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프리카의 민주화 바람이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 카다피 정권을 강타하고 있다. 일련의 민주화 시위가 예멘, 오만, 바레인, 이란, 이라크, 카타르 등 범 중동지역(MENA: Middle East & North Africa)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 공급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WTI(텍사스 중질유)기준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민주화 물결이 거센 지역은 정치적으로 민주화 정도가 낮고, 부패수준이 높으며, 경제적인 수준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타 중동부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정치적인 불안이 단기간 내 정리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 이와 같은 중동지역의 불안을 감안하여 올해 연평균 WTI가 12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일쇼크 때의 사례와 비교하여 우리 경제와 증시가 나아갈 바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1차 오일쇼크는 2년간 500%에 육박하는 유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외부충격으로 S&P500지수의 경우 4차 중동전쟁 이후 -40%의 가격조정을 겪었다. 또한 제2차 오일쇼크는 1차보다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은 미미했는데, 연평균 유가 상승률이 1차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제한되고 1차 쇼크로 인한 내성이 생겨 증시 조정 폭은 그렇게 깊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유가상승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위기임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1, 2차 오일쇼크 때 위기를 기회로 이용한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볼 때 우리 경제에 또 다른 기회요인을 제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차 오일쇼크 때 독일의 경우 수출호조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통해 금융, 필수소비재 분야에서의 강세를 기반으로 소프트랜딩을 이끌었다. 또한 2차 오일쇼크 때는 일본기업들이 품질경쟁력 업그레이드와 후발기업의 선진시장 침투기회 등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면서 위기를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독일과 일본의 교훈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 경제는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을 강화하고, 기존 강점을 갖고 있는 IT부문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고유가라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및 무역규모, 주요 산업의 경쟁력, 자본시장 규모 및 유동성 등 경제 및 금융기반에 있어 이미 선진시장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으나 아직도 선진시장으로 분류되기 보다는 신흥시장의 대표 격으로 평가절하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내증시도 2011년 기준 PER 10 이하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주요 신흥시장 중 러시아 다음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GDP 세계 15위, 1인당 GDP 32위(2009), 수출규모 세계 7위, 무역규모 9위(2010), 533개의 세계일류상품 및 119개의 세계시장점유율 1위 제품 보유국(2010)인 한국의 저력을 바탕으로 고유가라는 위기를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극복할 때 우리증시와 우리경제가 활짝 웃을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 전, 한국이 2040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8만6천 달러를 기록하여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씨티그룹의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이 세계 4위가 아닌 세계 1위의 선진국이 되는 그날을 간절히 기원해 본다.

SK증권 해운대지점
박봉식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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