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당론이 이전 저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가운데 당내 유일한 충청권 의원인 홍문표 의원(예산·홍성)의 입지가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주민의 눈에는 홍 의원의 발언과 입장이 미묘하게 주민과 당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 6월 21일 의원총회에서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처리에 대해 “한나라당이 법안에 찬성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불찰”이라며 “정략적으로 타당성에 대한 검토없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노 대통령 역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특별법 통과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책임이 더 큰 것은 사실”이라 못박았다. 이는 박 대표가 지난해 12월 통과된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한나라당의 당론이 반대쪽으로 기울게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수도 이전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는 당 안팎에서 찬성쪽으로 결론 날 경우 받게 될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듯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러한 한나라당의 최근 행보는 무엇보다 당내 유일한 충청권 의원인 홍 의원을 괴롭히고 있다. 홍 의원은 그간 당내 신행정수도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한구) 위원으로 참석하면서 “재원과 입지 등 각론은 국회에서 정책적으로 따지되, 행정수도 이전 자체는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또 당내에서 일고 있는 행정수도 반대론에 대해 홍 의원은 “섣부르게 반대하는 것은 상당히 큰 위험성과 부당성을 가지고 있다”며 소속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그의 적극적인 맨투맨식 설득작업으로 일부 몇 의원은 찬성쪽으로 돌아섰다는 내용도 들리고 있다.홍 의원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원칙적으로 수도 이전에는 찬성하지만 입법부와 사법부를 함께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입장과 다름”을 분명히 했다.

또 “입법부와 사법부의 이전은 사실상 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와 당, 시민단체 등이 함께 태스크포스팀을 마련해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내용이다.그리고 지역구와 당의 방침이 서로 엇갈리는 최근의 상황을 두고 홍 의원은 ‘샌드위치 신세가 된 듯 하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지역구인 예산·홍성을 포함한 충청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23일 비록 한나라당 충남도당 도당대회에서 홍 의원이 도당 위원장으로 추대됐지만, 마음이 편한 상황은 아니다. 18일 연석회의 및 23일 도당대회가 한나라당 성토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청권 인사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의 당론이 수도이전 반대로 굳어질 경우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탈당을 감행할 수 있다는 소문도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 이는 이미 열세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충청지역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 자칫 탈당이 현실화 될 경우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은 완전히 소멸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충남도당 박시조 조직부장은 “홍 의원이 당과 지역주민 사이에 끼여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지역 주민의 여론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의 탈당설에 대해선 “현재까지 당론으로 결정된 사안이 아니며 행여 결정 나더라도 이는 추후에 있을 가능성일 뿐 따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와 달리 개개인 별로 한나라당의 수도이전 반대 당론이 공식화될 경우 자신의 지역적 입지를 고려한 탈당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무엇보다 홍 의원이 당과 지역주민 사이에서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지만, 대세를 거스를수 없다면 그가 소속된 당의 당론과 반하는 지역주민 여론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느냐가 그에겐 앞으로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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