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추락 이제부터 부활하나


최근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크게 늘어난 데 이어 호가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집값 바닥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발 빠른 매수자들이 가세하면서 급매물이 속속 팔리고 있고 강북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의 아파트 거래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가운데 강남3구는 1월 한달 동안에만 1000건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244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2006년 12월(1642건) 이후 25개월만에 처음으로 거래량이 1000건을 돌파한 것이다.

강남에 거래된 아파트 가격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12월 8억1500만원으로 내려갔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77㎡는 1월 10억69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들어서도 금주 10건 넘게 거래가 이어졌고 매도자들이 호가를 계속 올리면서 강한 매도자 우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번주에는 34평형 11억1700만원, 35평형 12억1000만원, 36평형 12억9000만원 선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량 4배, 가격도 껑충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51㎡는 작년 12월 급매물이 6억15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1월 들어 9억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불과 한 달여만에 2억8500만원이 뛴 셈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77㎡의 경우 작년 12월 7억4000만원에 거래됐으나 1월 들어 1억4000만원 오른 8억8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 및 금리 인하 정책이 이어지면서 나타났다. 양도세와 종부세 등 각종 세제 완화를 비롯해 아파트 시장의 주도주 역할을 해온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대거 완화되면서 기대감이 커진 데다 한강변 개발 및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등의 호재도 상승세에 불을 지핀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강남 집값이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싼 급매물들은 모두 팔렸고 1억원 이상 오른 가격에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대기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매물은 줄어들고 있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과 같이 수요가 꾸준한 경우 일정 수준 하락 후 반등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기 매수세가 풍부한 특성상 고점대비 30~40% 가량 떨어졌던 지난해말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는 힘들다”며 “사실상 이미 바닥을 찍은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직 바닥권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근의 상승세는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반등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재건축 일부 단지에 국한된 채 대부분의 일반아파트는 아직 거래가 부진한 상태여서 강남권 전체가 대세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원하는 가격보다 너무 높아 최근 들어 매수세가 조금 주춤해진 경향이 있다”며 “본격적인 상승세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 주보다 1000만~2000만원씩 가격이 하락했다. 대기 매물도 꽤 남아있는 상태다. 개포주공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2~3개월간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유보에 실망하는 분위기”라며 “규제완화와 금리 하락 등의 주요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상태”라고 전했다.

설사 반등이 오더라도 큰 폭의 급등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강남 집값 상승은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미 고점 가격의 80%선을 회복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강남권은 지난 2006년말 고점을 찍은 후 2년여 동안 약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오랜기간 조정을 받은 데다 하락폭이 가장 두드러졌던 만큼 바닥권 인식이 가장 먼저 이뤄졌으나 단기간 가격이 급등한 탓에 수익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등 와도 급등 힘들 듯

오히려 최근의 거래 증가와 호가 상승세로 강남 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여부가 불투명해진 점도 상승세에는 찬물을 끼얹는 요인이다. 또 각종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호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여서 추후 상승여력도 제한적이다. 더구나 실물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3월 ‘제2금융위기’ 논란마저 가시화되고 있어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기 여건상 수요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여서 집값 상승세가 강남 전역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저가 매물이 소진된 이후 추격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최근 오른 호가는 다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물 경기 악화와 제 2의 글로벌 금융 위기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박스권 장세 속에 등락을 반복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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