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소비는 ‘제2의 수입’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한다. 건강, 승진, 공부 등 목표는 다 다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소망하는 분야는 돈과 관련된 것. 집이나 차를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지갑을 두텁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은행적금 등을 붓거나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돈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요즘처럼 불경기에선 더욱 그렇다. 따라서 돈 버는 일 못잖게 지출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잘 쓰기는 곧 재테크의 지름길이다. ‘제대로 된 소비’는 ‘제2의 수입’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돈을 잘 쓰려면 뭣보다도 알뜰경제생활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조건 안 먹고 안 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써야할 땐 쓰되 당장 급한 일이 아니면 지갑을 열지 말아야 한다. 즉흥적인 지출은 후회를 낳는다. 백화점보다는 할인매장을 찾고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할인점을 찾을 때도 식사를 하고 가는 게 지혜다. 배가 고프면 이것저것 무분별하게 사고, 매장에서 군것질거리를 사먹게 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장바구니를 챙겨가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물건을 담을 비닐봉지를 사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장바구니 수만큼 돈을 깎아준다. ‘티끌모아 태산’이란 속담을 새겨보라는 얘기다.

돈은 애인과 같은 것이다. 사랑하는 만큼 보답해주고 무관심한 만큼 냉랭하다. 따라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돈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우는 게 급선무다. 돈 벌기에 무의식적 혐오감을 갖고 있다면 돈은 다가오지 않는다. 모든 재테크 베스트셀러에서 제1원칙으로 꼽는 것도 돈을 사랑하라는 것. 그 가운데서도 잔돈을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돈도 아끼지 않는 게 사람 심리다.


잔돈, 푼돈을 가볍게 봐선 곤란

재테크분야 스테디셀러 <한국의 부자들>에 나오는 모든 부자들은 돈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소한 생활용품을 사는 데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충동구매란 없다. 이들이 여전히 부자인 것은 수입을 늘리면서도 지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관리하는 게 몸에 밴 덕분이다.

또 하나 실천할 일은 지출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가계부와 차계부 등이 해당된다. 매일 얼마씩 썼고 운행했는지, 남은 돈과 연료를 맞춰보는 일종의 생활자료다.

여성들에게 주로 해당되긴 하나 남성들도 실천하면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된다. 가계부, 차계부를 기록하면 돈과 연료를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알고 허투루 쓰는 일이 준다.

그러나 가계부, 차계부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모른다. 특히 직장여성 그렇다. 매일 저녁 혼자서 가계부를 쓰는 게 피곤하고 짜증난다. 그래서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고통 없는 소득은 없다’고 생각하고 정초부터 초지일관 버텨내야 한다.

게다가 요즘은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의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돈을 쓰는 형태가 다양하다. 신용카드로, 체크카드로, 현금으로 쓴 돈을 적고
잔액을 맞추는 일은 골치 아플 것이다. ‘가계부, 차계부 쓰기를 포기해버릴까’하는 생각의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러면 가계부 쓰는 귀찮음을 줄이면서 쓰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아낄 수 있는 지름길은 없을까. 답은 예산범위에서 쓰기다. 예산은 한 달에 한번 짜면 된다. 매달 초 예산을 세워 항목별로 쓸 돈을 정해 놓고 한 달간 그 범위 안에서만 쓰면 불필요한 돈을 막게 된다.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은 뻔하다. 크게 볼 때 △식료품비, 관리비(전기료, 수도비 등 포함) △생활용품비(세제, 치약, 샴푸 등) △교육비
(학원비 포함) △문화생활비(신문구독료, 도서구입비, 영화관람료, 여행경비 등) △외식비, 교통비(대중교통비와 자가용 차 주유비 등) △전화·통신비(인터넷접속료, 휴대폰비 등) △보험료 △기타 소액지출(경조사비, 미용실이용료 또는 이발비 등) 등이다. 정기지출은 매달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최소한의 돈이다.

반면 의료비, 의류비, 내구성 생활용품비(가구, 가전제품) 등은 정기적 지출이 아니다. 비정기성 지출은 예산을 짜서 대비할 수 있는 자발적 지출과 예산을 세울 수 없는 비자발적 지출이 있다. 옷, 가구, 가전제품, 자동차보험료 등은 언제 어느 정도로 잡아야할 지 지출안을 짤 수 있다. 이와 달리 의료비는 언제,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어갈지 알 수 없는 비자발적 지출이다. 몸이 갑자기 아플 수 있고 사고들이 예고 없이 생기는 까닭이다.

다달이 고정으로 쓰이는 생활비는 항목별로 구체적인 예산을 세워 써야한다. 예산을 짤 땐 매달 나가는 돈의 액수가 비슷한 것과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누면 된다. 관리비는 난방비가 드는 겨울철과 안 드는 여름철엔 차이가 나지만 대충 얼마 쯤 나간다는 게 비슷하다.

교통비, 전화·통신비, 학원비, 보험료, 부모님 용돈도 마찬가지다.


예산은 매달 짜는 게 바람직

이렇게 매달 비슷한 액수로 꼭 써야할 공과금성 지출은 항목별 예산을 짠 뒤 월급을 받으면 여기에 필요한 돈을 따로 떼어 보관해둔다. 이런 비탄력적인 정기지출통장을 따로 만들어 둔 뒤 써야할 때 찾아 쓰거나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편하다.

여기서 염두에 둘 점은 철저한 통장관리다.

지출항목에 연연하지 말고 매달 비슷하게 쓰는 돈으로 갑자기 줄이기 힘든 돈과 가족들 의지에 따라 융통성 있게 쓸 수 있는 돈을 구분해 관리하라는 것. 문화생활비는 책구입비와 영화관람료, 여행경비 등 대부분이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는 지출이지만 문화생활비 중 신문구독료는 비탄력적이다. 매달 똑같이 나가 조절하기가 어렵다. 신문구독료는 따로 계산해 비탄력 정기지출통장으로 관리해야 한다.

옷, 가구, 여름 휴가비처럼 매달 쓰는 돈은 아니지만 분기별 또는 연간단위로 써야할 돈 역시 비정기 지출통장을 만들어 관리한다. 가족들 여름옷을 산다면 석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워 3개월간 필요한 돈을 비정기 지출통장에 모으면 된다. 의료비 같은 것은 비정기적, 비자발적 지출로 예상할 수 없는 지출이다. 이런 비정기적, 비자발적 지출을 위해 필요한 게 보험과 비상금이다. 사고와 질병에 대비, 적당한 보험가입과 비상금통장을 따로 만들어둬야 한다. 통장엔 한 달 반에서 석 달 정도의 월급을 모아둔다. 이렇게 예산을 짜서 관리하면 새는 돈을 줄이
고 충동구매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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