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폐장 직전에 날아든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소식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날 밤 늦도록 지켜본 유럽과 미국의 증시는 예상대로 하락세를 보여주었고 다음 날 대한민국 증시 역시 초반에는 강한 하락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오후 무렵부터는 뒷심을 보여주며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분석 결과 개인의 매도가 많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오히려 매수를 확대하였고 그 덕에 증시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삼이사들의 일상 풍경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휴일의 차량행렬이며 쇼핑객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수도 서울로부터 불과 100여 Km 떨어진 곳에서 포탄이 오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임을 알아채기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언론매체에서는 연일 연평도의 긴장된 분위기와 항공모함까지 동원된 서해상의 한미합동군사훈련 모습 등을 쏟아내는데 정작 그 일은 국민들에게 그다지 화제거리가 되지는 못하는 듯싶다. 증시는 다소 멈칫거리는 횡보를 보여주고는 있으나 이 또한 1950선까지 너무 숨가쁘게 달려온 뒤의 자연스러운 조정국면이라고 본다면 별반 특징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지척에서 전시상태에 준할 정도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면서도 왜 우리는 패닉상태는커녕 별다른 동요조차 보이지 않는 것일까. 과거의 공포스러운 사이렌 소리와 사재기 행렬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저쪽과 이쪽 사이에 마치 엄청나게 두터운 유리가 놓여있는 듯 무심히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러한 무심함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은 사회심리학 등의 복잡한 이론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결국 대한민국 사회가 그만큼 발전했고 성숙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과거 우리가 그야말로 개발도상국이었을 때 북한은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는 커다란 상수였다. 북한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민국 모든 분야가 영향을 받았다. 선거철이면 일부 정치권에 불어닥치곤 했던 이른바 ‘북풍’같은 것이 바로 이를 증거한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극동아시아의 한 귀퉁이에 붙어있는 일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G20의 일원이고 1조 달러의 무역액을 기록하는 무역대국이자 경제규모 세계 12위의 당당한 국가이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정권의 평화적 수평교체를 이룩해낸 늠름한 민주국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생독립국 중 대한민국은 민주화와 경제적 성공을 동시에 이룩해낸 유일무이한 국가인 것이다.

지구 상에는 196개의 국가가 존재하는데 그 중 인구 5천만 이상,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이상의 진정한 대국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대한민국 외에는 없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세계 7위의 강국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존재는 상수이기는 하되 그 값이 상당히 작아져 있는 상태이다. 물론 북한의 급격한 파국이나 몰락은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겠지만 그 외의 국지적 변동은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변수에 머무를 것이다.

국민 일반의 정서도 이를 정확히 반영하여 북한의 도발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이고 주식시장 역시 북한발 리스크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북한의 도발과 이후의 조치들을 보며 성급한 감정적 대응을 하지만 해외로부터의 투자금 유입은 오히려 증가하고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우리는 투자보다 우선 우리들 자신을 객관화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하리라고 본다. 대한민국 경제의 객관적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투자야말로 진정한 승리를 담보할 것이다.

정확한 진단은 언제나 처방과 치료보다 선행하는 법이다.


SK증권 순천지점
김 동 욱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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