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최강자,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자료제공: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

부동산시장 침체로 최근 중대형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소형 아파트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버블세븐 지역은 물론이고 올 상반기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북권역 소형아파트마저 물건을 찾는 수요가 줄면서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두 달새 부동산대책이 네 차례나 발표됐지만 매수자들은 저점을 가늠하느라 거래 시장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으며 미국발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 악화 영향으로 거래는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다.

올 한해 부동산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던 소형아파트가 체면을 구기고 있다.


자리 지키던 소형도 하락세

부동산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중대형 아파트값이 줄줄이 하락해도 끄덕 없던 소형아파트 값이 소리 없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2008년 서울지역 매매가 변동률을 면적대별로 조사한 결과 중소형 및 대형 아파트 값 하락폭이 -0.1%대에 그치는 반면 66㎡이하의 소형 아파트는 최고 -0.57%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상승률보다 0.95% 하락한 것이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가격을 유지해오던 소형아파트가 이처럼 크게 하락하는 주된 이유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불안이 지속되면 실수요층이 두터운 소형아파트의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실수요자들도 매입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동의 주공 14단지 59㎡(18평)의 경우, 9월 말 1억9000만~2억1000만원을 기록했지만 두 달 사이 2500만원이 하락해 1억7000만~1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집값의 12%나 하락한 셈이다. 상계동의 D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아파트 하락 시점은 지난 10월, 주가지수 1000선이 붕괴돼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에 달했던 시기와 비슷하다”며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한 실수요자들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부의 중대형 고가 아파트 위주의 정책이 소형아파트의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11.3대책 발표로 1가구 1주택자의 세부담이 줄고 고가주택기준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 돼 고가주택 한 채만을 남기고 소형아파트를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로써 소형아파트가 시장에 다량 유입되면서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재건축 규제 완화 맥 못춰

마포구의 경우 최근 두 달간 66㎡(20평)미만의 소형아파트 가격이 4.6% 하락했다. 부동산시장 하락을 이끌었던 중대형아파트의 가격 변동률 -1.5% 내외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인근의 J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상반기 마포구의 상승을 이끌었던 것이 바로 소형”이라며 “실수요층이 튼튼하기로 소문난 마포구 소형이 이 정도라면 경기침체가 심하긴 심한 모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한 강남지역은 대부분의 소형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 가장 주된 원인이다. 현재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소형/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등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11.3대책에도 불구하고 맥을 못 추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9월 말 8억8000만~9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던 송파구 가락동의 가락시영2차 62㎡(19평)의 경우 두 달 사이 평균 1억3000만원이 하락해 현재 7억5000만~7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강남구의 경우 하락폭이 더욱 커 개포동 주공1단지 56㎡(17평)의 경우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되기 전보다(9월 말) 최고 2억6500만원 하락해 현재 9억2000만~9억6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중형 갈아타기 효과도

재건축아파트가 많은 강동구의 경우에도 소형아파트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10월 초 5억4000만~5억6000만원을 기록했던 둔촌주공1단지 53㎡(16평)이 1억1000만원 하락해 현재 4억3000만~4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강동구 S중개업소 대표는 “중대형아파트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일부 소형아파트 소유자들이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것도 일반 소형매물 증가의 한 이유”라며 “하지만 워낙 경기침체가 심해 매도가 이뤄지지 않아 중대형 갈아타기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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