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향 ·색이 살아있는 와인바 창업(2)
2000년대 들어 와인의 대중화 바람이 불어오며 애호가 등 와인 바(Bar)를 운영하려는 예비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와인 바가 속속 생기고 있는 가운데 잘못된 정보와 준비되지 않은 자세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와인협회(KWS) 운영위원장이자 와인바 베레종의 이상황 대표로부터 와인바 창업에 대한 바람직한 오너의 기본자세에 대해 들어봤다.

이상황 위원장은 진정한 와인바 운영을 위해 와인을 대하는 태도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옥의 묵시록으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이 영화와 IT 산업에 참여, 막대한 자산가로 정평이 나있지만 ‘라파
벨리’를 매입, 직접 포도밭을 운영하며 와인을 만들고 있다” 고 말했다.

코플라 감독이 직접 만든 와인의 인건비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인건비가 얼마나 비쌀까. 비싸게 판들 구매자들이 소비한 만큼의 소득이 있을까.


돈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와인사랑
잠시 후 입을 연 이 위원장은 “결과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사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돈을 벌기 위한 방식이 아닌 문화적 코드로 연결된 삶의 방식” 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이 위원장은 와인바도 코플라 감독의 시각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직접 뛰고 있다며 분명히 와인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와인바의 확산은 와인을 접하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면에서 한편으로 달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단기간 내에 승부를 보려는 사람도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로 와인과 와인 외적인 것을 포함해서 팔아야 한다” 고 말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요구하는 면이 있다.

이러한 면을 직접 채워주기 위해 문화적 코드, 와인 고유의 맛과 향속에 녹아 있는 정서, 와인을 더욱 즐기는 방법 등 고객들에게 설명할 많은 모습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가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주류 판매 점원들의 역할은 고객이 원하는 주류와 안주류의 주문으로 시작, 서빙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와인바는 와인의 변화무쌍한 맛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계절, 날씨, 손님의 기분, 주문하는 음식은 물론 심지어 고객의 패션스타일에 맞춰 권하기도 한다. 또한 와인의 정확한 맛 감별과 와인마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고객에게 정확하게 이해시키기 위해 고가의 전문 인력이, 즉 와이너리가 필요하다. 오너가 정확한 와인 상식이 없다면 직원의 수준을 측정하기는커녕 고객의 기분을 맞출 수가 없다.

때문에 이 위원장은 종업원들과 함께 직접 나서고 있다.


오너의 경험이 중요
이 위원장은 와인바는 오너의 경험에서 그 향기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열정 때문에 하는 것이지만 강박 관념을 갖고 덤빌 필요는 없다”며 고객들의 실망스런 말과 기쁨을 함께 느끼며 하나씩 배워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와인을 몸으로 느끼지 않고 교과서에 사로잡히는 것은 오히려 와인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된다” 고 말했다.

또 “이 맛은 어디서 올까라는 의문을 갖지 않고 체험하지 않으면 와인 맛을 잊어버리기 쉽다” 고 경험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마시는 즐거움’ 과 ‘문화적 경험’, 이 위원장이 꼽은 와인의 장점이다.

이 위원장은 “소주와 맥주에 없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며 “단순한 알코올이 아닌 나름대로 즐기는 과정에서 문화를 느낄 수 있는데 와인바의 포인트가 있다” 고 말했다.

이와 같은 장점이 와인문화를 달구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이 위원장이 와인을 즐기게 된 것은 마시면서 문화적 관점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와인문화가 발달하면 마니아가 생겨난다. 마니아 대부분은 와인바의 보관방법과 와인 종류, 서비스, 분위기도 보지만 오너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성급한 창업 금물
“운영이 잘되는 와인바를 보면 와인바의 캐릭터가 강하게 묻어난다. 때문에 와인바 오너는 다른 주류판매점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 위원장은 오너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이 위원장은 시장사정과 오너의 개성을 무시한 창업을 경계했다. “창업 당사자가 소주와 맥주를 좋아하는데 와인이 뜬다고 전문점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고 말했다.

또 “고객들은 새로운 와인바가 생기면 호기심에 찾지만 주인과의 대화에서 주인이 와인을 모르면 등을 돌린다. 마니아는 주인이 와인을 모르면 모멸감을 느낀다” 고 덧붙였다.

와인은 음식을 바탕으로 변한다. 때문에 생산된 지역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이 위원장은 “와인이 공통분모를 찾아 대량생산되는 경향이 있지만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 소량의 와인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고 했다.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여유를 얘기하는 것이며 여유 있는 사람이 즐기는 와인들은 점점 비싸지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와인바는 당장의 이익을 바라보기 보다는 오너의 장점과 개성을 녹여 장기간에 걸쳐 다른 술집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성공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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