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직원 한 명 때문에…200년된 은행 파산


프랑스에서 지난달 24일 발생한 세계 최대의 금융사기사건으로 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한 역대 금융 범죄들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프랑스 제2의 은행 ‘소시에떼 제네랄’의 직원 제롬 카비엘(31)이 의문의 선물거래로 기록한 손실은 무려 72억달러(6조6000억원). 이 액수는 개인이 일으킨 금융사고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사고를 낸 카비엘은 낮에는 평범한 트레이더였지만 밤에는 해커로 변신해 입사 초기부터 지원부서인 백오피스에서 근무했던 경험에 힘입어 회사의 전산시스템에 밝아 회사의 조직과 정보를 이용, 한도를 넘는 거액 거래를 통해 72억 달러의 손실을 야기했다. 필요할 경우 다른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범죄 행각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최고기록은 1996년 일본의 스미토모금속의 직원 하마나카 야스오가 구리를 선물거래할 때 기록한 26억달러였다. 카비엘은 종전기록을 무려 3배나 경신하며 불후의 금융사기 황제로 등극한 셈이다.

별명이 ‘미스터 구리’였던 하마나카는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했지만 넘어선 안 될 선까지 넘기는 초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당시 사건으로 하마나카는 8년형을 선고받았고 스미토모는 1억 5000만달러의 벌금까지 무는 등 이중으로 손해를 보았다.

역대 3위는 1995년 영국 은행 베어링 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근무하는 니컬러스 리슨으로 일본 주식을 거래하면서 14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베어링 은행은 이 사건으로 아예 도산했고 ING에 팔렸다. 당시 28세의 나이에 한 은행을 통째로 말아먹은 리슨은 4년형을 언도받았다.

역대 4위는 역시 1995년 일본의 다이와 은행 뉴욕지점에 근무하는 일본계 미국인 이구치 도시히데가 기록한 11억달러. 미국 재무성 본드를 거래하다 엄청난 손실을 기록한 이구치는 장장 30여장의 고백(?)편지를 도쿄의 다이와 은행 총재에게 보내 지은 죄를 이실직고했다.

이구치는 미국 법정에서 4년형과 함께 260만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고 다이와 은행은 이 사건으로 미국내 거래 금지의 제재를 받았다.

역대 5위는 2002년 앨리드 아이리시 뱅크의 존 러스낵으로 환투기로 6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위에 있는 4명의 큰손들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이지만 죄질이 나빠 무려 30년형을 언도받을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유능한 변호사 덕분에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경감받는 ‘플리 바겐(사전형량조정협상)’에 성공, 7년6개월로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석방되더라도 5년간의 보호관찰기간 동안 매월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