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주식투자는 배당금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세차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일종의 제로섬게임의 성격을 지닌다. 이는 내가 이득을 거둔다면 그 이득은 누군가의 피눈물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욕망이 들끓는 치열한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고, 이 전쟁터에 임하는 투자자의 자세는 평상시의 그것과 사뭇 달라야만 함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주식투자에 임하는 투자자의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일개 병졸이 아니라 전쟁을 총괄하는 총사령관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그저 평범한 가장이고 사회적으로도 역시 장삼이사의 생활인이라 하더라도 투자에 임할 때는 자신의 총자산을 동원하여 전쟁을 치르는 최고사령관이 되어야만 하고 총사령관에게 부여된 가장 큰 책무는 바로 그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최선책은 무엇일까. 최고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의 모공 편에 “知可以與戰不可以與戰者勝(지가이여전불가이여전자승)”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않아야 할 때를 아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인데 주식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종목의 선정이나 매매가 아니라 바로 투자시점인 것이다. 지금이 주식투자에 나설 때인가, 아니면 쉬어갈 때인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기관이나 펀드는 시장이 좋건 나쁘건 무조건 들어가야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경우 스스로 가장 유리한 순간에 뛰어들거나 나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그 이점을 활용하여 지금이 뛰어들 순간인지 쉬어갈 순간인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축구선수 펠레는 3차례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 마침내 조국 브라질에 줄리메컵 영구 소장이라는 영광을 헌정한 바 있으며 전 세계인들로부터 축구황제로 칭송받고 있다. 펠레의 공헌이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에 절대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펠레의 공 점유시간이 팀 내에서 가장 적다.

훌륭한 축구선수는 경기 내내 볼을 몰고 뛰어다니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의 전체 흐름을 꿰뚫어보며 공이 지나는 길목에서 머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수비수를 허물며 마침내 골을 넣는 선수이다.

주식투자 역시 마찬가지로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자주 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아니다. 지수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며 적은 수익을 좇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사람은 더욱 아니다.

진정 승리하는 투자자는 시장 전체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스스로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투자에 나선다. 수시로 주식매매를 반복하는 사람 중 시장에 오래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어부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으려 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지금이 고기잡이에 적당한 때인지 아닌지의 여부다.

집에 아무리 먹을거리가 떨어져 당장 고기잡이에 나서야 할 상황일지언정 폭풍이 불어오고 태풍에 바다가 뒤집어지고 있을 때에는 고기 몇 마리 잡아 보겠다고 바다에 나가지 않는다.

농부 역시 계절을 살펴보고 지금이 씨를 뿌릴 때인지 추수를 할 때인지를 우선 가늠한다. 또한 파종을 하고 수확하는 등 결정적이고 실질적인 농사일에 몰두하는 시간은 일 년 중 불과 며칠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주 지수는 한동안 잊고 있던 수직낙하의 아찔함을 보여주었고 투자자들은 고통스러운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이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과거의 쓰라린 고통으로부터도 무언가 교훈을 얻어내며 이것이야말로 시장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미덕인 것이다.

2011년의 이 뜨거운 여름, 우리가 지나고 있는 것은 고통스러운 수렁의 한복판일까 혹은 빛나는 미래가 시작되는 변곡점일까.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조선기 SK증권
분당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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