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사무처 노조발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출범한 열린우리당 사무처 노조는 “소속 의원 보좌진 중 최소 50명 이상이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있던 사람들로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경질을 해당 의원에게 요구키로 했다. 또한 노조는 보좌진뿐만 아니라,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의원들에 대해서도 어떠한 형태로든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정체성을 둘러싸고, 당내 큰 회오리가 일 것으로 보인다.열린우리당 내분은 멀지않아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조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의 화면을 판독했고, 의원 보좌진의 이력서 점검작업을 거쳐 50여명의 ‘살생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는 ‘아직까지 탄핵안 가결 당시의 화면 판독은 하지 않았고, 필요하다면 하겠다’며 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강률 노조 사무국장은 “머릿속에는 돼 있다”고 말해, 사실상 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다.노조는 조만간 리스트를 공개해, 한나라당 출신 10여명과 민주당 출신 40여명 등 50여명의 보좌진과 이들을 임용한 의원들을 압박해 나갈 계획이다. 이 국장은 “이 문제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풀어야 할 문제”라며 당내 갈등을 이유로 물러서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조춘화 노조 회계감사 역시 “노조는 의원들이 스스로 하지 못하는 일과 불편한 얘기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이를 위해 노조는 빠른 시일 내에 노조의 활동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할 예정이다. 이 조사에 ‘탄핵에 동조한 보좌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포함된다. 당직자들의 여론수렴 작업이지만, 노조 지도부의 의사가 강경해 사실상 방향은 잡힌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파장을 우려해 리스트 공개 전에 해당 의원들에게 이들의 경질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보낼 예정이다. ‘이러한 경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명단을 공개한다’는 복안을 세워놓은 상황이다. 이번 노조의 보좌진 문제 제기는 단순히 50여명의 보좌진의 경질 문제로 끝나지 않을 움직임이다. 노조는 ‘탄핵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활동한 이들 보좌진도 문제지만, 이들을 임용한 의원들이 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조 감사는 “의원들에게 인사권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의원들의 문제”라며 의원들의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김완수 노조위원장 역시 “노조가 없다고 해도 의원이 철학이 있었다면, 그런 사람들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며 의원들을 겨냥했다. 특히 비례대표에 대한 노조의 불만이 가득하다. 조 감사는 “추측컨대 지역구에서 출마해 당선된 의원보다 당의 혜택을 받은 비례대표 쪽에 이런 보좌진들이 많다”며 “당의 코드로 당선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했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강률 국장은 “(당의 도움으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 중 특별당비도 안 내는 분도 많다”며 “비례대표에 대한 검증도 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질 것임을 예고했다.특히 노조는 6월 29일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열린우리당 의원 상당수가 가세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노조가 이번 기회에 의원들의 정체성 확립 차원에 강한 모습을 보일 태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출신 보좌진 명단이 당원들에게 공개되면, 그들을 임용한 의원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해당 보좌진과 의원들을 넘어, 당 전체 분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모든 보좌진간의 문제로 확산될 조짐이다. 노조는 이번 명단공개와 관련, 지난 22일 출범한 열린우리당 보좌진협의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이날 1대 회장으로 선출된 강현우 보좌관은 “특별한 입장은 없지만, 얘기는 들어보겠다”고 밝혀, 의원회관 내 보좌진간의 갈등도 점쳐진다.

이러한 수많은 갈등요인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한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게는 자리싸움이고, 크게는 권력다툼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보좌관은 이를 친노무현 세력과 개혁당 세력의 밥그릇 챙기기로 바라보았다.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당직자의 성향 자체가 바뀐 상황에서, 이들로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것이다. 즉 챙겨야 할 자기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정체성을 명분으로 그 자리에 자기 사람들을 채워놓으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물론 노조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이 자리싸움이 끝이 나면, 그 이후에는 권력다툼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내년 초 개최예정인 전당대회의 당권경쟁과 이번 사태가 연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이러한 주장은 요즘 진행되고 있는 당헌당규 개정안과 맞물리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당내에 공직후보 선출과 내년 초 열릴 전당대회의 당권 향배를 판가름할 ‘기간당원’의 요건을 놓고 은근한 ‘힘 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특히 정체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개혁당 출신들은 기간당원의 자격을 ‘월 2천원 이상 6개월 동안 당비를 납부하고 소정의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한쪽에서는 ‘액수에 상관없이 6개월간 당비를 납부하거나 연수프로그램을 마친 사람’으로 주장하지만, 자격 요건 강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이강률 국장은 “신기남 당의장도 O.K.했다”며 “정당개혁팀이 전국을 돌며 개정안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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