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지 상한가 친 이유?
LG가(家) 3세이자 주식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구본호씨가 모기업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해당기업의 주가가 연일 상종가를 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특히 이 기업이 구본호씨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며칠간이나 상승세를 멈추지 않아 주식시장에서 익히 알려진 구씨의 명성(?)을 실감케 했다.
구씨는 30대 초반의 나이로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둘째 동생 구정회 범한종합 물류 창업주의 3남 구자헌씨의 아들이다. 구본무 LG회장의 사촌동생인 셈. 구씨는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려 ‘재테크의 귀재’로 불려왔다.



지난달 중순 증권가에서는 구본호씨가 투자한 ‘액티패스’의 등기임원인 소민재씨가 브리지솔루션그룹인 비에스지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비에스지의 주가가 지난 3월 15일부터 상한가 5차례를 포함, 7일간 107.4%나 폭등했다. 이 기간 중에 비에스지 주가는 장이 열리면서부터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하면서 이틀 연속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평소 거래량인 100만주에 비해 10%에 불과한 8만여주만이 거래됐으며 상한가 매수주문이 한때 2,000만주나 되는 이상 과열현상을 보였다.

이처럼 비에스지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자 구씨측은 지난달 22일 비에스지는 물론 소씨와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고, 소씨 측도 액티패스 이사직을 사퇴하며 이번 투자가 구씨와는 전혀 연관이 없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에스지의 주가는 이틀 이상 상한가를 더 기록하며 ‘구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소씨는 비에스지 지분 7.38%를 주당 2,885원씩 55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으며, 곧이어 결의된 3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다시 1,002만5,777주를 배정받았다. 유상증자 가격이 주당 675원인 점을 감안하면 소씨의 총 투자금액은 127억원에 달하며 비에스지 지분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1,028원이 된다.


구씨 투자 아님에도 효과 ‘톡톡’

이같은 과열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실제적으로 구씨가 비에스지에 투자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씨의 투자는 곧 구씨의 투자’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소씨는 LG텔레콤 출신으로 얼마 전 범한판토스 최대 주주인 구본호씨가 투자한 액티패스의 이사로 영입됐다.

LG가(家) 3세가 LG 출신 임원을 영입한 셈.

물론 구씨의 투자는 곧 LG그룹의 후광효과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생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구씨측이나 소씨측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이유는 그동안 구씨의 투자방식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구씨는 지난해 10월에도 매출액 50억원에 불과했던 ‘미디어솔루션’의 주식과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단초를 제공했다. 비록 구씨가 의도하지 않았다하더라도 구씨의 투자소식을 들은 투자자들이 달려든 것. 이 바람에 미디어솔루션의 주가는 1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급등했고, 구씨는 보름 만에 33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구씨는 이후 주식의 일부분을 매각했고 더불어 미디어솔루션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진 투자라 하더라도 증권가에서는 구씨의 치고 빠지기식 투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한 증권가 관계자는 “재벌 2,3세가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을 마치 M&A하는 것처럼 투자했다가 주가가 급등하자 내다파는 ‘먹튀’같은 행태”라며 비판했다.

‘구본호 주(株)’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로 구본호씨의 움직임이 시장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역시 그가 LG가 3세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재벌 2,3세들이 투자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인 영화금속을 기아자동차 정의선 사장이 인수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영화금속의 주가가 올랐었다.

또 다른 이유는 실제로 구본호씨가 투자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코스닥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려왔다는 점. 이는 반드시 재벌 3세라는 이유를 떠나서 그의 투자실력이 검증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팽배한 증권시장에서 구씨의 행보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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