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꼬리 내린 ‘지역균형발전’

지역 발전수준을 따져 법인세 등을 차별화하는 내용의 `2단계 균형발전정책`이 슬그머니 무산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여야 정치권도 정부가 내놓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하 균특법) 개정안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 관련 부처에서도 `정기국회에서 법통과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2단계 균형발전정책의 좌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현실을 무시한 아마추어리즘이 무책임한 `용두사미(龍頭蛇尾)`식 정책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월6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균특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인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도 `기준이 자의적이고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일정과 23일 께 폐회할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2단계 균형발전정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정안 심의를 맡은 국회 산자위 구성을 살펴봐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산자위 위원 22명 가운데 수혜지역으로 분류되는 1그룹(낙후지역)과 2그룹(정체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2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피해지역으로 분류될 수 있는 3그룹(성장지역), 4그룹(발전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20명에 달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균특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면 정치 일정상 내년 4월 총선 이후에나 재론이 가능할 전망이다. 새로 들어서는 국회와 행정부가 참여정부의 `2단계 균형발전정책`을 원안 그대로 추진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전국의 시ㆍ군ㆍ구를 4단계로 나눈 지역분류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고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경제적 분석이 미약해 별다른 정책효과 없이 1조원의 세수 감소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균특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을 상대로 마지막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며 "통과 전망이 어두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전국 234개 시ㆍ군ㆍ구를 지역발전도에 따라 낙후(59개) 정체(55개) 성장(62개) 발전(58)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분류 결과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및 건강 보험료 경감 등의 혜택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단계 균형발전정책이 실시되면 수도권 중소기업은 현저하게 역차별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참여 정부 임기와 대선 일정 등 여러 여건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순진무구한 아마추어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토지보상이 지지부진한 대구, 울산, 전북 전주·완주, 충북 진천·음성, 강원 원주 등 혁신도시 5곳의 착공식이 내년으로 연기될 전망이다. 당초 토지보상 수준과 관계없이 연내 혁신도시 착공식을 치르려던 정부가 보상률이 50% 이상 진전된 이후 행사를 개최키로 새로운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건교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혁신도시 예정지의 협의 보상이 50% 이상 진행된 이후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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