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포 용인 동백지구

동백지구 전경(윗줄) · 비어있는 1층 상가(사진 왼쪽)와 쥬네브

#1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이런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동백지구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묻자 동백지구의 O공인중개업소 대표가 한 말이다. 그가 대답을 거부해 상황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그의 말투와 표정 속에서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짐작 할 수 있었다.

#2 “사람들이 내년 초반, 이 지역 경매시장의 물건이 넘쳐날 것이라는 전망을 해요. 그 만큼 거래가 침체되고 하락세가 짙다는 뜻이겠죠.” M공인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하지만 시세문의는 꾸준한 편이예요. 워낙 불경기라 선뜻 매입에 나서지는 못하고 동향만 살펴보는 거죠.”

2003년 분양 이후 줄곧 상승세를 유지했던 동백지구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죽전지구 이후 용인 내 최대 규모의 택지지구로써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동백지구. 분양 당시 3.3㎡당 1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던 분양가가 최대 2배 이상 시세가 뛰어오르면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 불어 닥친 한파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매물, 전세 가리지 않고 시세 ‘풀썩’

2006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된 동백지구는 입주 후 2008년 상반기까지 약 23%에 이르는 시세 상승률을 보여왔다. 용인의 여타 인기 택지지구보다는 다소 취약한 교통환경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시범도시로써 뛰어난 주거환경을 자랑하며 상승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2008년을 접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와 더불어 동탄, 판교, 광교 등 주변 신도시 아파트 공급과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아파트 가격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 이렇게 급락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 아무도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에 따르면 2003년 7월 분양 당시 27.8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동일하이빌 112㎡(34평형)은 약 2억4000만원에 분양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후반 이후부터 제2강남을 꿈꾸는 용인 프리미엄과 함께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과열로 최고 6억3000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새 1억5000만원 가량 하락해 현재는 4억 ~5억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동백지구 내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장 인기 있는 단지인 동일하이빌이 이 정도라면 다른 단지의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1억원 넘게 빠진 급매물이 넘쳐나도 나가질 않으니 이런 불경기도 처음”이라고 전했다.

전세시장의 상황도 좋지 않다. 워낙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급하게 전세를 내놓은 사람은 애를 태우며 전세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동백동의 H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전세수요의 특성상 구성 휴먼시아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동백지구에서 전세를 찾는 이들의 발길도 끊겼다”며 “어은목 마을의 95㎡(29평형)의 전세가가 1억원 미만대로 떨어졌다는 말도 나온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급급매물도 안 팔리는 이유

동백지구의 아파트 가격 하락은 주택시장 불경기로 인한 매수세의 실종이 주원인이다. 부동산 가격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매수를 미루게 되고 매수세가 없어 점점 침체가 깊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의 분당이나 수지/죽전지구의 약세도 동백지구의 하락세 골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그간 이들 지역 중소형 아파트에서 다소 저렴한 동백지구의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시도했던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기존 물건이 팔리지 않을뿐더러 추가하락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동백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의 관계자는 “지금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하락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낮은 가격이더라도 추가 하락의 위험이 있다면 사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나마 간간히 이어지던 실거주 수요도 분당이나 죽전지구같이 비교적 교통환경이 양호한 지역조차 외면을 받다 보니 동백지구로 향하는 발길은 뚝 끊겼다. 분당신도시 야탑동의 목련영남 109㎡(33평형)의 경우 2007년 초 최고 6억5000만원까지 호가하던 시세가 현재는 4억3000만~5억1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죽전지구의 현대홈타운4차3단지 109㎡(33평형)의 경우 최고가격은 5억7000만~5억8000만원 선에 거래가 됐지만 최근 3억7000~3억8000만원의 매물이 등장했다. 이들 지역의 약세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던 동백지구는 가격경쟁력까지 잃었다.

게다가 주변 택지지구에 넘치도록 공급되는 주택물량도 경기남부 지역의 하락폭을 키웠다. 성남을 비롯해 용인지역의 아파트 값이 최고가를 경신했던 2006년 이후부터 2010년까지 경기남부(성남, 용인, 수원, 화성)에 약 12만8000가구가 입주했거나 입주예정에 있다. 동백지구만한 규모의 택지지구 약 8개가 경기 남부에 생긴 셈이다. 동백동의 A중개업소 대표는 “경기남부에 공급이 계속되는 한 이 지역이 예전과 같은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동백지구의 주거환경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용인시에서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택지지구답게 27%의 높은 녹지공간과 약 8만9100㎡ 규모의 호수공원 등이 있어 야외공연, 자연교육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호수공원에서 만난 주민 최모씨는 “주말에 한가로이 호수공원을 이용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자랑”이라며 “직장이 서울에 있어 출퇴근을 하다 보면 동백지구 공기가 얼마나 깨끗한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쾌적한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동백 주거환경, 자연 100점, 상권/교통이용 50점

또한 다른 신도시와는 달리 계획대로 학교가 공급돼 교육 여건은 좋은 편이다. 인구밀도와단지 거리 등을 고려해 초등학교 6개소와, 중/고등학교가 각각 3개소가 각각 위치해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신생학교라 아직 이렇다 할 명문학교는 없지만 젊은 부부들이 많아 어린 자녀를 위한 교육인프라는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교통문제는 여전히 취약점이다. 동백지구내에서 환승없이 서울로 진입하려면 5000번(광화문), 5003번(강남역), 1001번(잠실역) 이 세 노선이 거의 유일하다.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분당선 보정역까지 버스이용이 필수적이다.

승용차를 이용해 출근하는 경우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출근시 영동고속도로를 타려면 용인시내를 통과해 용인IC을 이용하거나 수원IC를 통해 신갈분기점에서 경부→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야 한다. 도로가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지만 서울로의 출퇴근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은 점도 동백지구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2~3년 전에 영업을 시작한 이마트와 롯데시네마 외에는 이렇다 할 쇼핑시설과 문화시설이 없다. 동백지구의 입주가 2006년부터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임차인을 찾는 빈 상가들이 많다. 이 곳에서 가장 큰 규모의 쇼핑몰인 ‘쥬네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불황 탈출 기회는 있나?

동백지구의 많은 주민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호재는 마성IC로 연결되는 도로의 건설이다. 영동고속도로가 지척에 있지만 접근로가 마땅치 않아 불편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영동고속도로의 이용이 편리해 질 뿐 아니라 판교, 신갈IC로 몰렸던 교통량을 분산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9년 개통예정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도로가 개통된다면 동백지구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교통문제 해결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09년에 예정돼 있는 경전철의 개통 또한 동백지구에 희소식이다. 어정역, 동백역, 초당곡역이 동백지구 내 신설 예정이며 구갈역에서 분당선 연장선과 연결될 전망이다. 경전철의 호재는 이미 시세에 반영돼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초역세권에 해당하는 단지의 경우 개통시점에 상승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10.21부동산 대책도 주목할 만하다. 부동산 매수세가 사라진 현 시점에서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11월부터 선별적으로 해제한다고 밝힌 것. 수요 진작을 위한 대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하락폭이 큰 용인과 수원 등이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용인시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다면 매수세 향상으로 인해 집값 하락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착공해 2014년 완공 예정인 동백 세브란스 병원도 동백지구의 시세를 끌어올릴 큰 호재다. 현재 용인시 인구는 80만명이 넘지만 대형병원은 전무한 상태. 1000여 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이 동백지구에 건립된다면 약 5000여명의 인구가 상주하고 그 밖에 외부 유동인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듯 인구가 증가한다면 주택 수요 상승으로 인한 시세 견인과 상권확대효과도 기대 할 수 있다.

동백지구의 아파트 가격은 시세에 비해 많이 하락한 상태지만 분양가에 비해 약 1억~1억50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하지만 입주자 가운데는 상당한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한 경우도 많고 그 간 물가상승률과 각종 금융비용을 고려해 볼 때 프리미엄이 제거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단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낀 매도자들이 현재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 놓을 가능성도 있다.


전망 및 투자 유의점

또한 내년이면 입주 후 3년이 충족되면서 양도세비과세 시즌이 도래하는 것도 관건이다. 양도세과세로 그 동안 매도를 꺼리고 있던 대기자들이 양도세비과세로 매물을 쏟아 낼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기 때문. 그만큼 매수세가 받쳐준다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매수세가 지속된다면 급매물 적체를 더욱 부추겨 집값 하락을 이끄는 악재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시장의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한 뒤 매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전철이 2009년에 개통될 예정이지만 경전철과 연결되는 분당선연장선(구갈역)의 경우 2011년에 개통되기 때문에 당장 내년 경전철의 개통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다만, 대중교통이 취약한 동백지구의 상황으로 미뤄보아 분당선연장선과 연결되는 시점에는 역세권 단지(동백아이파크/코아루/서해그랑블/현진에버빌)의 시세 향상을 기대해 볼 만하다.

동백지구는 대규모 교통호재의 영향을 받을 분당 및 수지/죽전지구보다 교통환경과 입지여건이 다소 열악하다. 따라서 매수세가 형성되더라도 매수지역으로써 순위가 밀린 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동백지구 매수 의향이 있다면 분당 및 수지/죽전지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수에 나서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