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족, 아침 사양족, 피곤한 직장인, 일하는 엄마, 뚱뚱이 공략이 지름길

길거리에 나가면 실업자들이 넘쳐난다. 그들의 마음은 숯처럼 타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아쉬워한다. “나도 내 사업 좀 해봤으면….”

그들의 한결 같은 희망은 작지만 ‘내 사업’을 해보는 것. 봉급쟁이로는 한계가 있고 때가 되면 그만둬야 하는 까닭이다. 캥거루족,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의 파고를 넘으며 뭘 먹고 나이 80까지 살아야 할지 막막해진다.

주변엔 사업을 시작했지만 ‘성공했다’는 사람보다 ‘망했다’는 이들이 더 많다. 새로 잡은 직장도 그저 그렇다. 무슨 사업을 해야 할까.

그러나 길은 있다. 블루슈머를 고객으로 하는 창업에 나서보라는 것이다. 블루슈머는 ‘경쟁자 없는 시장의 새 소비자’를 뜻한다. 여러 계층을 상대하지 말고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표적으로 삼아 돈벌이에 나서라는 얘기다.

통계청은 얼마 전 관련통계를 내놓아 눈길을 모았다. ‘2007년 한국의 블루슈머’라는 보고서가 그것이다. △이동족 △무서워하는 여성 △20대의 아침 사양족 △피곤한 직장인 △3050 일하는 엄마 △살찐 한국인이 그 안에 들어있다. 바로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이동족은 바삐 움직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10세 이상 국민들이 하루 이동하는 시간은 평균 1시간 40분. 직장인의 출퇴근, 학생들의 통학 등을 포함해 1백분 정도를 걷거나 자동차, 전철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창업자는 이들이 보내는 이동시간을 공략하는 것이다. DMB-TV, 무료신문, 핸드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관련 아이디어도 접목하면 아이템은 많다.

무서워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업도 있다. 살인, 강간이 5년 전보다 13%, 68%가 늘었다. 한국 여성의 68%가 범죄에 떨고 있다는 점을 사업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방범·보안·호신 상품과 서비스로 ‘손님 사냥’이 가능하다는 것.

아침을 굶는 사람도 창업 대상 고객 중 하나다. 한국인 20대의 절반이 아침을 먹지 않는 점을 감안, 이들을 위한 아침식사 대용식이 좋다는 설명이다. 생두부 등 이들이 아침 요기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한다.

피곤한 직장인도 파고들 대상이다. 직장인의 89%가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국내 2,010만 명이 피로를 느낀다는 통계다. 모든 직장인들이 피로에 지쳐있어 이를 잘 알고 창업하면 성공할 수 있다.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품목들이 성공을 보장한다. 휴식을 주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사업이 그 범주에 속한다.

차 전문점, 스타, 팬션여행업 등이 좋은 사례다.

3050 일하는 엄마도 잘 공략하면 돈이 보인다. 3050 여성의 취업인구는 2006년을 기준으로 64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가정에서 엄마이자 아내이지만 직장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을 돕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자녀 돌보기, 교육, 청소 등 찾으면 아주 많다.

다음은 살찐 사람들이다. 쉬운 말로 뚱뚱이를 공략하라는 것이다. 제로(Zero) 칼로리, 제로 지방상품이 여기에 속한다. 무칼로리 차, 무지방 우유 등 살이 찌지 않는 식품에 도전장을 내는 것이다.

6개 분야의 블루슈머를 머리에 담고 시장 바닥, 주민 밀집지역, 역 주변, 학교 근처, 빌딩 숲을 돌아다니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창업 안목이 생긴다는 얘기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자금도 있어야 되지만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아이템만 좋으면 일단 반은 성공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요즘처럼 불황이 장기화 되고, 돈을 버는 사업이 없을 땐 블루슈머에서 답을 찾는 게 해법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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