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 항소심 유죄’후폭풍 <4>

황태자 이재용 전무 향후 거취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이 고등법원에서 유죄로 판결남에 따라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의 향후 거취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권 승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지만 ‘편법 승계’라는 멍에가 향후 그룹 경영에 있어서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언론이나 여론의 비난 때문에라도 반드시 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간다는 데에 삼성 측의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과연 삼성그룹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권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1심보다 무거운 판결이 나온데 대해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이면서도 경영권 승계 자체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대법원에서까지 편법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전환사채가 발행된 지 이미 11년이나 지난만큼 무효소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다음으로는 이미 ‘이재용 체제’가 확고해졌기 때문에 재판 과정 자체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삼성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 측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이미 경영권 승계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만큼 시스템 정비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삼성 내부는 이재용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돈만 있다면야

내부적으로는 경영권 승계가 이상없다고 하지만 고민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가 지배구조개선과 맞물려 있다는 점은 최대고민이다.

모양새로 판단했을 때는 최근 대기업들의 추세인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나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간다.

일단 이재용 전무가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25.10%의 상당부분을 소유해야 한다. 현재 주식가치로 보면 여기에는 6조원이란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또한 금융산업법 원칙에 따라 에버랜드도 금융계열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에버랜드,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 지배도 요원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재용 전무가 삼성전자를 선택하고 금융계열사는 다른 식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제조업보다는 금융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금융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부진, 이서현 등 두 딸 중 하나가 금융업을 맡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어떻게 자금을 동원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그냥 가 버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이런 저런 비판에 귀를 닫고 지금의 방법을 고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선택하기에는 여론의 비판이 거슬릴 수 밖에 없다. 이번 판결에서도 재판부가 대부분의 항목에서 유죄를 선고하자 많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삼성그룹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비판하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다. 삼성 측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봐도 경영권 승계에 원칙이 어디 있냐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비근한 예로 얼마 전에 다보스 포럼이 차세대 리더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해프닝을 보면 이 역시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재용 전무는 해마다 다보스 포럼이 발표하는 차세대 리더에 최초에는 포함됐다가 이후에는 명단에서 빠지는 해프닝이 일어났었다.

이와 관련해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관련한 도덕성 시비가 이전무를 명단에서 제외하게 만들었다는 추측이 난무했었다. 이전무는 나중에 다시 이 명단에 포함됐지
만 이마저도 다보스 포럼에서는 흔히 일어나지 않는 일이어서 전문가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같은 사건은 세계적인 기업의 경영에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만약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적당히 묻혀간다면 이전무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짐을 지고 갈 수 밖에 없다.

누구도 이재용 전무가 포스트 이건희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까지 이전무가 넘어야 할 문제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넘을 수 있을까? 한국 사회 최대의 화두 중 하나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장녀, GS가 며느리되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의 또 다른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GS가인 삼양인터내셔널의 허광수 회장과 사돈관계를 맺었다. 홍회장의 장녀인 정현(26)씨와 허회장의 장남 서홍(29)씨가 백년가약을 맺은 것. 이들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오후 1시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 서홍씨는 서울대에서 서양사학과를 전공했고, 졸업 후 삼정KPMG FAS 기업금융부에서 2년간 근무한 후 지난해부터 GS홈쇼핑 신사업기획팀과 마케팅부서에서 근무했다.

신부 정현씨는 이화여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했고, 현재 동 대학 미술사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이날 결혼식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부인 홍라희 여사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등 가족들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신부 홍정현씨의 고모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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