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박근혜 대표최고위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난을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부터 받고 있다.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 7월 19일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박 대표는 이날 경선에서 8,433표를 얻어 2위를 차지한 원희룡 의원(2,610표)을 큰 차이로 앞섰다.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좌초해 가던 당을 구해냈고, 이어 6·5재보선에서 압승을 일궈낸 박 대표가 당권을 확실히 잡았다. 대권주자로서 초고속 항공기에 올라탄 셈이다. 차기 여성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 대표. 향후 정치적 행보는 ‘대권’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박근혜 브레인’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사람들은 박근혜 대권플랜에 초점을 맞춰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한다. ‘박근혜 사람들’로 불리는 인사들은 무엇보다 ‘대통령 후보 박근혜’로 손색없는 면모를 보일 예정이다. 이런 차원에서 박근혜의 대권플랜은 크게 3가지로 집약된다는 게 당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첫째는 야당인 한나라당부터 탕평책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영남당이란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의미다.두 번째는 ‘호남권 ±7% 전략’이다. 그동안 철저히 배제됐던 호남을 적극적으로 껴안음으로써 차기 대권에서 7%가량 득표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 전략은 ‘강단있는 여성 대통령 후보’ 이미지 심기다.

여성이기 때문에 모든 사안에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당내 비주류와의 기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고, 또 여권의 정책실정에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지만 박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최근 들어 박 대표를 압박하는 여권의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당내 비주류가 박 대표 독주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조짐이다. 여기에 이러한 외부공세로부터 박 대표를 보호해줄 ‘박근혜 사람들’도 취약하다. 또한 지금은 숨을 고르고 있지만, 대권이 다가올수록 경쟁주자와 그 추종세력들의 ‘박근혜 때리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무엇보다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는 3선 중진급과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눈앞에 놓인 최대 난제로 꼽힌다. ‘여권과의 상생’을 외치는 박 대표와 ‘대립 속에 싸워나가는 야당다운 야당’(?)을 주장하는 보수파와의 갈등을 어떻게 푸는가가 박 대표체제의 안정과 직결된다.

박 대표는 이들과의 대립을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대표는 지난 7월 21일과 22일 연이틀에 걸쳐 국가 정체성을 들고 나오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비주류가 원하는 ‘야당다운 야당 대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또한 여성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너무 유약한 거 아니냐’는 일부의 비난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비주류와 이념적 성향적 차이 극복과 함께 이들을 끌어안을 당 대표로서의 포용력도 요구된다. 박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 비주류 중진들에게 역할을 부여해 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박 대표가 좀더 원활한 당 운영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즉 경험과 능력을 갖춘 비주류 중진과 전문가들을 주요 당직에 임명하고 참모로 등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입장 정리도 박 대표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여권은 박 전대통령의 친일 행적과 독재정치로 인한 민주화 후퇴를 가지고, 박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여권의 압박은 8·15 광복절에 맞춰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대중적 지지가 급격히 상승한 박 대표를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당내 비판도 거세다. 3선의 이재오 의원이 박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는 극한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박 전대통령의 친일행적과 독재정치에 대한, 당내외 공세는 단순히 정치권내의 공방으로 끝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박 대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요구된다. 국민 정서 역시 고 박정희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서는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박 대표가 대선에 뛰어들 경우, 이 문제는 당내 경선이든 본선이든 당락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자칫 어물쩡 넘어가려 할 경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인지 지난 7월 24일 박 대표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박세일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대통령의 ‘민주화 후퇴’라는 과오를 짚고, “한국의 지도자가 될 박 대표가 이 부분을 적절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7월 25일 박 전대통령의 친일행적 조사에 대해 “떳떳하고 자신 있다”며 “조사할 테면 조사해 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 대표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된다.박 대표 체제가 확실히 자리잡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이미지 정치를 탈피하는 것이다. 당내에서부터 ‘박 대표가 내용 없는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지금의 인기는 박 대표에 대한 신비주의와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빚어낸 복고주의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박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지 7년밖에 안된 점도 있지만, 박 대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공개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즉 박 대표의 강점은 무엇이며, 약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각 분야의 사안별 정책과 철학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검증이 남아있는 상황이다.도저히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호남에서의 지지율 극복도 박 대표의 과제다. 깨지지 않을 것만 같던 한나라당에 대한 영남의 견고한 지지는 이미 지난 대선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각 지역에서 실시되는 총선은 100대 0으로 이기든 51대 49로 이기든 이기는 건 마찬가지지만, 대선은 전국의 표를 합치는 것이기에 이러한 균열은 대선에서 치명적이다. 따라서 호남으로의 ‘서진정책’ 성패는 다음 대권의 획득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중요 잣대이다.

또한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전국정당화의 기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호남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미 박 대표는 호남에 상당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총선과정에서 대표가 된 후, 첫 지방 방문지로 광주를 찾아 인사했고, 5·18광주민주화운동 24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해 광주시민을 위로했다. 또한 6·15남북공동선언 4주기 행사에 참석해, 김대중 전대통령의 업적을 인정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이 지역에서 패했던 결정적 원인도 ‘행정수도 이전 반대’ 때문이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박 대표가 보수층의 행정수도 이전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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