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영원불변한 테마는 실적 그 자체 뿐

서슬퍼런 군부독재의 암울한 시기, 유비통신이란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유비통신이란 세간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보다 고상하게 은유한 말인데 입에 재갈이 물려 제 말을 못하던 언론을 대신한, 당시로서는 퍽 믿을만한 소식통이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참혹한 진압소식이나 김대중, 김영삼 등 독재 권력에 의하여 핍박받는 정치인에 대한 소식 등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곤 했다. 이 유비통신을 나쁘게 말하자면 제도권 언론에 반하는 루머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주식시장 역시 바로 이 루머에 의하여 이루어진 부분이 상당하다고 보아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주가라는 것 자체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미래가치를 현재화한 것이므로 주식시장을 둘러 싼 루머는 어쩌면 운명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주식을 둘러 싼 루머가 투자자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호응을 획득하고 그 결과 세력을 모으게 되면 우리는 이를 테마주라고 한다. 테마주는 일종의 유행을 형성하는 주식으로 일반적으로 루머와 그 궤적을 같이 한다.

따라서 어느 것이 테마이고 루머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커다란 소프트웨어 제국이 되어 세계를 호령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현재와 같은 막강한 영향력과 시장 지배력을 갖추게 되리라고 누가 예단할 수 있었을까? 상장 당시 테마를 형성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가치에 주목하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맞았고 이를 과소평가한 투자자들은 그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특이한 것은 바로 이 아슬아슬한 상황이 투자자들의 모험심을 자극한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스스로 고민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좇아 무작정 테마주에 몰입하는 경우를 자주 보곤 한다.

로또를 살 때 다른 이의 의견을 듣는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테마주에 대한 투자 역시 다른 이의 의견이 전혀 필요치 않은데도 투자자들은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하여 다른 이의 의견을 구한다. 해당 종목이 대박이 될지 쪽박이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사람들이 루머성 테마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레버리지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투자시장에서 기회는 투자금의 규모에 비례한다. 따라서 투자금이 적은 사람일수록 위험을 무릅쓰고 커다란 수익을 좇아 헤매게 되며 이들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종목은 굼뜨게 움직이는 우량주가 아니라 상하한가 변동성이 큰 테마주가 된다.

하지만 테마는 대개 루머에 바탕하고 있고 그리하여 그 적은 투자금은 루머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세력에 고스란히 바쳐진다. 테마주는 이렇듯 위험하지만 투자자들은 보잘 것 없는 현재가 아닌 엄청난 미래를 꿈꾸며 테마주에 몰두하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종목이 후일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고도의 통찰과 안목을 필요로 하고 엄청난 시행착오와 위험을 담보한다. 테마주의 대부분은 잔인한 머니게임의 대상이 되고 그들 중 극히 일부분만이 살벌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게 될 것이다. 참담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태양광 등의 대체에너지 종목과 자원개발주 그리고 바이오, 로봇 등의 종목 역시 냉정한 시선으로 분석을 할 경우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투자자들은 늘 테마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그 테마에 얽힌 스토리와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숨겨진 함정은 없는지, 그 논리와 스토리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를 반드시 살펴보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테마와 황당한 루머를 비교적 정확하게 구분해낼 수 있게 된다.

“증시에서 영원불변한 테마는 실적 그 자체 뿐”이라는 증시격언은 어쩌면 이러한 테마주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적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효철 HMC투자증권 광주지점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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