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 이미지는 신뢰도 형성에도 큰 기여

화선지에 용을 그리고 난 후 마지막으로 그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그림 속의 용이 실제 살아있는 용이 되어 홀연히 구름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는 고사성어에서 유래한 이 “畵龍點睛(화룡점정)”이라는 말은 어떤 일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끝마침으로써 전체가 활기를 띠며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인 대한민국 증시를 보고 있노라면 가히 화룡점정이라 불릴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1년 반 만에 종합주가지수가 891포인트에서 2121포인트 까지 138% 수직상승 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도 현대 정몽구 회장의 결단력도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국내 대표기업들로 하여금 과감하게 투자를 감행하고 성과를 낼 수 있게끔 한 국내외의 여러 거시경제 변수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2006년 당시 대한민국의 원/달러 환율은 950원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당시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높은 원화 가치를 활용하여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공장을 세우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이 공장들이 완성되고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춰갈 무렵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유동성 확대 정책과 맞물려 환율은 다시 또 점차 상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이어진 디플레이션으로 장기적인 엔고에 진입한 일본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자 현대차는 순풍에 돛을 단 것 마냥 매출과 순이익이 급증했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남미와 유럽, 중국시장에서 현대차의 가장 큰 경쟁자였던 GM이 파산신청을 하면서 현대차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신차의 지속적인 출시를 바탕으로 매출과 기업 인지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차 = 현대차"로 기업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이러한 환율 수혜는 반도체 산업에도 동일하게 작용하여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가격우위를 지속할 수 있게 하였다. 일본과 미국, 대만의 경쟁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토대를 만든 셈이다. 원가경쟁력에서 승리한 두 기업은 현재 63%에 이르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분야 시장에서의 막강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준 카르텔을 형성할 정도에 이르렀다.

당시 자동차와 반도체를 호황국면에 접어들게 했던 가장 큰 호재는 환율이었지만 용의 눈은 미처 그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증시를 단 1년 만에 제자리로 올려놓았던 용의 눈은 무엇이었을까? 그 정점에 자리 잡은 것은 바로 전 세계 ‘저금리’라고 할 수 있다. 금리는 각 경제주체의 투자와 소비를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금리가 최저 수준에 머물면서 투자의 풍속도가 뒤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환율의 최저점에서 해외 투자를 감행하여 환율의 최고점에서 사상최대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우리 기업들을 해외 투자자들이 모를 리 없었기에 국내증시로의 외국자본 유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소니를 넘어 전자제품 및 D램 반도체 세계 점유율 1위의 삼성전자, 수십 년 간 경쟁열위에 있었던 도요타와 GM의 턱 밑까지 추격한 현대차그룹, 중국의 저가 공세를 기술력으로 극복한 세계 조선의 중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그리고 고순도 폴리실리콘 양산으로 태양광 시장의 초석을 다진 세계 3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OCI와 같은 우량기업들의 약진은 KOSPI 2000P이 여전히 고점이 아님을 반증한다. 또한 다소의 조정은 있겠지만 지수는 굳건히 3000P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음을 주장할만한 훌륭한 근거가 되어주고 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화룡점정이 되었던 대한민국 증시, 그 정점은 어디일까? 주가지수의 상승과 하락은 하느님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 증시의 진짜 체력과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이듯 투자자 여러분도 요동치며 격변하는 그 시장에서 꼭 살아남아 진정 강한 자가 되시기를, 그리하여 도저한 화룡정점을 찍는 주인공이 되시기를 빈다.

유진투자증권 광주북지점 민병돈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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