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땐 마누라부터 잘 관리하라!”

‘남편이 직장을 잃으면 아내도 떠난다’
정상적인 생각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직장에서 밀려나고 아내도 잃어버린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올해 나이 45세의 구 모씨. 그는 요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한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지만 자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플 뿐이다.

구씨는 2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부서가 합쳐지면서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1년 정도 장사도 해보고 친구 사무실에도 나가보았지만 수입이 신통치 않았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돼 그냥 허송세월하고 있다.

문제는 아내였다. 구씨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기보다 “당신이 무능하니까 쫓겨나지 왜 쫓겨나느냐”는 식으로 남편을 몰아쳤다. 다른 사람들은 다 붙어 있는데 당신만 회사를 나온 이유가 뭐냐며 따지기까지했다. 성질 나쁜 아내와 사는 구씨는 설 땅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답답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둔 얘기를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었다. 위로해줄 것으로 알았던 아내마저 자신을 ‘못난 놈’으로 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집을 나갔다. 아내가 나간 뒤 그의 삶은 말이 아니다. 주변에는 구씨처럼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 둔 뒤 가정이 파탄 나고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 말이다. 최근 급증하는 아내들 가출엔 남편 실직이 한 몫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던 박 아무개씨. 40대 후반에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금 7,000만원을 들고 나왔으나 2년 만에 다 까먹었다. 있는 돈을 쓸 때는 아내와의 사이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돈이 떨어지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아내는 남편 벌이가 없자 짜증을 냈고, 남편은 아내 짜증에 더 이골이 났다. 서로 짜증을 내다보니 만나면 싸운다. 아내는 실업자 남편을 무시하다 못해 구박했고 남편은 아내의 무시를 참지 못해 성질만 나빠졌다.

박씨는 어느 날 화를 이기지 못해 방바닥에 소주병을 집어 던졌다. 이에 충격 받은 아내가 ‘당신 없어도 산다’며 집을 나가고 말았다. 다행히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아내 마음을 달랠 길 없어 고민 중이다.

중년의 실직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게 바로 아내와의 관계다. 돈은 벌면 되고 직장은 아무리 시원찮은 것이라도 다시 잡으면 된다. 하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그게 아니다.

중년인 아내가 중년 남편을 미워하기 시작하면 심각해진다.

실직의 아픔이 있더라도 아내가 잘 해주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기할 수 있는 게 남자다. 아내만 쳐다보고 사는 남편을 놔두고 집을 나가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실직자들은 먹고 살 일도 걱정이지만 어떻게 아내 마음을 붙들지가 더 걱정이다. 아내와의 관계를 어떻게 잘 하느냐에 따라 실직이 새 도전이 될 수도 있고, 영원한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퇴직 준비를 하고 있는 전 모씨. 그는 요즘 가정의 행복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회사를 그만둔 뒤 아내와 잘 지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를 떠나는 자신의 마음도 아프지만 아내가 받을 충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사오정의 덫에 걸리더라도 아내 마음만큼은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내가 흔들리면 가정이 흔들린다’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아온 그였다. 실직자들이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아내와의 원만한 관계다. 그렇지 않으면 찰떡궁합 배필자도 떠나버린다.



#국회의원은 퇴출 1순위

‘국회의원들을 먼저 퇴출시켜야 한다.’ 직장인들은 무능 직원 3% 퇴출제가 가장 먼저 도입돼야 할 직업군으로 국회의원을 꼽았다. 평상시 국회의원들에 대해 느끼는 불만이 잘 나타났다. 취업포털 캐리어가 최근 직장인 1,528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3% 퇴출제 도입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가 말해 준다. 응답자의 56.2%가 무능한 국회의원이 가장 먼저 퇴출돼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초등학교 교사 14% △대학교수 10.4%
△의사 6.9% △판·검사 3.4% △언론인 2.7% △변호사 1.4% 순이었다. 괜찮은 직업군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무능직원 퇴출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객관적 근무 성과 기준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했다(40.4%). 이밖에 다양한 평가시스템 마련(27.4%), 인사기구의 공정성(17.8%) 등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지금의 직장에서 무능직원 퇴출제를 도입할 경우 55%가 이를 찬성한다고 했다. 반대는 45%였다. 남성의 찬성비율(57.7%)이 여성(51.6%)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제도를 찬성하는 이유는 능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을 수 있어서 (27.2%), 올바른 인사평가시스템에 도움이 돼서(24.7%), 적당주의가 개선될 것 같아서(20.5%) 등이었다. 반대 이유는 고용불안을 우려해서(31.1%)가 으뜸이었다.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윗사람 눈치 보기 등의 부작용이 각 27.5%와 21.7%였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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