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가 요란하다” 말 되새겨야

방송에서 주식시장의 고수로 소개된 A씨. 그는 주식투자비법을 소개한다며 수강생들을 모집했다. 방송 덕택인지 많은 수강생이 몰렸다. 하지만 이 수강생들 대부분은 돈만 잃고 떠나야 했다. 일부는 빚까지 얻어야 했다. A씨가 주식고수가 아닌 사기범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기 때문. A씨는 “1000만 원만 투자하면 20억 원으로 만들어주겠다”며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에는 실로 자칭타칭 많은 고수들이 존재한다. 오로지 매매로만 주식시장에서 수천 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거나 수백만 원의 종자돈을 수십억 원으로 불렸다는 거짓말 같은 성공담이 이들 고수의 등 뒤로 따라붙는다. 그들은 대개 현물시장뿐만 아니라 선물이나 옵션시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막강한 수익을 달성했음도 한결같이 강조되곤 한다.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은 이들의 무용담에 환호하며 열광한다.

그들의 휘황찬란한 무용담에 환호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주식시장은 결코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고전적인 명제이다.

주식시장 출현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온갖 기법을 동원하여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음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리버모어의 기술적 분석과 해밀턴의 가치투자, 현재 미국의 다우지수를 만든 찰스 다우의 다우이론, 엘리어트의 파동이론, 게임이론 등등은 모두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한 지단한 노력의 결과였지만, 애석하게도 주가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것.

심지어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즈 역시 주식의 가치는 너무 복잡한 요소를 갖고 있어서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며, 주가는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었다.

만약 주가의 움직임을 예단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사람이 아닌 신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대박신화의 주인공’, ‘수백만 원을 수십억 원으로’ 등의 보도는 모두 당신의 돈을 노리는 사기꾼이자 가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특별한 기법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왜 그것을 푼돈을 받고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겠는가? 스스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동원하여 주식투자에 나선 뒤 스스로 재벌의 반열에 올라서는 것이 훨씬 이득임은 자명하다.

물론 오랫동안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일을 하다 보니 실제로 대단한 직관력과 통찰력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달성하는 투자자들도 만나게 된다. 그들의 특징은 절대로 떠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메마른 모래밭에 스미는 물처럼 소리 없이 움직인다.

또한 대세상승의 초기에 시장에 참여하고 충분히 투자의 과실을 거두어들인 후 미련 없이 시장을 벗어나 한동안 쉬면서 다음 장을 기다린다. 요컨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는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노름판에서는 현금을 쥐고 일어서는 사람이 바로 버는 사람이다.

또한 그들은 정형화된 매매패턴을 고집하지 않으며 시장 앞에 더없이 겸손하다. 간혹 자신만의 출중한 매매규칙을 만들었다는 투자자가 있다. 하지만 규격화된 매매패턴으로는 실로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부침을 거듭하는 주식시장에서 단 1개월도 버틸 수가 없는 법이다. 또한 시장 앞에서 오만하고 탐욕스러웠다가는 벼랑을 향하여 질주하는 마차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순식간에 마차와 함께 천리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정리하자면 시장 앞에서 더없이 겸손하며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정확하게 알고 이를 냉철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진정한 주식시장의 고수인 것이다.

김동욱 SK증권
순천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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