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 시내 재정비 촉진지구 대한 부동산 투기가 강화된다. 서울시는 얼마 전 “앞으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에 따라 지정되는 재정비 촉진지구에 대해선 지구 지정 전이라도 투기 징후가 감지되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건축허가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후에야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과 건축허가 제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적극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제한을 지구 지정 전으로 앞당겨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구 지정 검토단계부터 투기자금이 유입돼 지가(地價)가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고, 지구지정 전에 단독주택을 헐고 소규모 다세대주택을 지어 소유권을 분할함으로써 분양권을 확보하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 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서울 성동구가 최근 성수1, 2가동에 대해 재정비 촉진지구 지정을 추진하면서 건축허가를 제한한 경우는 있으나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건축허가 제한을 앞당기는 것은 처음이다.

토지거래 허가 대상도 종전에는 면적 180㎡(54평) 이상이었지만 앞으로는 20㎡(6평) 이상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또 토지거래 허가를 받은 후에도 신고한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사후(事後)관리도 철저히 하기로 했다.

강화된 투기 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앞으로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될 곳과 3차 뉴타운 지구다. 또 2차 뉴타운지구 중에서도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재정비 촉진지구로 전환하는 곳도 규제 강화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시는 필요할 경우 현재 시와 자치구만으로 구성·운영되는 부동산 투기 단속체계를 검찰 경찰 국세청 부동산중개업협회 등을 포함한 합동 단속체계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뉴타운 사업의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심리로 생기는 투기적 수요를 근원적으로 없애고, 사업시행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원주민과 실수요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렇지 않아도 도촉법 시행(7월1일)에 따라 도촉 시범지구 지정에 지역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의 경우 ‘과연 어디가 될 것인가? 시범지구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상징적 의미가 강한 시범지구에 대해 강력한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으나 시범지정 보다는 추이를 지켜보고 차후에 2, 3차로 지정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높다. 따라서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계획이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은 기존 뉴타운 중 3차 지역 중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보도가 이미 나왔다. 얼마 전 서울시는 녹지축 계획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며 도심상권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오세훈 시장이 공약사업으로 밝힌 세운상가 일대의 시범 재정비촉진지구 예정지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난 9월7일 지정됐다. 정비사업 예정지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시범지구 지정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도 적잖아 보인다. 이번 시범지구 지정은 왕십리 은평 길음 등 3곳의 1차 뉴타운 시범지구 지정 때의 분위기와 비슷한 모습이다. 그 당시에도 투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부에서 형성됐었다. 이번에도 그러한 향방(向方)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시범지구 지정이 예상보다 무척 좋아진 주거환경을 만들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규제가 많아 부동산 거래에 있어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는 차이만 있을 뿐 그 향방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그때나 별반 차이가 있다.

일부 뉴타운 지역에선 시범지구 지정을 기정사실화해 이미 들떠있는 분위기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에선 도촉법에 의한 시범지구 지정에 의할 경우 20㎡ 이상의 물건은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해 대지 지분이 20㎡ 이상의 물건 거래는 기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자칫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가 시범지구 지정 지역에 거주하는 소시민들의 재산권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촉법의 취지 자체를 살려 효과적인 진행이 되기 위해선 강남 주거문화에 견줄만한 지역이 우선 지정되어야 한다.

시범지구의 지정 목적은 도촉법에 의한 광역적 도시재정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추진 체계와 방법인 점을 감안, 시범지구를 선정하여 지원함으로써 재개발 등 각종 정비 사업을 광역적 계획을 통해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조기에 확립하는 한편 서울 강북 등 주거환경의 획기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가시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데 있다.

이에 건설교통부에선 가장 적합하고 모범적인 시범지구를 마련했는데, 그 기준은 ▲조기에 가시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구 - 광역적 기반시설의 조건이 비교적 양호하여 기반시설의 부분적 개선·보완으로 조속히 재정비촉진사업을 착수할 수 있는 지역 - 재정비촉진구역이 재정비촉진지구 면적의 일정 비율(1/2) 이상 되어 재정비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지역 ▲주민과 해당 지자체의 사업추진 의지가 강한 지구 - 주민 동의율 정도, 지역주민과 관련단체 등의 참여열기가 높은 지역 - 지자체의 추진기획단 등 추진기구 설치, 예산확보계획 수립 등 지원을 위한 추진체제 등을 갖춘 지역 ▲특별법에 의한 재정비촉진계획 수립 내용 및 추진체계 등에 있어서 충실성이 높은 지구 - 지구간 간선교통망과 지구 내 생활권 기반시설의 획기적 확충 및 개선과 주택공급확대라는 특별법의 근본 취지를 적극 수용하는 지 여부 - 친환경, U-City, 문화·복지 인프라, 녹색교통, 도시경관, 주택유형의 다양성, 자족성 등 측면에서 미래지향적 도시 및 주거환경 계획 수립 여부 - 안정적·효율적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총괄계획가 및 총괄사업관리자 지정여부 - 지구에 대한 세계적인 매력적 이미지 창출을 위해 지역특성을 대표하는 특정시설에 대한 국제공모 시행여부다.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서울시내에 2~3개 시범지구를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건교부에선 9월말까지 시범지구를 확정할 계획임을 이미 밝혔다. 시범지구로 지정되든 안 되든 간에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모든 곳이 빨리 진행돼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고 부동산 거래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거래가 활성화 돼야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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