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원이 대북특사로 여러모로 유력한 가운데 그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사로 활동했던 박지원 전비서실장의 뒤를 이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세기 분단의 아픔을 뛰어넘기 위한 4년전 정상회담은 많은 성과와 의미를 남겼지만 상대적으로 이를 이끌었던 주역들의 삶은 평탄치 못한 길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회담을 실질적으로 성사시킨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박지원 전비서실장은 현대 비자금 사건과 대북송금으로 2심에서 징역 12년, 추징금 148억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더구나 그는 옥중에서 심한 녹내장으로 실명의 위험에까지 이르고 있다. 박 전실장뿐 아니라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은 지난해 8월 서울 계동 사옥에서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며,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6대때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을 뿐 아니라 대북송금으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과거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이들의 삶이 평탄치 못했던 탓에 문희상 의원이 대북특사로 활동할 경우 그의 미래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일반적으로 문 의원 만큼은 과거 박 전실장이나 임 전장관의 부정한 뒤를 잇지는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즉 그가 역사적 순간의 뒤편에서 부정을 저질렀던 이들의 전철을 되밟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임을 잊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의 현장에서 떳떳한 활동으로 깨끗한 선례를 그가 남기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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