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의 대북특사설에 이어 항간에는 문희상 의원이 대북특사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는 대북특사에 대해 DJ가 스스로 곤란한 입장을 밝혔고, 이에 노무현 대통령이 DJ를 대신할 인물로 문희상 의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에 근거를 두고 있다.6·15 정상회담 4주년을 기점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김 전대통령의 대북 특사설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4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DJ는 자신이 남북의 평화 무드를 조성하는데 할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지만 직접 평양을 찾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우선 답방 약속을 한 만큼 이를 지키는 것이 순리라고 말해, 자신이 대북 특사역을 맡는 것은 무리가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DJ의 부정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DJ만큼 남북 양측과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 드물어 그의 역할에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지난 6월 14일 중앙위회의에서 김 전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스스로 대북특사가 될 의지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고도 풀이했다. 문희상 의원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대통령이 6·15 남북정상회담을 하신 분이고 그분이 희망하신다면, 또 양측이 합의한다면 적격자 중 한 분”이라 밝혀, DJ 대북특사설에 무게를 더했다. 즉 DJ 대북특사설은 현정부가 남북관계를 무난하게 풀기 위해 DJ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DJ가 대북특사를 맡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북에서 굳이 정부 특사가 아니더라도 DJ의 방북을 희망하고 있지만 현재 논의되는 대북특사론은 DJ에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DJ는 6·15 공동선언 기념식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기록돼 있는 만큼 남쪽 국민과 세계가 그 실현을 바라고 있다”며 답방을 촉구해 대북특사 보다 답방 실현이 순리라는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표 특사? 해프닝

한편에서는 다소 엉뚱하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특사설도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이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6월 18일 조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박 대표가 특사로 방북할 용의가 있다고 보도한데서 출발하고 있다.그러나 마이니치신문의 보도에 한나라당은 즉각 박 대표의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며 정정을 요구했으며 마이니치도 박 대표가 직접 특사가 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아니라며 정정보도해 사태가 수습됐다. 외신을 통해 제기된 박 대표의 특사설이 비록 잠시 동안의 해프닝으로 끝났음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있다.

즉 박 대표가 평소에 정부측에서 요구한다면 언제든 방북할 용의가 있다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했으며,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해 방북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을 지원하기 위한 박 대표의 방북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전여옥 대변인도 “정부측에서 요구할 일도 없으며 굳이 야당 대표가 정상회담을 위해 특사를 맡을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한편 박 대표가 평소 김 위원장에 대해 나름대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 박 대표가 김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은 남북관계에 야당이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문희상 특사설로 무게추 이동

대북 특사에 관해 DJ, 박근혜 등 국내 중요 정치인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문희상 대북특사론’이 무게를 잡아가고 있다.DJ의 한 측근이 “DJ가 6·15 4주년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보다는 문희상 의원이 특사로 적임자라 천거한 것으로 안다”면서 “문 의원이 노 대통령의 정치특보와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노 대통령을 대리할 수 있는 인물이며,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서 요직을 거쳤기에 남북관계 흐름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 추천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만약 DJ가 대북특사로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문희상 의원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청와대에서 전해지는 내용이다.

특히 문 의원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특별대책팀에 비공식이지만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문희상 특사설을 뒷받침하고 있다.실제 정치권에선 “남북전반에 대해서는 청와대 NSC가 실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재개에 관해서는 문 의원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면서 “문 의원이 조만간 노 대통령의 친서와 메시지를 들고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으며, 임동원 전국정원장 등이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해진다.그리고 청와대 일각에서는 문 의원의 방북이 결정될 경우 곧바로 평양으로 가는 방안보다는 중국 등 제3국에서 북한 정부 주요 인사들과 사전 미팅 형식의 비공식적 접촉을 가진 후 공식적 평양 방문의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DJ의 역할과 비중은 엄청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답방에 관한 일정과 내용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특사의 방문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DJ를 대신할 적임자로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에서 문희상 의원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풀이된다. 즉 DJ를 대신할 문희상 대북특사설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실현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