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라는 거대 기업이 부당한 채권추심을 자행하려 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P씨는 “삼성화재가 구상금 판결문을 위·변조해 채권추심을 하려했다”며 “삼성화재가 이렇게 허술하게 채권추심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화재로부터 부당한 채권추심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P씨의 사연은 이렇다. P씨는 한때 잘못된 생각으로 ‘보험사기’사건에 휩싸였다.

P씨는 친구 등과 함께 지난 97년 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수령했다. 하지만 곧 발각돼 삼성화재로부터 고소를 당해 징역형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다.

문제는 P씨가 삼성화재로부터 지급받은 부당보험금. 삼성화재는 법원에 구상금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P씨가 삼성화재에 1340여만원의 구상금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P씨는 “출소후 삼성화재측에 1300만원을 변제하고,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P씨와 삼성화재와의 인연은 질겼다. 과거 일을 모두 잊고 생활하던 P씨에게 지난해 말 느닷없이 삼성화재로부터 내용증명서를 받았다. “과거 교통사고 부당보험금 중 미변제된 금액이 570여만원 남았으니, 이를 변제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구상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증명을 본 P씨는 과거에 이미 변제했고 금액도 맞지 않아, ‘뭔가 착오가 있구나’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삼성화재로부터 채권을 양수받았다는 A유동화유한회사가 올해초 P씨에게 “1900만원의 빚을 갚으라”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내용증명을 받은 P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P씨는 “분명 부당보험금에 대한 빚을 갚았는데 갑자기 또 1900만원을 갚으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또 1900만원이라는 금액은 어떻게 나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P씨는 A사에 “채권원금 1900만원에 대해 입증해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A사는 지난 98년 구상금 판결문을 근거로 댔다. 그러나 이 판결문이 문제였다.

A사가 보낸 판결문에는 1300여만원으로 확정된 구상금 금액 부분은 없어진 채, 삼성화재가 맨 처음 법원에 낸 소장이 첨부됐다. 즉 삼성화재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청구한 청구금액인 1900만원이, P씨에게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에 대해 P씨는 “삼성화재와 A사가 구상금 판결문을 위·변조해 채권추심을 하려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P씨는 특히 “판결문을 위조하여 합법을 가장해 채무금액을 편취하려는 삼성화재와 A사의 얄팍한 상술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처럼 판결문 위·변조 의혹으로 확산되자 삼성화재와 A사는 “이번 채권추심 업무와 관련해 본의 아니게 불편을 끼쳐 드렸다”며 “구상금 1300여만원중 남은 금액은 42만원”이라며 정정했다.

결국 P씨는 “삼성화재와 A사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 등 사건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삼성화재와 A사를 공문서 위·변조 및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직원들의 단순한 실수일 뿐이다. 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사기를 칠 생각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A사도 “수사당국의 조사결과를 지켜볼 뿐”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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