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M&A 위기 대해부
한동안 잠잠했던 포스코의 ‘적대적 M&A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포스코의 M&A설은 작년부터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다 지난 2월초 세계 1위 철강생산체인 ‘아르셀로-미탈’의 로렌트 융크 고문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후 포스코 측에서 “M&A 얘기는 없었다”며 강하게 부인하면서 잠잠해졌다 최근 들어 다시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것.
특히 M&A가 단순히 ‘설’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주 증권가에서는 포스코가 자산운용사를 설립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자산운용사는 개인이나 법인, 공공자금 등에서 맡긴 자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증권에 간접 투자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포스코가 자산운용사를 설립한다면 이를 통해 일정부분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특히 포스코가 자산운용사를 만들어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이는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책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결국 포스코가 M&A 위기에 노출된 반증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주가상승에 합병설도 한몫

연일 뛰고 있는 포스코 주가도 적대적 M&A 위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현재 국제철강 가격이 회복됨에 따라 세계 철강 업계들이 공통적으로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포스코도 이런 영향을 받은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포스코의 주가는 이보다도 아르셀로-미탈의 M&A설에 힘 입은 바가 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한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설이 시장에 돌기 시작하면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과 피인수기업간에 우호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져 주가가 상승한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의 발언에서도 M&A에 대한 위기감이 엿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제1회 ‘포스코청암상’ 시상식 후 기자들에게 아르셀로-미탈 회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아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이 “우리는 포스코와 우호적 관계이며, M&A 계획이 없다”며 포스코를 안심시키는 듯한 발언을 한데 대해 이 회장이 “세상에 누가 M&A 하겠다고 말하고 M&A 하느냐”라고 말한 것.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발언이다.

이러한 M&A설에 대해 포스코 측은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설립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 없으며 현금보유고가 많은 것은 추진중인 인도프로젝트를 위한 투자자금”이라고 해명했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일반론적인 발언일 뿐 실제 M&A 위기를 느껴서 한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M&A설 계속 제기 가능성

포스코 측의 해명과는 달리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던 신일본제철이 아르셀로-미탈과 손을 잡고 포스코 인수에 나서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물론 하나의 가상시나리오일 수 있다.

그러나 아르셀로-미탈이 포스코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와는 상관없이 포스코는 오너경영체제가 아닌 소액주주들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적대적 M&A 위기설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다. 지배구조가 양호하지만 마음먹고 인수하려는 외국기업에 대한 방어책이 그만큼 약하다는 의미다.

이는 삼성이나 현대차가 오너경영으로 인해 경영권 방어에 안정적인 대신 ‘족벌경영’이란 비판을 듣는 것과는 대조된다. 또한 국가 기간 산업인만큼 국가가 나서서 경영권에 대한 간섭을 하는 것도 자본주의 시장 흐름에 역행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포스코 1주 더 갖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포스코가 외국기업에 넘어가지 않길 원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적 철강기업들 사이에서는 2005년부터 크고 작은 M&A만도 10회에 이른다. 이런 거센 철강 M&A 열풍 사이에서 포스코가 어떻게 자사를 지켜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포스코 1주 더 갖기 캠페인 ‘서울 상륙’

포스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포스코 주식 1주 더 갖기 캠페인’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포항제철소에서 처음 시작된 ‘포스코 주식 1주 더 갖기 캠페인’이 광양제철소를 거쳐 서울 대치동 포스코 센터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포스코센터 우리은행에 마련된 전용창구에는 주식취득을 위한 증권계좌 통장을 개설하려는 직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철강산업의 거센 기업 인수합병(M&A) 열풍에 대해 포스코가 쉽게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뜻에서 출발한 이 캠페인에는 시작 두달만에 1만7,000여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동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직원외에 캠페인에 동참하는 외주 파트너사들과 지역 모임도 늘고 있다.

휴렉스, 롤앤롤 등 분사법인과 동일기업, 피에스시(PSC) 등 외주파트너사들이 캠페인에 합류했고 광양 주택단지 친목모임인 ‘사부회’는 최근 상조회비 명목으로 모은 1,000여 만원 전부로 포스코 주식을 사기도 했다.

포항이 고향인 시민 108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포항뿌리회’는 이미 작년부터 포스코 주식갖기 운동을 추진해 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부 부서에서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서로를 독려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며 “직원들과 지역사회의 이런 열정이 포스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포스코 주식 1주 더 갖기 캠페인’을 지역사회로 확대, 포스코를 아끼는 지역 주민들에게 더 큰 참여를 호소하는 한편 포스코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원가절감 등 경쟁력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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