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군사전문연구기관인 ICB(International Crisis Behavior)의 분석모델에 따르면 한일간 독도분쟁의 심각성 지수는 3.29로 측정되고 있다. 독도분쟁 심각성지수는 ICB에서 세계각국의 영토분쟁과 관련해 이론과 경험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추출해낸 ‘심각성지수(Index of Severity) 측정기법’에 의거해 추산해낸 수치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일간 독도분쟁의 심각성 지수인 3.29는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같은 데이터는 한국군사문제연구소 배진수 박사가 ICB 데이터 뱅크에서 따로 독도분쟁 심각성 지수를 발췌한 것으로, 실제로 1946년 이래 1985년까지의 기간동안 발발한 총 57건의 영토분쟁 사례들 중 독도분쟁보다 심각성 지수가 높은 것은 미·이라크 전쟁 등 15건에 불과했다.

배 박사는 ‘STRATEGY 21’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간) 제 2호에 실린 논문에서“그동안 정부가 독도와 관련, 분쟁의 대상이 아니므로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소극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독도문제가 국제분쟁론적 측면에서 분쟁의 대상이 되는냐, 아니냐의 이견 자체가 이미 ‘분쟁지역’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따라서 군사적 해결수단에 의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 박사의 주장은 독도 영유권 다툼이 한·일간 무력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해왔던 국제 해양학자들 및 군사 전문가들과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호주 국립대 국제관계학 교수인 앤드류 맥은 동북아에서 영토분쟁이 일어날 위험성이 높은 지역으로 독도를 꼽고 있다. 위험순위로 따지면 일본과 중국, 대만 사이에 분쟁이 되고 있는 조어대(센카구 열도)분쟁에 버금가는 것이다. 앤드류 맥은 “독도 분쟁으로 한국의 광범위한 민족주의자들과 일본의 소수 우익단체가 얼마든지 분노할 수 있다”며 “만약 앞으로 일본이 주장하는 구역내에서 조업하는 한국 어선을 일본이 납치하려 들고 한국이 자국의 어선을 물리적으로 보호하고자 한다면 이는 쉽게 한·일간 해양 무력충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국 SEAPOL 연구실장인 프랜시스 라이도 동아시아 해안에서 영토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독도를 주시하고 있다. 그는 일찍이 “한국인에게 독도 문제는 지극히 감정적인 사안”이라며 특히 EEZ(Exclusive Economic Zone: 배타적 경제수역) 설정 및 어로권 확보 문제가 독도분쟁의 씨앗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우려는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킨 이후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반일감정의 고조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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