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나자,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칫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개혁입법안’마저 좌초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여당 안에서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연말에 대폭적인 개편을 추진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반적인 국정쇄신을 통해 청와대가 참여정부 집권 3기의 밑그림을 그릴 것이란 분석이다. 집권 3기 구상에 착수한 청와대는 연말 행정수도이전에 발맞춰 인사개편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구상했던 인사개편 방향의 큰 틀은 ‘경제활성화’와 ‘인사개혁 및 교체’였다는 전언이다.

참여정부의 민심이반에 가장 큰 원인인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복안이었던 셈. 그러나 헌재의 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판정으로 인사개편의 규모와 그 방향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내년도 국정쇄신을 위해 연말에 청와대의 대규모 인사개편이 있을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헌재 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인사개편의 방향이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와대가 일부 직제 개편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개편과 관련 정치권의 관심은 ‘교체될 대상과 등용될 인물은 누가 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교체여부에 관심을 끌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다. 호남출신인 정 수석은 참여정부 출범부터 청와대의 인사시스템 개혁과 인재발굴에 가장 앞장섰던 장본인이다.

특히 지난 8월엔 미국을 방문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인재양성소인 ‘잭 웰치 센터’를 방문, 인재 발굴 시스템과 미국 공무원들의 교육방식을 견학한 뒤 미국식의 ‘고위공무원단’제도를 참여정부에 도입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펼쳤다. 그러나 최근 여권 내에선 정 수석의 교체론이 심심치않게 거론되고 있다. 정 수석 본인도 ‘인사수석’에 큰 미련을 두지 않고 있어 자연스럽게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여권에선 ‘정 수석의 후임으로 호남권 인사를 이미 물색해 둔 상황’이라는 주장까지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또 청와대의 대외홍보창구역할을 맡고 있는 이병완 홍보수석의 교체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등용될 인물에 대한 하마평도 무성하다. 특히 건강 문제로 사임했던 박봉흠 전정책실장의 복귀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전실장은 수술이후 건강상태가 호전돼 지인들과 자주 교류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일단 휴식을 취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실장은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인물”이라며 “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그를 등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두관 전행자부 장관과 이강철 전특보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전장관은 4·15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경남도당 위원장을 사임했고 현재 중국의 한 대학에서 어학연수중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선 김 전 장관의 야인생활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만큼 컴백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역시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는 이강철 전특보의 발탁도 점쳐지고 있다. 이 전특보는 현재 ‘모 공기업 사장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청와대로 거처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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