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처방 죽은 점포 되살리기


창업하기는 쉽지만 성공하기는 어렵다. 창업자 대부분은 고객층이 다양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권의 상업 중심지역이나 지하철 역세권, 대학가 주변 등 안정성이 높은 곳에서의 창업을 원한다. 하지만 어느 상권이든 처음 오픈시에는 장사가 조금 되는 듯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매출이 흔들려 점포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상권 분석을 통한 차별성 있는 업종으로의 전환, 메뉴 구성의 리뉴얼, 적절한 마케팅 시도 등의 알맞은 처방으로 죽은 점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

다양한 요리메뉴 필요

‘치킨매니아(www.cknia.com)’ 길음점 서윤열(34)씨는 상권에 맞는 업종을 택해 죽어있는 점포를 살렸다. 이전에 한식당이던 점포는 바로 앞에 있던 버스정류장이 50m 아래로 이동하면서 유동인구가 급감했고, 폐업한 후 1년 동안이나 빈 점포로 남아있던 곳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살아날 가망이 없는 점포라며 모두 입점을 말렸지만, 서씨는 인근 상권의 잠재 수요를 파악해 대중성이 높은 치킨호프로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죽어있던 점포기 때문에 권리금이 없어 창업비용이 덜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었고, 주변의 상권조사 결과 경쟁이 될 만한 치킨호프가 없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점포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주택가라는 점을 감안해 치킨호프지만 다양한 요리 메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치킨매니아다. 술안주 개념의 프라이드치킨뿐만 아니라 새우와 치킨을 함께 버무린 새우치킨, 바비큐치킨에 떡과 치즈 등을 얹고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치즈새우바비큐, 찹스테이크소스에 치킨을 섞은 뉴욕찹스테이크 등 요리 개념의 다양한 메뉴가 인근 주택가의 가족 고객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
현재 이 점포는 주변 주택가를 포함한 길음동 일대의 외식 수요를 흡수하면서 하루 250만원 매출을 달성하면서 ‘대박 점포’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상권과 맞지 않는 업종은 리모델링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양승운(58)씨는 1년 전부터 경기 용인 천리에서 갈빗집을 운영해왔다. 천리는 최근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 단지와 주택, 소규모 사무실이 있는 상권이다.
하지만 주변에 경쟁 업체가 많이 들어서고, 중·소형 아파트에 입주한 20~30대 젊은 부부들에게는 등심과 돼지갈비를 중심으로 하는 오래된 갈빗집은 매력이 없었기 때문에 매출은 점차 떨어지게 됐다. 메뉴 가격도 등심이 1인분 2만원, 삼겹살이 1인분 8,000원으로 주변의 소비 수준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상권에 맞지 않는 아이템과 높은 가격 책정으로 3개월 동안 일 매출이 계속 40만원에 머물자 양씨는 상권 특성에 좀 더 잘 맞는 업종으로 리모델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선택한 업종이 맥주와 치킨을 함께 판매하는 숯불바비큐치킨 전문점 ‘훌랄라(www.hoolralra.co.kr)’다.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 신세대 취향에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인근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갈빗집을 할 때는 근처 회사의 단체 손님들과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이 주 고객이었는데, 리모델링을 하고 나서는 40대 이상은 물론 20~30대 고객들의 발길도 잦아져 고객층도 훨씬 다양해졌다. 요즘은 일 매출이 갈빗집을 운영할 때보다 2배 정도 상승한 상황이다.

인테리어에도 신경써야
기존 업종은 유지하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메뉴 복합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분당 서현동에서 생과일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운영하던 서선심(36)씨는 올해 초 브랜드를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인 젤라또 전문점 카페 ‘띠아모(www.ti-amo.co.kr)’로 변경하면서 폐업의 위기를 넘겼다.
서씨는 지난 2004년 생과일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차렸지만 단조로운 메뉴구성으로 고객에게 외면을 당했다. 점포회생을 위해 고민하던 서씨는 인테리어를 수정하고 메뉴를 복합화해, 다시 한 번 사업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예전과 같이 단순히 아이스크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커피, 샌드위치를 함께 제공하는 카페형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크림치즈, 티라미스, 산딸기 등 고급스럽고, 신선한 맛의 젤라또 아이스크림은 일반 아이스크림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주머니 모양의 빵에 각종 샐러드를 넣은 포켓샌드위치와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메뉴 복합화를 통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인테리어도 기존 패스트푸드점 같은 분위기에서 탈피, 커피숍처럼 편안하고 고급스러워 고객이 매장에 오래 머물고 싶도록 만들었다. 카페형 매장으로의 변화와 메뉴 복합화를 통한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존에는 어린이 위주의 한정된 고객이었지만, 현재는 학생부터 40대 주부들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
또한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하루 10만원에 머물던 매출이 50~60만 원으로 상승했다.

마케팅 전략으로 위기 극복
차별화된 서비스로 B급 상권의 약점을 극복하고 죽은 점포를 살린 사례도 있다. 김인구(46)씨는 지난해 5월 남편의 퇴직에 대비, 서울 방배동에 디지털 냉각호프 전문점 ‘가르텐비어(www.garten.co.kr)’를 오픈했다. 번화가 지하층이나 지상 1층에 위치해 고객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타 생맥주전문점과 달리 김씨의 점포는 다소 한적한 상권의 건물 4층에 위치해 있어 고객 접근이 불리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 약점 때문에 전 주인이 생맥주집을 운영하다 실패했고, 같은 업종을 이어가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김씨는 이런 여러 가지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나와 같은 여성 고객이 부담 없이 찾는 생맥주 집을 만들자’는 결정을 했다. 동네 술집 분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해 원목자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로 점포를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비했다. 또한 술과 함께 식사까지 한 자리에서 하고자 하는 여성 고객을 위해 식사 개념 안주나 롤 샐러드 같은 퓨전스타일 안주를 지속적으로 추가했다.
더불어 여성 고객만을 위한 여성용 맥주잔을 제공하고, 생일을 맞은 여성고객을 위해서 맥주쇼를 진행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등 다양한 ‘여성맞춤형’ 전략을 구사했다. 김씨의 점포는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다양한 이벤트와 푸짐한 안주를 선보이면서 까다로운 여성 고객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그의 점포는 오픈 1년 만에 월 순수익 800~1,000만원이 가능한 인기 생맥주 전문점으로 자리잡았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
9,9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피부와 몸매 관리가 가능한 ‘얼짱몸짱(www.beaupeople.com)’ 숙대점 김재심(39)씨는 점포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실시, 고객확보가 어려워 매출이 부진했던 점을 극복했다.
뷰티숍의 경우 조용하고 독립적인 분위기 형성이 필수적이지만 숙대점은 본사와 함께 위치해 있어 분위기 형성이 힘들었다. 본사 직원들의 업무진행과 외부 손님들의 잦은 방문으로 점포 주위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어수선해 방문을 꺼려하는 고객이 늘어났다. 오픈 초기에는 예약 인원을 꽉 채웠지만 하루 방문 고객 수가 10명 내외로 떨어졌고, 자연히 매출도 하락했다.
김씨는 상담 과정에서 고객들이 본사 직영점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것을 파악, 본사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고객 확보를 꾀했다. 일단 얼짱몸짱은 본사 자체에서 관리사 양성 교육을 하고 있는 ‘나레스트 뷰티아카데미’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우수한 관리사들을 쉽게 수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직영점인 숙대점은 수준 높은 관리사의 충원과 부족한 물량에 대해서 본사의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고객 확보를 위한 홍보활동도 본사의 노하우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진행했다. 초기에는 지역 고객의 입소문 효과를 얻기 위해 전단지와 마을버스 광고를 활용하는 지역 고객 위주 홍보에 중점을 뒀다. 또한 얼짱몸짱 본사 자체 내에서 발간되는 잡지를 대학 교내, 미용실 등 여성고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 무료로 배포해 대내적으로 인지도를 높여갔다. 현재는 본사에서 관리하는 온라인 광고도 실시,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씨의 ‘본사이점 활용 전략’은 탁월했다. 숙대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현재는 직장인에게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늘어난 직장인 고객을 위해 ‘런치코스’를 마련, 점심시간을 활용해 뭉친 근육을 풀 수 있는 경락 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직장 동료와 함께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무료로 팩이나 마사지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본사의 노하우를 통한 체계적인 홍보활동은 점포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고객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 더불어 김씨의 단골고객층을 위한 특별 서비스 제공은 80~90%라는 높은 고객 재방문율을 기록할 수 있게 했고, 월 매출 4,000~4,500만원, 순수익 1,500~2,000만원 정도인 대박점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정확한 상권 특성 파악 우선
점포의 매출 부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상권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잘못된 업종을 선택하거나, 단조로운 메뉴구성, 점포의 입지여건상 고객의 접근성이 어려워 매출 부실을 겪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존 점포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 상권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업종 자체가 경쟁력을 잃었다면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해봐야 한다. 업종 전환을 할 때는 상권에 어울리면서 가급적이면 성장기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기존의 사업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상권과 맞는 업종임에도 장사가 안 된다면 메뉴 구성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고객들이 단조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서비스 의식, 마케팅 방법 등에도 문제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 자신의 점포에 맞는 서비스와 마케팅을 시도해야만 타깃 고객층에게 정확히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합적인 원인 파악이 전제가 되어야만 성공적인 점포회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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