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사업자의 명암

서울 용답동에서 참치집 프랜차이즈를 하는 김기수 사장(37). 10평 정도의 매장에서 한 달 2,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16석의 이 작은 곳에서만 월수입이 700만~800만원이란 것을 보면 실제 매출액은 그 이상이다. 그가 참치집을 시작한 건 2000년. 초기투자금은 7,500만원으로 4,500만원이 빚이었다. 빚을 다 갚는데 걸린 시간은 1년. 하루 영업시간은 6시간에 불과하고 공휴일엔 쉰다.

그간 편의점도 3개를 인수했고 최근엔 대치동 부근에 아파트를 장만, 월 300만원에 이르는 월세 받는 재미도 보고 있다. 외환위기로 컴퓨터 회사를 같이 나와 구직의 길을 찾기도 했던 동료들 사이에서 그는 이젠 ‘성공한 기업가’란 호칭이 따라다닌다.

한편 2004년 말 삼겹살 관련 S프랜차이즈를 개점한 K씨(43). 유행을 타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먹을거리란 점이 맘에 들었다. 무역회사 관리직에만 일해 장사 경험이 없는 그로선 최선의 선택이라 여겼다. 가맹본부로부터 하루 매출 200만~300만원이 예상된다는 설명도 들었다. 큰돈을 만진다는 생각보다 일단 경험을 쌓을 생각이었다.

가맹본부에서 경영교육은 물론 손님접대 요령 등 기본 및 기능교육을 다 받았다. 인테리어비 등 8,500만원을 들여 창업했다.

그러나 본사 이벤트 행사 후 실제 하루 매출은 20만원에 그쳤다. 그는 가맹규약에 묶여 폐업도 못하고 관리비만 축내는 실정으로 S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프랜차이즈란?

프랜차이즈란 무엇일까. 개념부터 알고 창업하는 게 우선이다. 한마디로 가맹점에 의해 사업하는 방법을 말한다. 경영 및 원자재관리 등 경영기법이 같은 소자본의 점포를 여러 개 모아 중복된 요소를 일원화하고 시너지효과를 보자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창업경험이 없어도 개점에서 관리까지 모든 경영 노하우를 지원 받는다. 경영 원가관리 기획 등 소프트웨어 부분은 가맹본부가 맡고 가맹점주인은 판매 현장만을 책임진다. 관리에 큰 부담이 없고 소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어 청년실업자에서 예비퇴직자까지 관심이 크다.


성공률 10%, 절반은 인건비 따먹기

그러나 프랜차이즈 사업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참치집 김 사장은 “프랜차이즈로 성공하는 경우는 10%대이고 절반은 인건비 따먹기이고 나머진 원금을 까먹는다”고 말한다. 일자리로까지 생각하는 것을 감안해도 절반이 넘는 승률이란 얘기다. 게다가 프랜차이즈가 난립함에 따라 허위·과장 정보 제공 역시 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프랜차이즈로 성공한다는 생각보단 일단은 유지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유지만 할 수 있어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것. 김 사장은 “돈은 유지 이후에 붙는다”고 경험담을 들려준다.

문제는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례로 장사가 잘 안 된다거나 실패했을 때 점포 위치를 많이 탓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덥석 프랜차이즈 회사와 계약부터 하는 사람은 없다. 기본적으로 자신한테 맞는 아이템을 고르는 게 우선이다. 이어 목 좋은 자리를 찾기와 교육, 사이트를 통한 정보 입수 등을 한 뒤 결정해야 한다.

김 사장 역시 처음 번창한 것 외엔 성공하기까지 몇 차례 자릴 옮겨야 했다. 점포를 늘린 것도 5년 이상의 경험이 쌓인 2005년 후의 일이다. 그는 “목 좋은 자리는 초보 점주들한테 오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세칭 목 좋은 자리란 곳은 서울 강남의 경우 권리금이 평당 1,000만원대까지 오른 게 현실이라는 것. 그런 상황에서 투자비용에 따른 고수익을 뽑아내기란 녹녹지 않다.


가맹본부에 대한 파악이 성공 열쇠

한국가맹점주협의회 배흥주 운영위원장도 “처음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아이템과 목이 좋은 자리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다른 실패 요인을 지나친다”고 지적한다. 그는 “프랜차이즈 경영을 어렵게 하는 데는 가맹점 주인들의 경험 부족을 빼면 가맹본부 횡포가 대종을 차지한다”고 분석한다. 장사가 될 만하면 각종 떠넘기기 수법으로 가맹점 주인들을 괴롭힌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가맹본부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프랜차이즈사업을 하기에 앞서 피해야 할 가맹본부 유형을 살펴본다.

▲정보공개서가 없는 가맹본부 ▲공짜 가맹비용을 내세우는 본부 ▲일단 돈부터 요구하는 본부 ▲너무 많은 브랜드를 가진 본부들이다.

정보공개서란 가맹점에 대한 현황을 담은 책자다. 가맹본부 일반 현황, 임원의 법위반 사실, 가맹점사업자가 부담할 사항, 영업활동 조건, 가맹본부 가맹점 수, 가맹사업 현황, 영업개시에 관한 상세 절차, 관련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공개서는 프랜차이즈사업의 독특한 제도로서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본부는 의무적으로 가맹점주들 한테 줘야 한다.

배 위원장은 “상당수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를 갖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황 파악마저 못하는 가맹본부에 비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며 피해야할 제1순위로 꼽았다.

가맹금을 받지 않는 경우는 인테리어 등 매장 설치를 대신해 주거나 물품대금, 교재대 등의 명목으로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교육이나 교재비 조로 선금을 요구하는 가맹본부 역시 제대로 된 가맹점 관리보다는 모집부터 하고 보자는 경우다. 얼떨결에 돈을 먼저 주고 나중에 이를 돌려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브랜드를 너무 많이 가진 본부는 가맹점 주인들에게 부담을 안겨준다. 브랜드 하나가 성공했다고 해서 제 2, 제3의 브랜드까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그 부담은 가맹점이 진다.

이밖에 폐업률, 물류시스템, 법인등기부등본 등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점포교육 때 본부에서 주는 재무제표는 본부 재무상태지 가맹점 재무상태가 아니다. 가맹점 재무상태는 폐업률로 알 수 있다. 반드시 확인해야 할 포인트다.

삼겹살 프랜차이즈를 개점했다가 실패한 K씨는 “판촉물을 본사가 아닌 하청업체와 물품 구입 계약서를 작성케 하는 등 교묘한 술수에 계약 관계마저도 소홀했던 게 실패 요인이었다”고 자책한다. 프랜차이즈 본사 교육을 받다 보면 자신을 갖게 되나 사업이 초기에 잡혀지지 않으면 결국 가맹본부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도록 흘러간다는 설명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 후 프랜차이즈 옥석 구분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팀 장여신 사무관은 “가맹점 주인들의 보호를 뼈대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며 “개정안이 통과된 뒤엔 프랜차이즈업계 옥석이 구분될 것이다”고 말했다.

개정안의 주 내용은 ▲정보공개서 제공의무화 ▲정보공개서 숙고기간 연장 ▲가맹본부 등록제 ▲가맹계약 종료 때 갱신 거절 사유 제한 ▲단체에 가입하는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불이익 제공 금지 ▲가맹금 예치제 ▲동일상권 내 유사 직영점 및 가맹점 설치 금지 등으로 올해 상반기 중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발표, 프랜차이즈 분쟁사례들

가맹본부의 주요 법위반 사례
▲제빵업 관련 가맹본부 P는 기존 가맹점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해 일정한 폐점 기준(하루 매입액 30만원, 10평 이하 점포)을 정한 뒤 이를 근거로 E모씨가 운영하는 가맹점을 일방적으로 폐점시킴.

▲컴퓨터 수리 관련 가맹본부 Q는 계약기간 중 가맹점사업자에게 계약서상에 없던 매월 30만원의 로열티를 추가 납부할 것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가맹점에 대한 지원을 거절.

▲치킨업 관련 가맹본부 L은 가맹사업법이 정한 기한(가맹금 수령일 또는 가맹계약 체결일 중 빠른 날부터 5일 전)안에 가맹희망자에게 정보공개서를 주지 않음.


분쟁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피해사례들
(1)계약체결 때 가맹본부가 과장되거나 불성실 정보를 제공한 사례

▲B모씨는 창업박람회에 갔다가 자동차외형 복원사업을 하는 가맹본부 Y로부터 ‘Y사 기술은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받은 것이고 2주간의 교육만으로 누구나 가맹점 운영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계약을 맺음. 실제로 대부분의 기술은 가맹점주가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이며 특허기술도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짐.

▲Y씨는 벤딩머신 자판기 관련 가맹본부 R로부터 수익률이 25%에 달하고 1천여 가지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가맹금 및 보증금 각 5백만원을 주고 계약을 맺음. 실제 수익률은 10%미만이고 공급제품도 30여개에 불과.

(2)가맹본부 준비 미흡이나 관리 소홀로 입은 피해 사례

▲S모씨는 막걸리 유통 관련 가맹본부 ‘C 막걸리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인테리어 비용 4,000만원 중 2,000만원을 먼저 주고 공사를 진행하던 중, 공사완료 전에 잔금을 지급하면 잔금 2,000만원 중 300만원을 감해준다는 본사 말을 믿고 나머지 1,700만원을 줬으나 본부는 그 뒤 공사를 멈추고 연락마저 끊김.

▲P모씨는 비빔밥 관련 가맹본부 D사로부터 가맹금(1,000만원)을 면제해준다는 말을 듣고 인테리어비 등을 주고 서둘러 계약을 맺음. 해당 가맹본부의 가맹사업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물류공급 등을 제대로 지원 받지 못함.

▲K모씨는 구들장생고기 가맹본부인 M사와 가맹계약을 체결, 영업을 시작. 영업 개시 한 달만에 물품공급을 제대로 해주지 않음에 따라 상당한 손실을 입음.


프랜차이즈 업종 선택 요령
어떤 프랜차이즈를 선택할까. 프랜차이즈 점포는 다양해졌고 정보는 쏟아진다. 그러나 막상 고르려면 쉽질 않다. 그 기본적 접근 요령을 살펴본다.


자신의 적성에 맞춰라
손에 물 묻히기 싫어하는 사람이 음식점 프랜차이즈를 연다면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말을 더듬어 취업 자리를 확보 못해 프랜차이즈 개업을 한다면 어떨까. 자기 적성에 맞는 직종을 갖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프랜차이즈가 적성에 맞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프랜차이즈는 싫으나 좋으나 대부분 손님을 대해야 하는 사업이다. 손에 물 묻히기를 싫어한다면 음식점은 피할 일이고 대외 기피증이 있다면 세탁방 등 무인점포 운영을 생각해볼 일이다. 물론 100% 맞는 직종을 갖기란 누구한테나 쉽지 않다. 그래도 맞는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 적성에 맞지 않은 아이템을 고른다면 그 순간부터 손실은 보장돼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적성에 맞아야 능력도 개발되고 사업 비전도 보인다.


자금규모에 맞춰라
많이 투자해야 많이 버는 게 자본주의 원칙이다. 욕심이 많다고 많이 버는 게 아니다. 사업하는 사람 치고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동원할 수 있는 자금 범위에서 점포를 고를 일이다. 내 가용자금 안에서 프랜차이즈 점포를 열어도 가맹본부에 빚을 지고 시작하는 게 프랜차이즈업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열 개 중 하나의 성공사례를 내 몫으로 보는 것은 오만이요 도박이다. 프랜차이즈는 도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냉혹한 사업이다.


지금 유행하는 업종인가를 살펴라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는 많아도 히트곡을 계속 내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형 가수로 거듭나기 위해선 많은 히트곡을 내야 한다.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는 내 사업이고 유행은 흘러간다. 유행은 흘러가도 내 사업은 남는다. 물론 동종 경쟁업체는 많고 떨어진 매출은 내 몫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행가는 가끔 불러지나 내 사업은 폐업돼 있는 게 다르다. 유행을 따라 발 빠르게 점포를 처분하고 말을 갈아탈 자신이 없으면 손대지 않는 게 정석이다.

얼마나 오래 갈 업종인가를 따져라
사업은 유행을 타진 않아도 계절을 타고 경기도 탄다. 비수기에 대한 대비와 사업 지속성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경쟁업체나 업종만 보지 말고 한 곳에서 20~30년 장사 하는 소문난 집들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런 가게들은 어떤 노하우로 수 십 년간 한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는가, 또 어떤 업종이길래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것일까를 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사업하는 사람 치고 지속적인 사업성을 생각지 않은 이는 없다. 프랜차이즈는 호구지책이기 전에 하나의 당당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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