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개각 방침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외부활동이 뜸했던 정동영 전 의장의 행적에 많은 궁금증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 내기로 눈길을 끌었던 김근태 전 원내대표와 달리, 정 전 의장은 수면위로 돌출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해 더욱 그 속내가 궁금하다는 지적이다.무엇보다 얼마 전까지 당의 선두에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입각이 거론되면서부터 서로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는 것이 눈에 띈다.우선 김 전 대표는 이른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청와대를 향해 ‘계급장 떼고 논의하자’는 등 한때 입각 포기설이 나돌 만큼의 강도 높은 발언을 거리낌 없이 했다. 반면 정 전 의장은 두문불출하면서 가급적 튀는 행동과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 전 의장은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외유에 나서 외치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국내 정치에 일정한 거리를 두며, 향후 정국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이 때문에 나왔다. 정 전 의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대권후보 이미지 관리’라는 묘한 말들이 정치권에 나돌기도 한다.정 전 의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미묘한 경쟁의식이 정 전 의장으로 하여금 김 전 대표와는 다른 행동을 취하게 한 것 같다고 풀이하고 있다. 즉 최근의 거침없는 김 전 대표의 행동과 달리 정 의장 자신은 차분하고 무거운 모습으로 차기 대권주자로서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 전략을 가졌던 것으로 해석된다.지난 총선에서 노인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정 전 의장인 만큼 입각을 앞둔 시점에서 보다 진중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자체 분석에 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은 자신의 비례대표 사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충격이 다소 완화된 듯 하지만, 그 파장만큼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또 한편으로는 정 전 의장이 차기 대권 주자의 경쟁자인 김 전 대표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즉 김 전 대표의 행보를 관망하면서 입각 후 김 전 대표와 다른 목소리 내기를 위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만일 두 사람이 동시 입각하게 되면 국민과 노심은 자연스레 관료로서 두 사람을 비교 분석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를 대비해 정 전 의장이 입각 후 제시할 수 있는 새 카드 만들기에 열중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무엇보다 차기 대권을 놓고 정동영, 김근태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이해찬 총리가 심판을 맡고 노 대통령과 국민이 결정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 중 누가 관료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권주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여론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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