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이명박 정부’ 부동산정책


강남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재건축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호가가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 영향이 그대로 부동산시장에 투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통 오전 9시 이후 문을 열던 공인중개업소들은 대선 이후 7시부터 문을 열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급매물이 나오면 바로 연락을 달라”는 매수 문의전화가 대부분. 한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급매물이 없어진 지 벌써 2∼3주가 지났다”며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활기 띠는 공인중개사 사무실

참여정부 막바지 들어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연립·빌라 등 노후주택이 몰려 있는 강북권 재개발단지들은 벌써 호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당선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당선자는 민간부문의 시장 자율성을 보장해 부동산시장 질서를 재확립하겠다며 친시장적 주거복지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그는 수도권 신도시 개발보다는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피력했다.

이를 위해 이 당선자는 용적률을 10% 이상 상향조정하는 방법으로 재건축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토지이용 효율화 측면에서 용적률을 풀어 공급 가구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장기보유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하고 주택보유기간이 늘어날수록 양도세를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강남 재건축단지들은 세금 회피성 급매물이 속속 사라지는 등 벌써 들썩이고 있다. 용적률 상향 조정을 건설교통부에 건의해 놓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42㎡는 하루 사이에 3000만원이 오르면서 7억9000만∼8억1000만원, 59㎡는 14억8000만∼15억3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송파구도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심상치 않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1차 56㎡는 이번 주에만 2000만원이 올라 7억3000만∼7억6000만원, 잠실동 주공5단지 112㎡는 2500만원 오른 11억8000만∼12억3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저밀도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한신1차 105㎡도 이틀 사이에 14억5000만∼14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다.

노후주택이 몰려 있는 용산구 서계·청파동 일대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여서 대지 지분 33㎡ 이상인 소형빌라는 3.3㎡당 3700만∼4700만원, 대지 지분 19.8㎡(6평) 미만은 5000만∼6000만원을 호가한다. 이는 지난주보다 500만∼1000만원이 오른 것.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하루 새 매물이 모두 들어가면서 시세보다 3.3㎡당 300만원을 더 얹어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왔는데도 팔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집값폭등 학습효과가 큰 교훈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지만 일부에서 기대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세금부담 완화는 시장 안정이 전제돼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집값이 불안해질 경우 다시 ‘원위치’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집권 초기 강남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전무는 “세금 규제는 잘못 풀면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정권이 안정되고 집값도 안정기조를 보이는 시기에나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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