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향방의 핵심은 수급이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실적을 근간으로 움직이고 기업의 실적은 국내 혹은 국제 경기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주식투자에 나설 때는 반드시 경기의 흐름을 면밀하게 살펴보아야만 한다. 하지만 경기의 정확한 흐름을 예상하거나 확정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법칙과 달리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상수는 존재하지 않으며 실로 다양한 각종 변수가 한데 어우러져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지수를 움직인다. 1 더하기 1이 10이 되기도 하고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전문투자가가 아닌 이상 생업을 팽개치고 실로 무수한 변수에 일일이 신경을 쓸 수 없는 것이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의 현실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에 나선 이상 경기의 커다란 흐름 등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만약 그 정도의 투자조차 없다면 이는 아무런 무기 없이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백전백패의 무모한 행동일 뿐이다.

주식시장에는 수많은 투자와 관련된 격언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유념할 격언은 바로 “수급은 모든 재료보다 우선한다”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주식시장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완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전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이 어우러져 적절하고 균형 잡힌 시장가격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현실적으로 완전시장의 존재는 불가능하지만 그나마 주식시장이 완전시장에 근접한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으로 투자금이 몰려들면 주가는 상승하고 그 반대면 주가는 하락한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주가는 상승하고 반대로 팔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주가는 하락한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여 적절하고 균형 잡힌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몇몇 세력이나 투자주체가 작당하여 모든 종목의 수요와 공급을 통제하여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특정종목을 중심으로 한 작전이나 속임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전체 주가를 통제하거나 주식시장 전체를 흔들 수는 없다. 애초부터 독과점이 불가능한 시장인 것이다.

공급과 수요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완전시장의 경우 가격 결정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수급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완전시장에 가까운 주식시장에서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격결정 요인이 되는 것이며 투자에 나설 때 무엇보다 수급을 우선해서 살펴보아야 하는 까닭이다.

얼마 전 산지의 배추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폭락의 원인은 작년 배추가격이 몹시 높았기에 농민들이 너도나도 배추농사에 뛰어들어 수요보다 훨씬 많은 배추를 생산했기에 벌어진 안타까운 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상태로 있었다. 따라서 배추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원리로 주식시장을 살펴보자. 만약 POSCO의 주가가 6개월 전에는 40만 원이었다가 현재는 80만 원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언론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현란한 차트와 복잡한 전문용어를 사용해서 현재 상황을 설명할 것이다. 철강을 둘러 싼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전후방 효과를 아우르는 각종 지표를 보여줄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을 모두 배제하고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가장 간단하고 근본적인 원인은 POSCO 주식을 팔려고 하는 사람보다 살려고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며 이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어떤 재료가 나타났다 해서 주가가 요동치지는 않는다. 그 재료가 수급에 영향을 미칠 때 혹은 수급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야 비로소 주가는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수급은 모든 재료보다 우선한다”는 증권시장의 격언은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HMC투자증권 분당지점
김헌률 지점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