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각 당에 여러 계파모임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계파 정치가 시작되고 있다. 이는 출신이나 같은 길을 걸어온 의원들 간 합종연횡이 진용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세 대결로 이어져 보다 구체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할 수 있는 각 정당별 계파모임을 샅샅이 훑어봤다.열린우리당

청와대 관료 문희상 중심 ‘직계모임’

참여정부 출범 후 관료로 청와대에 입성했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직계모임은 잇따라 모임을 갖고 당의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우리가 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 모임에서 나오고 있다. 문희상 의원 중심의 직계모임은 총리지명 논란과 당·청간 정책 혼선, 재·보선 참패 등을 계기로 보다 강력하게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직계 모임에는 염동연, 문희상, 유인태, 김진표 의원 등 대표적인 노 대통령의 측근과 1기 청와대 및 관료 출신들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이들의 등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당·청간 고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집권 2기의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이유로 청와대 출신 직계모임이 당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참정연’, 개혁당 출신 유시민 등이 핵

참정연은 과거 개혁당과 신당연대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다. 현역의원 25명과 당내외 120여명의 유력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참정연은 발족식에서 ‘정책노선이 아닌 조직노선을 중심으로 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정치결사’라 말할 만큼 짙은 정치색을 띠고 있다.참정연은 유시민 의원이 중심으로 된 모임이며 노 대통령의 이해찬 총리 지명, 정동영 김근태 입각 등 참여정부의 집권 2기 구상에 꾸준히 개입한 오해를 낳고 있다. 한편에서는 유 의원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유시민 의원의 대권 준비 조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참정연의 발족에 대해 당권파에서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당내 현안에 대해 다른 조직과 달리 특유의 결집력으로 세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또 당권파에 개혁을 요구하는 참정연의 행보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게다가 ‘실제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제2의 창당을 해야한다’며 진성당원 확보를 위한 독자적인 인프라 구축을 시도하고 있어 당권파를 긴장시키고 있다. 참정연에는 유시민 의원을 비롯 김원웅, 김재홍, 안민석, 유기홍, 정청래 의원 등이 가입된 상태이며, 개혁당 출신 이광철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386 초선의원 중심‘새모색’

문희상 특보를 밀어낸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새모색)은 임종석, 송영길, 이종걸 의원에 우상호, 이인영, 정성호 등 386 초선 의원이 가세했으며 한나라당 출신 김영춘, 안영근 의원 등도 참여하고 있다. 6·10 항쟁 세대 중심의 새모색은 김영춘, 송영길 의원을 공동대표로 총 28명으로 출범했으며 이후 우원식, 김선미, 김영주 의원등이 가세하면서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했다. 특히 당내 핵심 현안에 대해 이들의 입김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실용주의 성향의 ‘불새’

화(火)요조(朝)찬모임은 약칭으로 ‘불새(火鳥)’라 불리고 있다. 불새는 정의용 의원을 중심으로 민병두, 박영선, 이은영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실용주의성향의 온건노선으로 구분되고 있다. 또 불새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은 대다수가 친 정동영 계로 분류되고 있다. 불새 소속의 의원들은 이라크파병이나 국가보안법 등에서 다른 계파에 비해 비교적 온건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 친 정동영계 의원들이 중심이 된 탓에 정 의장의 사퇴로 당내에서는 영향력이 많이 감소됐다고 평가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들의 입김이 완전히 소멸됐다고는 볼 수 없다.

그 외 모임

김재홍 의원이 주도한 초선의원 108명의 초선모임은 발족식에서부터 많은 의원들의 불참 등으로 다소 활동이 주춤하다 6월 10일 자진해산을 선언했다. 이는 108명의 초선의원들이 각기 성향이 다른데다 현안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데는 무리였다는 분석이다.그리고 산자부 장관 출신인 정덕구 의원과 이계안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경제포럼’의 경우 정동영 전 의장과 많은 관련이 있으며, 이강철 의원 최철국, 조경태, 조성래 의원 등 주로 영남 출신 의원 인사들이 모인 ‘지역개발연구회’도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임채정, 우원식, 이화영 의원의 ‘서울균형발전연구모임’, 여성 초선의원 13명으로 구성된 ‘열린정치 여성의원 네트워크’, 천정배 대표를 중심으로 이종걸, 임종인 의원 등 법조계 인사 10여명 중심인 민변 그룹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독자적 조직 ‘발전연’

한나라당 홍준표,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 중심으로 34명의 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는 당내 최대 계파로 불린다. 월 20만원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발전연은 한나라당이 17대 국회에서 책임있는 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으로 집권을 향한 정책적 전략을 제시할 목적으로 구성됐다고 스스로를 밝혔다. 발전연은 주로 3선의 중진의원들이 중심이며, 약 40여명이 넘는 숫자가 뜻을 함께 하고 있다. 또 정치는 물론 교육, 문화, 통일 등의 세부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발전연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그 조직 구성을 두고 여러 말들이 오고갔다. 즉 발전연이 간사는 물론 상임이사와 대변인까지 두고 있어 이를 순수한 계파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발전연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한 자발적 결사체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조직’이라 해명하고 있다.

소장 개혁파의 목소리 ‘수조모’

소장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수요조찬모임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혁파로 분류되는 초·재선 의원이 중심이다. 수조모는 22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의원 등 미래연대 출신들이 주축이다.수조모는 기존의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야를 초월해 정치개혁에 앞장서기 위해 조직된 모임이라고 조직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주한미군 철수, 호주제 폐지, 신행정 수도 이전 등에 대해 소속 의원들간 의견을 개진하고 입장을 정리해 당에 전달하고 있다. 한편 수조모는 영남 출신의원들 11명이 중심역할을 하고 있어 지역색을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호남을 끌어안으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슷한 색깔의 분야별 모임,

‘푸른모임’, ‘국민생각’한나라당 내 40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푸른 정책 모임’과 중도 보수를 지향하며 분야별 의견을 개진하는 ‘국민생각’도 활동 중에 있다. 푸른모임은 정책정당으로 한나라당이 거듭나는데 일차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특히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또 다른 공부모임인 국민생각은 분야별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치에는 김학송, 경제 임태희, 사회문화 정갑윤, 통일외교 박진 의원이 팀장을 맡아 매주 화요일 모임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국민생각의 의원들 중 많은 숫자가 푸른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어 두 모임간에는 긴밀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저무는 보수계파, ‘안보모임’

안보모임은 과거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로부터 시작됐으며 ‘바른정치 모임’이 원조다. 하지만 최근 쇠퇴하고 있으며 김용갑 의원이 그 중심을 잡고 있다. 안보모임은 최병렬 전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을 당시만 해도 130명의 회원으로 당 내에서 막강한 입김을 과시했으나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주춤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과거 보수를 지향하던 인사들을 대신해 젊은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이방호 의원이 이 모임을 이끌고 있다. 안보모임은 5선의 박희태, 4선의 이강두, 3선의 정형근, 박종근, 이해봉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세가 많이 줄어 현재는 17명의 의원만이 활동하고 있다. 참고로 15, 16대 때 대표적인 안보모임의 즉석 행사로는 ‘금강산 관광 반대 모임’, ‘주한미군 철수 반대 모임’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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