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주택법 개정안 살펴보니

지난 17일 건설교통부가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와 공시제도 시행을 위한 주택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이에 대한 실효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개정의 골자는 민간택지 감정평가기준 및 절차, 실매입가 인정범위, 기본형건축비 조정범위 및 가산비 항목 확정, 민간택지 분양가 공시대상 지역,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방안 등이다. 개정법은 9월 1일부터 적용된다. 향후 주택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주택법 개정안을 짚어봤다.


분양가 상한제 25% 절감효과 있을까

건교부는 오는 9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동일 단지의 시세 수준에 비해서는 21~29%, 평균 25% 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본형 건축비도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마이너스옵션까지 선택한다면 5~10%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건교부 예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땅값 비중이 높아 현재보다 분양가를 10% 낮추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번 법이 당장은 예전에 샀던 땅에 대해 비용을 인정해준다는 점에 있으며 이로 인한 미미한 시세 인하는 최초 분양자의 시세차익만 보장할 뿐이라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옵션제로 오히려 비용 상승
건교부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가운데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서울 분양가 5억원 아파트를 기준으로 분양가와 취 . 등록세, 대출이자 등을 모두 감안해 약 1억4000만원이 절감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옵션에 따른 혜택은 5~10%로 추정되는 비용과 이에 따른 감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약 2000만원 전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마감재의 수준과 공사비용이다.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해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시공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가 단체로 자재를 구매할 때보다 비용이 더 들 수 있어 분양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시장의 관측이다.


‘반값아파트’ 10월 등장실효성은
건교부는 올 10월께 안산 신길 택지지구나 군포 부곡 택지지구 가운데 1개 사업장에‘반값 아파트’를 선보일 방침이다.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주택을 각각 200가구 이내에서 32평형(전용 25.7평) 단일평형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토지임대부는 건물만 분양하고 땅값은 제외되기 때문에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를 합쳐 평당 500만원 안팎이면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게 건교부 산출이다. 별도로 토지임대료로 월 40만~50만원을 내야한다. 토지임대기간은 30년이며 2년마다 평균지가변동률을 고려해 5% 이내에서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은 20년간 집값의 이자율만 인정해 환매해주는 기간을 거쳐 분양가상한제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토지임대부의 경우 건물값만 분양가로 내고 땅값은 월 임대료로 장기간 분납함에 따라 입주자의 최종 부담은 일반분양과 별 차이가 없다. 환매조건부는 일반 분양주택보다 분양가가 싸지만 20년 뒤에나 되팔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다.


당초보다 후퇴한 민간택지 값 오히려 독(?)
건교부는 이번 개정안에 사실상 당초 안보다 후퇴해 민간 주도 사업의 택지비 인정범위를 대폭 완화했다.

개정안은 택지비를 현실화해 민간업체가 지난 4월20일 주택법 공포일 이전에 매입한 땅은 증빙서류(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재가격)를 제출하면 매입가 전액을 택지비로 인정하도록 했다. 또 주택법 공포일 이후 매입한 땅도 감정가(감정평가액+가산비)의 120%까지 인정한다.

실 매입가를 택지비로 인정해주는 범위는 부동산등기법이 개정된 지난해 6월1일 이후부터 주택법이 공포된 올 4월20일 사이에 매입한 택지로
한정했다. 그 외는 감정가로만 택지비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완화조치로 택지비 거품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완화조치의 수혜를 받는 건설업계도 불만을 품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땅 매입작업에 들어가면 땅주인들이 감정가의 3~4배를 요구하는 경우도 흔해 실매입가에 제한을 둔다면 사업 말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주택법 개정안이 “민간건설업체의 아파트값 거품을 합리화하기 위한 물타기 용” 이며 “주택법 개정의 근본적 배경이 된 서민 주거안정과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전의 주택법 개정과정에서 공공택지 외의 택지비 산정시 매입가가 아닌 감정가를 기준으로 하는 등 ‘폭리 제거’에 실패했음에도 이번 개정에서도 이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이선근 본부장은 “기본형 건축비 등의 상한만을 규정한 상황에서는 실질원가조차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건축비를 둘러싼 거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후분양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번 개정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탁상용 행정 비난 거세
경실련은 택지비의 감정가 인정은 개발업자와 감정평가업계에 대한 특혜일 뿐이며 감정평가기관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이전까지 정부가 발표한 건축비는 평당 288만원이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위한 건축비를 책정하면서 만든 ‘새로운 건축비’는 기본형건축비만 340만원이고 가산비용을 추가하면 실제 분양가는 500만~600만원으로 만들었다고 경실련은 주장했다.

경실련 김성달 부장은 “서울시가 최근 발산, 장지택지개발지구 60개 아파트 분양원가와 택지조성원가도 26개 항목의 공개를 한 것처럼 정부도 공기관인 대한주택공사와 토지공사 주도의 공기업 분양가를 즉각 공개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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