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장에서 마주친 고객 중 꽤 많은 고객들이 주식시장을 아예 도박으로 치부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주식시장이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수많은 돈이 오가며, 순식간에 수익과 손실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살벌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투자자들의 행태가 마치 도박을 하는 듯한 투자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도박과 흡사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이를테면 도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소용되며 이 비용은 돈을 따든 잃든 항상 지불해야만 한다. 포커 판의 경우 이 비용은 하우스 운영자에게로 들어가며 주식시장의 경우는 그 비용이 시장운영 주체인 증권사(수수료)와 정부(거래세)로 들어간다. 아무리 비용을 줄인다 해도 이 비용은 빈도가 증가할수록 정비례하여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도박과 주식시장이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이번 호를 통해 그 내용을 알아본다.

경마의 경우 우승 예상마에 많은 사람들이 배팅을 할 경우 배당률은 그에 반비례하여 적어진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경우 이와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특정 종목에 집중하면 할수록 오히려 수익은 커지기 마련이다. 또한 경마는 일단 경주마가 레이스를 시작한 뒤에는 배팅을 할 수가 없다. 만약 경주마가 결승점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배팅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경마장은 파산하고 말 것이다. 이와 달리 주식시장은 언제든 스스로가 유리하다 판단하면 참여할 수 있다.

구슬을 회전원판에 던져 넣는 룰렛의 경우 원판이 돌기 시작한 후 4~5초 이내에 배팅을 마쳐야만 한다. 시간제한이 있는 것이다. 만약 마지막 구슬이 완전하게 구멍으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배팅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그 카지노는 망하고 말 것이다. 이와 달리 주식시장은 폐장직전까지 기다렸다가 가장 가능성 있는 주식을 사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

심리적 요소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포커의 경우 나쁜 패가 들어올 때는 죽고 좋은 패가 들어올 때만 게임에 참가한다면 그 포커판은 성립이 불가능하게 된다. 좋은 패가 들어올 때만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게임에 참여하려한다면 다른 게임참가자들이 게임을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주식시장은 좋은 패가 들어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다가 비로소 좋은 패가 들어왔다고 판단될 때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주식은 스스로 최상의 패를 잡았을 때에만 게임에 응할 수 있는 유리한 게임이다.

참여율에 비례하는 수익률, 아무 때나 참여 가능, 시간제한 없음 그리고 유리한 패를 고르는 참여 방식 등이 주식투자의 강점이고 주식시장이 도박판이 아닌 이유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도박과 유사하다고 여기는 것은 스스로 도박을 하듯이 투자를 하기 때문. 경주마가 출발한 뒤 아무 때나 참가할 수 있는데 굳이 어느 말이 앞서나갈지 예측하려 하거나 룰렛 회전원반의 속도가 느려져 구슬이 어느 구멍으로 들어갈지 거의 판단할 수 있는 순간에 참여해도 되는데 굳이 구슬이 던져지자마자 배팅을 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유리한 패가 들어올 때까지 마냥 기다렸다가 결정적으로 유리한 패가 들어왔을 때 비로소 참여해도 되는데 매번 게임에 참여하는 것 역시 주식투자를 도박과 흡사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도박판이든 주식시장이든 살아남는 것이 미덕이고 돈을 버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된다. 도박판에서는 이 궁극의 목표 달성을 위하여 적외선 카메라를 동원하고 패를 바꿔치기 하는 등 온갖 파행을 저지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전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도박판과 달리 주식시장은 물리적 기술이나 속임수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변수를 헤아리는 고도의 정신적 판단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동욱 SK증권
순천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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