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빙하기 언제까지…

최근 건설ㆍ시행사들이 아파트 사업을 포기하고 신규 용지확보에 손을 놓으면서 내년 봄 이후 아파트 공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미분양 사태가 확대되고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건설ㆍ시행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서 오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내년에는 전체 주택공급 중 4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이 상당 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줄을 잇는 건설사 부도가 내년 아파트 공급 축소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11월 들어 일반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13곳씩 26곳이 문을 닫았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네거리에는 1만9800㎡(6000여 평)의 빈 땅이 있다. 대구 최고 요지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 땅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나서기로 했던 농협 등이 발을 빼는 바람에 잠을 자고 있다. 최근 시행사들이 아파
트를 짓기 위해 신규 용지를 확보하는 작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PF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용지에서도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 신청 등을 끝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사업장에서만 사업을 계속할 생각을 하고 있고 초기 단계인 사업지는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패 신화를 써오던 `약속의 땅` 공공택지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에서 고가에 땅을 매입한 시행사도 골치를 앓고 있다.


공공택지에도 불길 옮겨 붙어

2005년 6월, 서울시에서 뚝섬 4구역을 고가인 4440억원에 매입한 피앤디홀딩스가 그런 사례다. 피앤디홀딩스는 2년여 동안 잔금 납부를 미루다 계약자 권리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공공기관이 조성한 토지의 고가 낙찰이 시행사의 자금 압박을 부르고 있는 것은 정책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판교신도시 역세권 PF 사업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 토지공사 등이 추진하고 있는 공모형 PF 사업의 땅값도 너무 높게 낙찰돼 앞으로 시행사 측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교 PF 사업지는 3.3㎡(1평)당 5400만원, 용산 국제업무지구 PF 사업지는 3.3㎡당 7405만원에 팔렸다.

특히 건설사들은 PF 대출자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에 시행사들이 휘청거리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김신조 내외건설 사장은 “토지공사나 주택공사와 땅 계약을 했다가 땅값을 제때 내지 못해 연체하고 있거나 주공이나 토공에 계약 포기를 통보하는 업체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 관계자는 “연체나 계약 파기는 그 업체의 신인도와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알려주기 어렵다”면서도 그런 사례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몰아닥친 불황 여파로 쓰러지는 건설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중소 건설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이달 들어 16일까지 부도 난 건설업체는 일반건설업체 13개, 전문건설업체 13개 등 26개 업체에 달했다.

11월에 부도 난 일반건설업체는 10월 한 달간 부도업체(10개)를 이미 넘어선 것이며 올해 들어 부도 난 일반건설업체도 102개로 작년 연간 부도업체(106개)에 육박하는 등 건설업계의 부도 도미노 현상이 뚜렷하다.


11월 들어 26개 건설사 부도

올해 들어 지금까지 부도 난 전문건설업체는 모두 129개로 집계됐다. 사정이 이렇게 악화되면서 부동산 정책을 지역별 수급 특성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강운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1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 “부동산 대출규제, 전매제한, 부동산 세제 등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규제가 지방 주택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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