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상품권 논란으로 곤욕

대한화섬의 모기업인 태광산업이 그동안 ‘바다이야기’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산업은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에 사용된 경품용 상품권을 가장 많이 발행한 한국도서보급의 최대주주다. 특히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된 시점 이후 막대한 수입을 올린 한국도서보급은 최대주주와 핵심계열사를 위한 실탄 창고 역할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은둔 경영자’로 불리던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를 벼랑끝으로 내몬 것은 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 한국도서보급의 경영권은 당초 두산그룹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에게 있었으나, 지난 2003년 이호진 회장이 액면가 5000원이던 한국도서보급 주식을 주당 1만6660원에 인수하면서 태광그룹 계열사로 거듭났다.

그러나 이호진 회장의 바람과는 달리 한국도서보급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회사를 인수한 이듬해인 2004년에는 3억4489만원이란 적자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상황은 360도 달라졌다. 자본잠식에 빠져있던 한국도서보급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된 것. 이후 한국도서보급은 ‘도박 붐’에 힘입어 2005년 한 해에만 9억920만장을 발행하면서 당기 순이익만 71억원을 웃돌았다.

이후 한국도서보급은 사행성 게임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까지 태광그룹의 ‘젖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한국도서보급이 2년간 태광그룹에 안겨준 금액은 650억원 상당. 특히 한국도서보급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지분 51.02%를, 이 회장의 외아들인 현준씨가 48.98%를 보유한 가족기업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경품용 상품권 발행 ‘대박’

이호진 회장은 한국도서보급이 끌어 모은 ‘서민들의 피눈물’로 그룹 안팎의 내실을 다졌다. 밖으로는 영역을 크게 확대하는 한편 안으로는 경영승계에 쓰일 ‘실탄’을 마련한 것.

원래 몇 개의 지역 유선방송사를 갖고 있던 태광그룹은 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사업자로서의 몸집불리기에 들어갔다. 2004년 1월 한 달에만 안성유선방송사와 이천유선방송사를 비롯한 12개 지역 방송사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는 한국도서보급을 인수한 시점과도 동일하다. 그 이후로도 현재까지 9개 지역 유선방송사를 흡수했다. 2004년 이전에 갖고 있던 8개 회사까지 합하면 총 29개의 지역 유선방송사를 거느린 방송재벌로 거듭난 셈.

이는 태광그룹이 재벌로서의 외형적 입지를 굳혀주는 계기도 됐다.

한국도서보급은 상품권 사업자 지정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005년 8월 26일 태광 계열인 수원네트워크에 연 이자율 7%로 129억원을 대여했다. 수원네트워크는 같은 해 12월 16일 한국도서보급으로부터 335억원을 재차 대출받는다. 6개월 사이 총 464억원을 긴급수혈 받은 셈이다. 그리고 올 3월 28일 전주반도유선방송이 120억원, 태광시스템즈가 18억원을 각각 한국도서보급으로부터 연 이자율 7%로 대출받았다.

상품권 사업자 지정 이후 효자계열사로 거듭난 한국도서보급의 그룹에 대한 애정공세는 계열사 지원을 위한 실탄 창고 역할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6일엔 이호진 회장이 한국도서보급으로부터 자금운용 목적으로 연 이자율 9%로 11억원을 대출받았다. 그해 1월은 태광그룹이 금융업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도 적극 나선 시점이기도 하다.

태광그룹은 또한 쌍용화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900만주를 사들이는 데 657억원을 쏟아부었으며, 피데스증권중개(현흥국증권중개) 지분 전량을 30억원에 사들여 계열사 늘리기에도 주력했다.

한편 김남태 한국도서보급 사장은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도서보급 주식을 상품권 협찬 등 뒷거래를 통해 불법적으로 사들여 총수 일가 배불리기에 일조하다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수익성 높은 한국도서보급에 대한 이 회장 부자의 지분율을 100%(2005년 11월 당시 이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95%였다)로 만들어주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태광산업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한국도서보급 지분을 총수일가가 100%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대부분의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그는 불구속 기소된 김남태 한국도서보급 사장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현재까지도 한국도서보급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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