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현대자동차 박근혜-삼성전자 손학규-KT

이달 들어 연일 기록 경신 중이던 국내 주식시장의 지표가 주춤거리고 있다. 조정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각 정당마다 대선 체제로 전환되면서 대표 주자를 뽑기 위한 조정 국면에 돌입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 2005년 강용석 한나라당 중앙당 운영위원의 ‘한나라 주식시장’이라는 글이 최근 들어 회고되고 있다. 강용석 위원은 당시 글을 통해 한나라당 정치인들을 주식에 비유,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었다. 인터넷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사이버 주가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증시와 대선주자의 함수 관계를 짚어본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선과 주가의 관계를 두 가지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첫 번째가 ‘대선 전 강세, 대선 후 약세’다.

대선 주자들이 내놓는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과거 대선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대선주자들의 정책도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전 강세, 대선 후 약세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은 최근 들어 열리고 있는 한나라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 가장 논쟁 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도 유라시아 철도와 연결하는 열차 페리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내놨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대륙을 잇는 철도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하반기부터 후보별 당선 예상도가 그려지면 관련 주가가 요동을 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 시점은 선진국형 주식시장 정착을 강조하는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35%가 넘고 있고 대기업들이 정치계에 과거처럼 구속되지 않은 만큼 대선이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에 대한 정치적인 두 가지 해석도 있다. 이는‘정권유지냐’와 ‘정권교체냐’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의 주식시장 호황을 바로 보는 정부와 야당의 시각이 대조적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과연 대선주자들에게 비유할 수 있는 주식은 없을까. 지지율 변화와 현재의 상황으로 비유가 가능하다.

강용석 한나라당 운영위원은 2년전 현재의 빅2로 구별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각각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에 비유했다.

강 위원은 이명박 전 시장이 뒤늦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브랜드 반열에 올린 현대자동차와 흡사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는 한국 종목의 대
표주자이며 2대에 걸쳐 현재에 이르렀다는 점, 높은 인기도와 지명도 등이 삼성전자와 닮았다고 했다.

지금은 조금 달리 봐야 할 것 같다. 현재의 이명박 후보는 삼성전자와 더 닮은꼴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간 고공 곡선을 그리던 수익이 올 들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신화를 이끌어낸 임원간의 경영 철학에 따른 피로가 쌓이면서 주가가 제자리를 걷고 있다. 이명박 후보도 청계천 프로젝트 등 서울시장 재직 당
시 이뤄낸 사업성과가 퇴색되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의 후보별 공방이 발길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신한금융지주회사와 흡사하다. 신한금융은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사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가 총액에서 여전히 국민은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언론사별 여론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20%p가량의 지지율 차이와 호남권에서의 지지층 확보는 어깨를 무겁게 하는 과제다.


최고가 주식은 김근태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KT와 비교된다. 인맥이 넓고 대선구도에서의 강한 입지 등은 통신업계를 이끌고 있는 KT와 너무도 닮아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지지율은 큰 변동폭을 보이지 않는 KT의 주가폭과 흡사하다.

과연 사이버상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주식은 어떤 모습일까.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르다. 사이버 스타 증권 거래소인 엔스닥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있는 최고의 주식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다. 8일 현재 김근태 전 의장의 주가는 5만5250원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주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이 검증 공방 속에 주가가 조정국면을 맞고 있는 현상을 서로 연계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의 구도가 확정되면 관련 주가에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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