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집값 고공행진… 이유 따로 있다


그동안 서울과 멀리 떨어진 데다 교통마저 불편해서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던 양주시가 올 들어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며 주택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올 상반기 떠들석한 집값 상승의 주인공이었던 강북권이 최근 크게 주춤해진 사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간 양주시는 올 들어서만 2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변방의 소외주… 올 상반기 최고 상승 지역 ‘점프’

지난 2003년 10월에 시로 승격된 양주시는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동안에도 거의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주택시장 열기가 서울 전역을 비롯해 수도권과 지방까지 확산될 때조차도 양주시에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 이후부터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올 들어서는 현재까지 아파트값이 19% 치솟으면서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경기도 전체 평균이 1.88%에 불과한 것에 비하며 무려 10배 가까운 수치다.

최근 1년 사이에만 보통 2배 가량씩 가격이 뛰어올랐다. 백석읍 세아1차 102㎡는 작년 9월 불과 5800만~6800만원이던 매매가가 현재 1억2000만~1억4000만원까지 상승해 2.5배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도권 인기지역으로 ‘버블세븐'으로 지목될 만큼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왔던 분당과 용인 등 경기 남부권 아파트값이 올 들어서만 20~30% 이상씩 빠지는 등 폭락 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이는 전세값도 마찬가지. 양주는 연초 이후에만 9.13% 올라 경기 지역 전체 평균(1.85%)을 크게 웃돌면서 매매가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오름세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여름 이후 비수기 영향과 급등한 호가에 대한 부담으로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거래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수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아파트값이 가장 높은 곳은 삼숭동 일대다. 이 지역은 평당 평균 780만원으로 양주시 전체(653만원)보다 높다. 삼숭동 자이는 양주 지역 최고가 아파트로 평당 가격이 900만원을 훨씬 호가한다.


양주시 최고가 아파트인 삼숭동 양주자이의 경우 1단지 148㎡ 분양 당시 가격이 3.3㎡당 450만원에 불과했으나 현재 매매가격이 4억~4억5000만원선으로 3.3㎡당 1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다.


저가 메리트 부각… 강북바람타고 투자 수요 가세

오랜 기간 좀처럼 가격이 움직이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수요자들에게 가장 큰 메리트가 됐다.

작년초만 해도 3.3당 매매가격이 418만원으로 경기 지역 가운데 최저가 지역에 속했고, 올해 초 513만원으로 100만원 이상 껑충 뛴 상태에서도 경기 지역 전체 평균(954만원)에 비해 절반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서울 강북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양주시 일대로 눈을 돌리는 매수자가 크게 늘어난 점도 원인이 됐다.

강북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저하되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들로 수요자들이 눈을 돌리면서 상승세가 외곽지역으로 옮겨갔기 때문. 이처럼 서울 강북권과의 동반 상승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전에 없던 투자 목적의 수요까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로 실수요를 중심으로 한 거래가 전부였던 이 곳이 투자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

양주시 삼숭동 부동산공간 관계자는 “전세를 끼고 사두려는 투자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의정부나 서울 강북권 거주자 뿐 아니라 심지어 지방에서도 원정 투자에 나서는 경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형 주택 수요 집중… 매물 품귀 속 상승세 지속

서울 강북권과 마찬가지로 소형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도 가격 상승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신혼부부를 비롯해 서울에서 소형 주택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외곽으로 확대되면서 수요에 비해 매물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66㎡ 이하 아파트의 경우 43.22%나 뛰었고, 66㎡ 이하~99㎡ 미만 아파트도 28.67% 상승해 소형 아파트가 전체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백석읍 일대 한빛공인 관계자는 “소형은 매수세가 많아 거래도 활발했다”며 “기다리는 사람은 줄을 섰지만 지금은 물건이 아예 하나도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 기대감 및 택지지구 고분양가도 상승세 한 몫

그간 개발 불모지였던 양주시에 새롭게 조성되는 대규모 택지지구들도 인근의 낮은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지난해 10월 분양된 양주고읍지구는 평당 750만~760만원선에 분양돼 고분양가 논란 속에 대거 미분양 사태를 빚었지만 최근 미계약분들이 대부분 소진된 것을 비롯해 고읍지구와 접해 있는 주변 지역 집값이 대부분 상향 조정되는 효과를 일으켰다.

148만6145㎡에 8700여 가구가 들어서는 고읍지구는 가장 먼저 개발이 시작돼 현재 아파트 공사가 한창으로 이미 가구당 5000만원의 웃돈까지 붙어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덕정역 인근 옥정동 일대 700만5000㎡에 3만5000가구가 들어서는 옥정신도시 개발이 본격 시작되면서 기대감도 한층 더 커졌다. 2010년 6월부터 주택을 공급할 예정인 가운데 이 곳 역시 분양가격이 900만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주변 집값 상승에 더욱 부채질을 하게 된 것.

고읍동 TS푸른솔1차 76㎡는 1년새 7200만원이 올라 현재 1억5000만~1억7000만원선이며, 현대 105㎡는 작년 9월 1억3700만원이던 매매가격이 8300만원이 올라 2억4000만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옥정신도시 원주민들의 이주수요도 매물 부족에 한 몫을 했다. 옥정신도시 토지보상까지 맞물리면서 투자와 실거주 목적을 겸해 매입에 나서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주변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하지만 워낙 아파트 단지 자체가 드물고, 나오는 매물도 거의 없어 매도 호가 중심으로 시세가 오르고 있다.


편리해지는 교통… 실수요자들도 관심

예전에 비해 교통이 편리해지고 있는 점도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 사실상 수도권 남쪽의 화성이나 평택 등에 비해 서울과의 거리가 더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그간 교통이 불편해 심리적인 거리감이 훨씬 컸던 것이 사실. 그간 서울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지하철 1호선 하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경원선 덕계역이 개통하면서 덕계동 일대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인 것을 비롯해 외곽순환도로 사패터널 구간이 개통하는 등 교통여건이 개선되면서 실거주 차원에서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도 부쩍 늘었다.

여기에 경원선 복선화와 의정부, 동두천을 연결하는 도로가 한창 공사중이고 동부간선도로와 이어진 국도 3호선 우회도로도 완공 시점이 머지않아 인근 지역은 물론 수도권에서 관심을 갖는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인근 중개업소들은 내다봤다.

전세값도 매우 저렴해 신혼부부를 비롯한 젊은 수요층은 물론 강북권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이주수요에다 교통망 확충 등 국지적인 호재까지 맞물려 매매가와 함께 동반 상승세가 뚜렷하다.


강북 등 전세수요 이동… 소형 전세매물 씨 말라

덕정역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싸서 대기수요가 줄을 지어있을 정도지만 신규 공급물량이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매물을 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특히 소형 아파트의 경우 매물 품귀 현상이 더욱 극심하다. 20평형대 아파트는 매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들다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삼숭동 소망공인 관계자는 “소형의 경우 매물이 전혀 없다”며 “간혹 나오게 되면 바로 소진되기 때문에 구하고 싶어도 안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 급등한 가격 부담 + 거주요건 강화로 상승 제한적

이처럼 다양한 재료들로 올 상반기 최대 상승세를 보인 양주지만 앞으로의 상승여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크게 오른 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심리적인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게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백석읍 OK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저평가돼있던 탓에 투자자들까지 많이 몰렸지만 단기간에 가격이 갑자기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수요자들이 매입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라며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수요자들이 가격에 적응하는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현재 가격대에서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구나 앞으로 쏟아질 신도시와 택지지구내 신규 공급 아파트들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저렴하게 선보이게 될 경우 주변의 기존 아파트 상승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에 더욱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거주를 감안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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