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당정 협의를 통해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기준시가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협의안에 따르면 현행 종합부동산세 구간별 세율 1~3%를 0.5~1%로 하향 조정하며 현재 4단계 과표구간을 3단계로 축소할 예정이다. (△6억원 이하 0.5% △6억원~12억원 이하 0.75% △12억원 초과 1% 수준)

또 1가구 1주택 60세 이상 고령자 감면 혜택이 돌아가며 (60세이상~65세미만 10%, 65세이상~70세미만 20%, 70세 이상 30% 공제) 사업용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감면 대상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용 부동산의 경우 과세기준금액이 4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또 일부 서비스업용 토지는 2백억원 초과분에 대해 0.8% 과세했지만 세율인하와 함께 기본세율에 통합된다.

나대지 등 종합합산토지 과세표준 및 세율도 조정된다. 현재 과세표준 17억이하 1%, 17억초과~97억이하 2%, 97억초과 4%인 세율이 15억이하 0.75%, 15억초과~45억이하 1.5%, 45억초과 2%로 바뀔 예정이다. 또 과세기준금액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조정된다.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방식도 개선된다. 현재 거래세(양도세, 취득ㆍ등록세)는 시가(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며 종부세와 재산세는 공시가격으로 매겨지며 연도별 과표적용률 단계적 인상*된다. 개정안에서는 종부세, 재산세가 공정시장가액으로 책정된다.

공정시장가액이란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시행령에서 탄력적(상하±20%)으로 규정되며 지방세인 재산세도 공정시장 가액기준으로 과세표준 산정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세금을 대출과 함께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는 툴(Tool)로 사용해왔으며 종부세가 그 대표적인 세제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과도한 부동산 세금 규제를 풀어 정상화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강남권에 고가주택을 한 채 갖고 있는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은 부과기준 상향 조정, 세율조정, 고령자 경감제도 등 3중 혜택을 입게 됐다.

보유세의 일종인 종합부동산세는 보유비용에 해당되는 것으로 원론적으로 볼 때 종부세를 줄여주면 보유비용이 감소하는 셈으로 고가주택 매물 압박요인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중대형 고가주택이 수혜를 입게 되지만 대출규제가 여전한데다 지금처럼 불황기에는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수혜계층이 고가주택, 대형주택이 밀집한 강남을 비롯한 ‘버블 세븐’ 지역에만 집중된다는 점에서 논란 계속 전망이다.

이번 종부세 완화 조치에 따라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주택 보유자 가운데 굳이 서둘러 팔지 않고 관망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내년 3-5월에 종부세 회피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로지 종부세 때문에 내놓는 매물 출회 압박은 다소 줄어들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양도세 완화조치 시행시기를 기다려 매도를 염두에 두는 1가구 1주택자들이 적지 않아 당장 많은 매물이 급속히 회수되거나 호가가 상향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종부세 감면은 획기적인 규제완화보다는 규제를 8.31대책 이전으로 원상 복귀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종부세 9억원 상향 조정은 양도세 고가주택 기준이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사항이며 매수자들은 여전히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 억제카드(Card)로 사용해왔던 세금규제 완화를 하더라도 매수세가 쉽사리 살아나기 어려운 구조이다.

지금 주택시장은 고금리, 거시경제침체, 금융시장 불안, 대출규제 등 주택시장외부의 악재들이 수요를 억누르고 있어 세금규제 완화만으로 고가주택 수요 확대→가격상승으로 이어지기는 불투명한 상태다.

더욱이 지금처럼 경기 침체기에는 고가 중대형 주택을 소비(주택 과소비)하기보다는 소형 주택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세제완화가 고가주택 수요 증가로 나타나기 힘든 실정이다.

그동안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 투자열풍으로 거시경제와의 괴리된 채 주택가격이 올랐지만 지금은 그 괴리가 좁혀지고 있는 셈으로 집값이 오르기 위해서는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세금 규제완화의 효과는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지금의 침체기에는 미미하며 고가주택 분양시장 역시 보유세 부담 경감만으로 과거의 선호현상이 재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버블세븐지역 고가주택 시장은 당분간 지금과 같은 약보합세 기조가 이어질 듯 예상되며 다만 이 같은 세제 등 규제완화는 시장이 정상궤도로 오르거나 활황기가 도래했을 때 한꺼번에 나타나 시장의 불안요인(주택가격 진폭 확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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