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해 지난 21일 위헌판결을 내리자, 충청도민들의 분노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예상치 못한 위헌판결에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면서 정신적인 공황상태까지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언론인들은 “충격과 허탈감을 넘어 충청도가 정치권에 이용당했다는 분노까지 들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역 일간지 언론인들을 통해 충청도민들의 민심을 읽어보았다.

“상당히 불만스럽다.”

헌재의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에 대해 지역 언론인들은 “충격과 허탈, 당혹감에 충청지역이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놓여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도일보 김형중 정치부장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상실감이 너무 크다”며 “관습법을 가지고 위헌이라고 밝힌 헌재의 판결은 말이 안되며 정치적인 판결이다”라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김 부장은 “수도권, 영남권이 반대하면 아무 것도 안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며 “가만히 있는 충청도를 가지고 정치권이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역 민의를 전했다. 김 부장은 또 “다른 지역도 있는데 왜 하필 충청도냐며 충청도는 안된다는 분위기도 있었다는 말이 돌면서 울분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매일 김도훈 정치부장은 “이해하기 힘든 관습법을 적용해 판결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라며 “지역 시민단체들이 헌재 판결 당일 모두 모여 연석회의를 갖고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은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는데 이번 판결로 지역민들이 많이 실망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전일보 송충원 기자는 “충북지역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헌재 재판관 탄핵발언은 지역 민심을 대변하는 셈”이라며 “지역 분위기가 한나라당의 반대, 서울시의 반대 등으로 인해 규모가 축소되거나 추진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헌재의 판결로 추진이 안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송 기자는 또 “현재 지역민심은 불만의 차원을 넘어 분출의 대상을 피력하고 찾고 있다”며 “사법부, 한나라당, 서울시민 등이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 헌재 재판관들이 대부분이 강남에 살고 있어 위헌 판결을 내렸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

신행정수도이전 위헌판결로 지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역 언론인들은 특별법 통과에 참여했다 다시 반대의견을 피력했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층 이탈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중도일보 김형일 정치부장은 “한나라당은 호재라고 하는데 이 지역에선 반감이 상당히 크다”며 “16대 때 자기네들이 다수당일 때 입법에 참여해 통과시킨 특별법을 다시 17대에 와 말을 바꾸는 행위는 자기얼굴에 침뱉기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또 “지역국회의원에 대한 불만도 상당히 증폭된 상황”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해선 민심이반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전매일 김도훈 정치부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층 이탈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일보 송충원 기자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이라며 “향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이같은 분위기가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충격파 최소화

신행정수도 건설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그에 걸맞는 대안을 제시해 지역의 충격파를 줄여야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중도일보 김형중 정치부장은 “행정수도 이전이 물건너 갔다는 분위기인 만큼 충청권의 충격파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주도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매일 김도훈 부장은 “모든 지역이 저마다 자신들의 지역이 발전되길 원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이상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충청지역발전 카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일보 송충원 기자는 “이 지역민들이 최소 한달 이상은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이 앞설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행정수도에 준하는 경제발전효과를 가져올 대처방안이 나온다 할지라도 수긍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 지역 언론인은 위헌판결을 내린 충청지역출신 3명의 재판관에 대해 “앞으로 고향 땅 밟기는 힘들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