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리시 현장취재

#1.“서울~포천 민자고속도로는 구리시민을 위한 도로가 아닙니다. 구리시의 자랑인 장자못까지 훼손하면서 구리시를 관통하는 도로 건설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에서 만난 조모씨의 말이다. “계획이 백지화 되거나 구리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변경 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반대운동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도시인 구리시는 현재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2.구리시 인창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포천 민자고속도로 반대운동에는 서명했지만 인창동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민자고속도로 건설로 인한 인창동의 아파트 시세 하락에 대한 걱정을 일축했다. “인창동의 아파트 값은 6,8호선 연장으로 더욱 상승할 것” 이라며 오히려 교통환경 개선으로 아파트 시장 분위기의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처럼 서로 다른 교통개발계획이 구리시를 웃고 울게 만들고 있다. 지하철 및 철도 연장과 서울~포천 민자 고속도로가 바로 그 것. 경춘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의 구리와 남쪽의 구리가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현장을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직접 찾았다.


◆지하철, 철도 연장 등 교통 호재 기대하는 ‘북’구리=

현재 인창동의 부동산 시장은 잠잠하다. 인창뉴타운, 8호선 연장선 확정 등의 개발호재가 발표 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인창동 H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2006년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차례 손을 탔기 때문에 아직은 조용할 때”라며 “지금 한두 개씩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
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남 집값 하락에 이어 승승장구하던 강북 집값 마저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도 아닌 구리시의 소형아파트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유는 소형아파트가 많은 ‘북’ 구리의 각종 교통호재가 주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스피드뱅크에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구리시 인창동 주공1단지 79㎡(24평형)의 경우 2억3000만~2억5000만원, 대림e-편한세상2차 79㎡(24평형)의 경우도 같은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구리시가 교통개발계획에 크게 반응하는 이유는 서울과의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교통 환경이열악해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핵심라인으로 꼽히는 경의선과 중앙선, 경춘선 복선전철, 별내선 중 세 노선이 구리역을 운행 중이거나 통과할 계획이다.

‘북’구리에 속하는 인창동이 고대하고 있는 개발 사업 중 가장 가시화가 빠른 사업은 지하철 8호선 연장사업이다.

암사~구리~별내에 이르는 구간을 8호선으로 연결하는 사업으로 구리시를 통과하는 구간은 약 8.4km, 전체의 약 74%에 이른다. 2013년까지 완공예정
으로 조기착공 가능성도 보인다.

구리역과 농산물 도매시장이 속한 ‘북’구리의 교통 호재는 이뿐 만이 아니다. 복선화된 경춘선이 망우~춘천 사이를 운행하면서 구리역을 통과하고, 지하철 6호선이 신내역과 구리도매시장역(별내선 예정역) 구간에 연장 건설되는 계획도 국토해양부에서 수렴, 검토되고 있어 인창동은 트리플 역세권으로 거듭 날 전망이다.


◆고속도로 건설로 성난 ‘남’구리=

인창동이 교통개발 호재를 업고 기대감에 부푼 반면, 반듯이 정리된 도로, 뛰어난 자연환경과 조망 등을 갖춘 구리시의 부촌인 토평지구 및 인근 마을
주민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그 동안 토평지구는 인접한 강남권과 시세흐름을 함께하면서 2006년 구리시를 집값 급등 지역 빅3 반열에 올렸던 일등공신이었다. 이러한 이력을 지닌 토평지구가 지난 6월 서울~포천 민자고속도로 노선이 윤곽이 드러나면서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예정노선이 장자호수공원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발표되었기 때문.

이에 맞서 ‘남’구리 주민들은 민자고속도로 반대서명운동과 22일째 계속되는 반대 1인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교문동 한가람 아파트 주민인 김모씨는 “구리시민은 기존도로를 이용해 충분히 의정부, 포천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서울시민을 위해서 구리시를 양분하는 도로를 용납할 수 없다. 끝까지 결사반대에 나설 것이다. 물리적인 방법이라도 쓰겠다.”고 말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 24일, 구리시민들이 서명해 제출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안’도 기각돼 구리시에 불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노선 변경의 가능성이 남아있고 구리시민들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 교문동, 수택동 및 토평동의 아파트 시세는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고속도로 건설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택동의 금호베스트빌 135㎡(41평형)의 시세가 7억~7억5000만원에서 변동없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교문동의 E공인중개업소 대표 조모씨 역시 “구리시민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어떻게 실행되겠나. 무산되거나 노선이 변경될 것이다.”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렇듯 강력한 구리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포천 민자고속도로가 건설된다면 ‘남’쪽의 구리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장자호수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기존안이 실행될 경우 토평지구의 집값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비록 1km구간을 우회하는 변경안이 채택된다고 해도 아파트 7층 높이로 건설되는 고속도로가 한강조망을 가려 예전의 토평지구의 명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구리시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 “뉴타운”=

구리시에 부는 개발 바람 중 가장 거센 것은 뉴타운이다. 인창동/수택동으로 대표되는 구시가지와 택지지구 지정으로 개발된 신시가지로 이원화된 공간구조를 정비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이명박 정부의 도심재개발 추진으로 서울권역의 재개발 지분시세가 상승해 투자가치 떨어지면서, 구리시 뉴타운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울로의 접근성도 좋은 경기지역의 뉴타운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현정부가 출범 하기 바로 전에 33㎡미만의 소형 빌라 지분시세가 3.3㎡당 1200~15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현재는 20㎡미만의 지분시세가 3.3㎡당 2500~3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수택동의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촉진지구로 지정되고 가격이 조정된 후 아직 사업 진척이 없어 거래는 뜸한 편”이라며 “곧 정비계획이 발표될 예정인만큼 사업이 한 단계 진행되면 다시 한번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구리시의 뉴타운은 경춘로를 사이에 두고 인창지구와 수택지구로 나뉘어 시행될 예정이다. 인창지구는 대부분 실수요 위주의 주택, 빌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유흥업소, 시장 주민들로 인해 재개발사업 진행에 난항이 예상되는 수택동의 뉴타운 보다 사업진척이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 및 투자 유의점=

현재 구리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서울~포천 민자고속도로의 건설 가부(可否)가 구리시에겐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 고속도로가 현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토평지구의 집값 하락은 물론이고 구리시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6호선 연장건의 경우 광역철도사업이 아닌 도시철도사업으로 결정된다면 재정자립도가 40% 안팎에 머무는 구리시가 포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구리시의 개발 파급력도 점검해 봐야 할 사항이다. 구리의 시가지가 작아 현 시점에서 대규모 개발이 불가능하다. 또한 구리시 일대가 개발제한구역(64.9%), 군사보호구역(33%)등으로 지정돼 있어 주변지역으로 개발 파급효과가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구리시 개발 구심점인 뉴타운 사업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지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도시생활에서의 염증을 느끼고 자연친화적 거주공간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 뉴타운, 광역교통망 개발 등에 대해 구리시의 시행 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투자가치 면에서 구리시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다. 서울의 강북, 강남권으로의 진입이 용이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구리 뉴타운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의 경우, 지분시세 차익을 목표로 한다면 상대적으로 사업진행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인창지구를, 실거주와 투자를 함께 노린다면 비교적 낙후도가 낮고 기반시설이 잘 정비된 택지지구 인근의 수택지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기존 아파트의 매입을 원한다면 상황의 진행상황을 지켜 본 뒤에 나서는 것이 안전하다.

서울~포천 민자고속도로의 노선이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구리시의 운명이 결정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고속도로의 노선이 구리시에 유
리하도록 확정되더라도 묻지마 투자는 금물.

2006년 시세급등과 같은 폭의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투자목적보다는 실거주를 전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구리시 토평지구는?

구리시 토평지구는 2002년 준공된 택지개발지구이다. 좋은 자연환경과 서울 강북,남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도로환경과 대중교통의 취약성 등의 이유로 저평가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4~5년 동안 43번 국도 확장, 중앙선 개통, 암사대교 건설, 8호선연장 확정 등으로 교통환경이 개선되고 한강조망단지가 인기를 끌면서 높은 시세 상승을 보였다. 이후 인접한 강남권과 시세 흐름을 함께하여 2006년 집값 급등 지역에 손꼽히기도 했으나 최근 장자호수공원을 가로지르는 노선의 서울~포천 민자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발표돼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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