 은행으로부터 빌리는 돈에 대한 보증을 동원산업이 선 셈이다.(표 참조)

당시 대출을 해줬던 은행이나 채무자도 동원빌딩 2채가 482억원(98년 한국감정평가원 평가) 정도를 호가한다고 판단하고 이는 보증금을 포함한 부채 212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차액(270억)이 채무액 174억원을 갚기에 충분하다고 봤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골프장을 만들던 동신레저가 대출 3개월만인 4월에 부도가 났고 주채무자였던 동신제약도 4개월 뒤 부
도가 발생한 것.

때문에 돈을 대출해줬던 한외종금과 평화은행은 동원산업 소유의 빌딩을 법원에 강매신청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강제경매에 들어갔으며 두 빌딩은 421억에 팔렸다.

결국 동원산업은 동신제약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174억원 때문에 자사의 빌딩을 팔게되는 피해를 입은 셈이다. 물론 두 회사의 오너는 같은 사람이었으나 법적으로는 2개의 법인이다.

국세청 쪽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동원산업이 동신제약에 대해 구상권(국세청 압류)을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동원산업이 빌딩을 매매하면서 생긴 양도차익(매도가 421억원-매입가 142억원) 279억원에 대한 양도세 147억원과 양도세 체납이자 48억원을 동신제약이 대신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상권 존재하느냐가 관건

결국 이 사건은 국세청이 주장하는 구상권이 두 회사간에 존재하느냐는 것으로 귀결된다.

구상권이란 A라는 주체가 B라는 주체에 돈을 빌리기 위해 C라는 보증인을 내세웠는데 이후 빚을 변제할 능력이 없어진 A의 채무를 C가 대신 갚아 줄 때 C가 A때문에 입은 피해를 A에게 청구할 수 있는 일종의 손해배상청구권이다.

국세청은 이러한 논리에 따라 부도난 동원산업(C)이 동신제약(A)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동신제약에 손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SK 케미칼 쪽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쪽에서는 애초부터 구상권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앤장’은 재판부에 제출한 참고문에서 “동원산업의 주식을 매매하는 계약서에 동원산업 전부를 보유하게 되는 김세현 (동신제약 전 대표이사)이 174억원의 채무를 승계하겠다고 한 것은 결국 174억원의 손실을 동원산업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겠다는 의미”라며 동신제약이 동원산업에 어떠한 물질적인 책임이 없음을 주장했다.

1심에서는 재판부도 “유 전 회장이 빌딩을 담보로 제공한 것은 결국 빌딩을 팔아 대출금을 상환할 목적이었다고 보인다”며 “동신제약과 동원산업 사이에서는 채무의 이행책임을 동원산업만이 부담하며 피고 회사는 이를 부담하지 않기로 하는 취지의 ‘명시적 내적 묵시적 양해’가 있다고 보이므로 동신제약은 동원산업에 대해 공동보증인으로서의 구상의무 역시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심 공판은 4월 중순에 예정돼 있다.


난감해진 ‘SK케미칼’

현재 SK케미칼은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지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이미 동신제약 주식의 상당부분을 인수해 합병 전 단계에 들어갔던 SK케미칼이 두 회사간에 구상권이 존재했다면 과연 순조롭게 M&A가 이뤄졌을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SK케미칼이 2001년 동신제약을 인수할 때 금액이 116억원이었는데 200억원을 세
금으로 낸다면 인수금액보다 내야 할 세금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합병시 SK케미칼 임원으로 영입된 전 동신제약 임원과 98년 당시 동신제약을 인수했던 김세현 전대표이사 간의 법정공방까지 얽혀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동신제약의 비자금 조성의혹까지 나온다. 그리고 현재는 김 전 대표와 SK 케미칼간의 도덕성 시비까지 불거지고 있다. 또한 재판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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