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하락 이대론 안 된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대책 완화 움직임과 관련해 그동안 주택시장에 짙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수도권과 충청권 등 투기과열지구 해제 대상에서 탈락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6월27일 대구, 부산, 광주 및 경남 양산시 등 24개 시.군.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미분양 물량이 급증해 침체에 빠져 있는 지방 주택경기의 추가적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지방의 미분양 가구 수는 7만3162가구로, 이번 해제 조치로 이 가운데 약 30%인 2만6240가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 부산, 광주, 양산지역은 기존 미분양 물량의 80.5%가 해제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주택 수요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겨우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미분양보다 기존 집이 안 팔려 잔금을 못 내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주택 업체도 미분양 물량 해소에 도움은 되겠지만, 죽어가는 지방 주택 경기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대출 규제를 풀고, 양도세를 완화해 기존 주택 거래의 숨통을 트여 주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계약, 곧바로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효과

그밖에 ▲1가구 2주택자의 1순위 청약허용 ▲지역·직장조합·재건축조합의 분양권 전매 가능 ▲민간주택 85㎡(전용 25.7평) 이하 주택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주택 경기 부양을 위해 합법적으로 투기를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돼도 LTV규제(집값에 따라 대출금을 제한하는 제도)가 그대로 남아 집값의 최대 6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일부 가수요자들의 계약이 늘어나 미분양을 줄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과열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 수요자 입장에선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돼도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돼 시세보다 20~30% 싼 아파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도 미분양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기존 주택 가격은 하락세가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 집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 높아

그런 만큼 분양권 전매를 겨냥한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지방 시장은 전반적으로 주택공급이 많은 반면 지역경기 침체로 주택수요가 적은 만큼,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며 “앞으로 2~3년을 내다보고 교통이나 교육여건이 좋은 지역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투기과열지구 해제에서 빠진 충청권이 언제 해제될지도 관심이다.

충청권은 입주 때까지 전매가 금지돼 최근 분양된 천안시의 아파트 계약률이 10~30% 수준일 정도로 침체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내 해제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상반기 지방에서 유일하게 가격이 오른 울산과 행정복합도시·아산신도시 분양 등 개발호재가 많은 충청권은 내년에야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충청권이 과열될 경우, 인접 수도권으로 집값 오름세 심리가 확산될 수 있어 충청권 규제 완화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청권 주민들은 미분양이 쌓이고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에서도 벗어나는데 이번 해제대상에서 빠진 이유가 뭐냐며 반발이 거세다.

특히 충청권은 타 지방의 경우 계약 후 1년이면 전매가 허용됐는데 이곳만은 입주 때 까지 금지돼 있다.


충청권은 연내 해제 어려워 지역민들 반발 거세

앞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도 지방 비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 아파트는 전매제한 기간이 계약 후 6개월, 다른 투기과열지구는 1년이지만 충청권만은 유독 입주 때까지이다.

따라서 지방의 주택경기를 살리려면 이에 대한 실질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2~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지방의 집값은 지금보다 더 규제를 푸는 게 주택시장 선순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양도세나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기존 주택이 거래되고 미입주 물량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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