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두 달째를 넘어가면서 민주노동당이 당내 이견 조율에 서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당직자, 보좌관, 정책연구원 등의 임금안 확정과정에서 갈등이 확장됐다. 또 대변인 선임을 둘러싼 계파간 대립도 어수선한 분위기 연출에 일조했다. 최근에는 총선 전후로 급증했던 입당자가 줄고 오히려 탈당자가 늘고 있다는 소문이다. 여기에 정책별로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상황이 발생해 정체성 혼란도 일어나고 있다.6월에 당원 직선제로 선출된 김혜경 대표가 2012년 집권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당내외 분위기는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여당이 원내 과반수에 아슬아슬한 숫자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캐스팅보트로 상당한 영향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간 민주노동당은 국민에게 미흡한 현안 대응과 계파간 해묵은 갈등으로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라크 파병과 상임위 구성, 김선일씨 국정조사에 한 박자 씩 늦은 대응을 보였고, 패러디 등 굵직한 정치논쟁에도 발빠른 대처를 보이지 못했다. 원내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한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지금껏 민주노동당이 보인 행보는 진보정당 원내진출의 국민적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우선 당직자 임금논란은 지난 7월16일 일단락됐다.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평균 국회의원 180만원, 보좌관 147만원, 정책연구원 143만원, 당직자 116만원으로 확정했다. 중앙위원회를 통한 임금결정이 있기 전까지 보좌관들은 ‘재정부족이 약속을 어기고 고통을 요구할 이유는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열악한 당 재정은 당의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당원을 성장시킬 수 없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이에 박용진 대변인은 “급여는 당비 현실화 등 기본적 재정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만이 해결되는 문제”라 설명하면서 “향후 월 만원으로 고정돼 있던 당비를 인상하는 방안과 후원회, 특판 등을 통해 재원 확충을 이뤄갈 것”이라 덧붙였다.지도부 경선과 대변인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PD(민중민주)와 NL(민족해방)계열 갈등도 여전히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비교적 계파에 자유로운 김혜경 대표가 당의 머리에 있지만 아래로부터의 잡음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대변인 문제만 해도 그렇다. 대변인은 PD계열인 김종철 전 대변인이 경질된 후 20여일 만인 지난 12일 박용진 전 강북을 지구당 위원장이 선임됐다. 하지만 선임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대표의 인사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변인은 당 홍보위원장과 호흡이 맞아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최규엽 홍보위원장이 안동섭 수원 장안 지구당 위원장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복수추천 권고에 따라 안동섭, 박용진 위원장이 다시 추천됐고, 결과적으로는 박용진 위원장이 선임됐다. 그리고 여성대변인은 홍승하 전 위원장이 맡았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정파에 따라 NL의 박용진과 PD의 홍승하 체제가 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었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에서는 더 이상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또 언론을 통해서도 당의 불편한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꺼리는 듯했다.전문가들은 “민주노동당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의견 수렴이 원인일 수 있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계파간 분열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당론 수렴의 지체로 나타나게 되고 마침내는 현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실제로 일부 당원들은 “그간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원내진출을 이뤘다. 그런데 현실감 없는 노선 투쟁으로 기껏 쌓아놓은 정치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고 우려하고 있다.또 당 지도부내에서도 이념과 원칙에 타협과 현실이라는 이론이 충돌하고 있다. 게다가 당직과 공직 분리를 선언한 체제가 과연 중앙 정치 경험이 없는 초보 정당에서 성공할지도 의문이다. 특히 원내에서도 비교섭 단체의 결점을 넘어설 정치력을 모으는 데에 힘이 들어 보인다.최근에는 당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일고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카드 대란 국회청문회와 예결특위상임위화에 대해 한나라당과 공조하고 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는 “마인드만 같다면 한나라당이든 자민련이든 언제든지 손을 잡을 것”이라 밝혔다. 이는 결국 민주노동당이 소수 정당으로 이른바 ‘왕따’를 경험한 이후 정책별 공조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비록 당이 정책별 협조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당원들이 순수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한 모습이다. 그리고 민노당에 따르면 올 월 평균 3,500여명이던 입당자수가 4월과 5월을 거치면서 줄어들고 있다. 5월은 2,500여명, 6월은 1,400여명이다. 반면 평균 100여명에 불과하던 탈당자 수는 6월에만 300명이 넘고 있다. 무엇보다 탈당자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당비 미납자, 주소불명 등이 원인이었으나, 최근의 탈당자는 열성적으로 활동했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즉 진성당원의 탈당은 당 재정에도 악 영항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대변인은 “작년에 비해 입당자 수는 3.5배가 늘어났다”면서 “입당자 수가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적인 당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며 당원 감소 지적이 사실이 아님을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의 상황은 당원수 조정국면으로 들어간 것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원내 정치를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제도 정치권에 진입하기 전 민주노동당은 현안에 명확하고 발빠른 입장 정리를 해왔다. 하지만 원내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한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여러모로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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