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장, 직원 장례식장서 난동 전말
한국씨티은행의 하영구 행장이 과로로 숨진 직원의 장례식장에서 난동을 부려 물의를 빚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하 행장은 지난달 26일 과로로 숨진 본부 과장 A씨의 장례식장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 C병원에서 술에 만취해 부하 직원을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어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하 행장의 취태는 숨진 직원의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져 사회 통념상 이해될 수 없는 처사란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이번 사건소식이 한국 진출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한 씨티그룹 찰스 프린스 회장에게까지 전해져 씨티은행의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라도 이번 주주총회 때 하 행장을 해임하지 않겠느냐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하영구 행장은 지난 3월 25일 과로로 숨진 A 본부 과장을 조문하기 위해 그가 안치된 서울 송파구 풍납동 C병원 장례식장을 찾
았다.

씨티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던 A 과장은 30대 후반으로 옛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많은 일을 전담했으며, 과도한 업무로 인해 종종 편두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쓰러져 근처 병원으로 후송된 A 과장은 10여일간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지난달 25일 세상을 등졌다.


만취해 장례식장서 난동

목격자들에 따르면 조문을 마친 하 행장은 느닷없이 장례식장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B모 부장을 불러 오라고 한 뒤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하고, 심한 욕설도 이어졌다. 갑작스런 하 행장의 돌출 행동에 수행원들조차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직원이 과로로 숨진 만큼 장례식장 임직원들의 분위기가 어둡게 가라앉은 상태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하 행장은 술에 많이 취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하 행장이 직원을 폭행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다만 씨티은행 측은 “사건 이후 하 행장이 해당 부장에게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만 답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금융계 관계자는 “직원이 사망한 것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게 형성된 데다가 기자들조차 그를 좋지 않게 취재해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결정적으로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유족 측이 사용하고 있던 물품들이 씨티은행의 것이 아닌 S은행 물품이었다는 사실이 자신(하영구 행장)을 망신스럽게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유족 측의 지인 중에 우연히 S은행 출신 관계자가 있어 장례용품을 조달해 쓴 것인데 신속한 조치를 하지 못한 일처리에 대해 홍보부장을 불러 나무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하영구 행장의 이러한 취태는 씨티은행의 민원처리가 은행권에서 ‘꼴찌’로 판정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씨티은행의 민원관리 능력이 은행권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전산사고 등도 끊임없이 발생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
다.


씨티은, 온갖 악재 겹쳐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2일 내놓은 ‘2006년 하반기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결과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1~5등급 가운데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4등급 ‘미흡’ 판정을 받았다.

또 잊을만하면 터지는 씨티은행 전산사고도 하 행장의 골칫거리다.

씨티은행은 지난 2월에 보안시스템 해킹사고로 고객 20여명의 정보가 새 나가 5,000만원이 결제되는 사건이 터져 고객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했다. 또 그보다 앞선 지난해 12월에는 대만지진의 영향으로 씨티은행과 HSBC의 전산시스템이 중지됐던 일도 발생했다. 전산센터가 해외에 있어 이를 연결하는 광케이블이 손상된 사고였다.

하 행장이 홍보 부장의 뺨을 때린 것 또한 이러한 씨티은행의 복합적인 문제들이 한 데 엮여 폭발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폭행은 전혀 없었으며, 만취하지도 않으셨다”며 “다만 ‘직원의 장래식인데 준비가 이렇게 소홀해서야 되겠느냐’는 식으로 야단만 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술을 한잔도 안했느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장례식장에 없어서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술은 몇 잔 하셨지만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만취하셨거나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우선은 전체적으로 장례식 준비가 안 돼 있어 많이 화가 나있어 직원에게 뭐라고 몇 마디 하셨던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사회지도층 인사가 만취해 난동을 부린 만큼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은행수수료 넘버 원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수수료 면제와 인하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이 국내에서 영업중인 은행 중 수수료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은행들 가운데 국민은행은 지난달 12일부터 자기앞수표 발행 수수료를 없애는 한편 현금입출금기 등의 수수료를 내려 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을 당겼다. 이어 지난 2일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각종 수수료를 인하했다.

이 같은 결과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에서 창구 및 자동화기기 등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국내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보다 훨씬 비싼 수수료를 물게 됐다.

특히 씨티은행은 주요 부분에서 수수료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수수료 내역을 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이 창구에서 100만원 이상을 송금할 때 당행 이체와 타행이체 수수료가 각각 1,500원과 3,000원을 받는데 반해 씨티은행은 각각 2,000원과 4,000원을 받아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업시간 이후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타행으로 이체할 경우, 국내 은행은 1,600~1,900원이지만 씨티은행은 2,100원으로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 측은 “‘씨티원’ 이라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이용할 경우 전국 ATM 수수료가 면제되고 창구거래 시에는 수수료 50% 할인혜택이 있기 때문에 현재 다른 일반 고객에 대한 수수료 인하 계획은 없다”며 요지부동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