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창업’ 이야기

사행성 성인오락 및 경품용 상품권 파문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연일 각종 매스컴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치·사회적 문제로 인해 정신이 없을 정도다. 이에 필자는 창업자의 입장에서 사행성 오락실의 문제점을 바라보고자 한다.
때는 올해 초. 필자는 A기업의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창업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에 앞서 혹시 관심 있는 아이템이나 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느냐고 수강생들에게 물었다. 몇 몇의 수강생들은 성인 오락실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돈만 있다면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변에서 ‘성인오락실’을 통해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 여기에는 성인오락실이 워낙 빠른 속도로 늘어나다 보니 “뭔가 되니까 너도나도 업소를 차리겠지”하는 막연한 추측도 한몫 했다.


신규 창업아이템 사이클 짧아
물론, 창업에 관심이 있거나 창업을 준비중인 사람들의 이와 같은 생각과 현상은 비단 사행성 성인오락실이라는 업종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속칭 ‘뜬다더라’, ‘된다더라’하는 업종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드는 창업자들은 많다. ‘돈만 된다’면 뛰어들기를 희망하는 창업자들이 무수히 많은 게 현실이다. 결과가 현재 ‘바다이야기’와 같은 불행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 있다는 판단은 아예 창업 전 고려 대상도 아닌 것이다.
IMF 이후 국내 창업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무수히 많은 창업아이템이 등장했고 성장과 성숙단계를 거쳐 안정적인 시장지위를 확보한 아이템이 있는가 하면, 나왔나 싶더니 바로 사라진 아이템도 수두룩하다.
이런 과정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문제는 신규 창업아이템의 등장과 소멸의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이는 충분한 사업성을 가지고 창업시장에 선보이는 업종이 아니라 ‘치고 빠지기식’의 일부 아이템 장사꾼들의 얄팍한 상술에 기인한 점도 많다.
사이클이 짧은 업종일수록 피해를 당하는 창업자는 많아 질 수밖에 없다. ‘괜찮은 업종인가’ 싶어 나름대로 조사를 하며 시간을 두고 고민한 끝에 창업을 결심하고 투자를 한 시점이면 이미 업종은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속칭 ‘끝물’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 사태에서도 업주의 자살 등 극단적인 행동이 나오게 되는 원인이 바로 이러한 예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창업을 준비중인 예비창업자들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바다이야기와 같이 돈을 벌어보기도 전에 동반몰락의 길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위험 요소 여부 짚어봐야
그렇다면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예비창업자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항이다. 업종 선정을 위해 창업자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언급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고려할 대상은 시장성과 대중성 여부다. 향후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이 있는 업종인가에 대한 고민이 끝났다면 사업발전 단계상, 도입기인지 성장기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 취급하는 상품이 대중적인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시장의 경제현황과 전망이 양호한 상태인가도 점검해볼 대상이다.
두 번째는 적성과 능력의 적합 여부다. 스스로에게 과연 관심 업종에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가를 거듭 물어봐야 한다. 이는 창업자의 선천적인 적성이나 성격과 직결되는 문제다. 창업자의 건상 상태가 관심 업종을 소화할 수 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또 업종을 선택하기 전 체력적인 문제는 없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해당 업종에 경험이 있는가, 사업을 수행할 능력 및 지식을 갖추었는가도 검토해야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업종의 창업 자금이 충분한가를 짚어보는 일이다.
세 번째는 수익성이 양호한가의 여부다. 투자비용에 대한 수익 전망이다. 손익분기점과 투자금 회수 기간도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여기서 일반금리보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면 재고해야 한다. 또 2~3년 내에 흑자실현이 가능해야 한다. 인테리어, 공사비 등 고정비가 권리금화에 유리한가도 짚어볼 대목이다.
네 번째는 상품성의 우수 여부다. 고객입장에서 가격에 비해 유용한 상품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고객에게 인기도 및 선호도가 높은 상품인가도 중요한 요소다. 상품 조달 및 공급의 용이성도 살펴볼 일이다. 또 상품 관련, 기술을 터득해 개선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위험 요소를 짚어보는 일이다. 이는 사행성 성인오락실 파문과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먼저 해당 업종에 불법적인 요소는 없는지, 인허가 문제에 걸림돌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경쟁업체 및 거래업체와 분쟁 소지는 없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종업원의 채용과 상품 조달 및 반품 등의 내적요소에 문제의 소지는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또 추후 예비 자금 조달의 여부도 위험 요소 중의 하나다.


도입기 업종 창업 기피 대상
창업시 피해야 할 업종도 많다.
우선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도입기 단계에 있는 업종은 피해야 한다. 도입기 업종이라고 해서 모두 유행업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모든 도입기 업종이 유망업종이 될 수는 더 더욱 없는 법이다.
검증의 기준과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현재 트렌드에 부합하는가, 취급하는 상품이 대중적인 상품인가, 자주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인가 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창업 전문가들의 아이템에 대한 공통된 견해 즉, 해당업종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아보면 가장 객관적인 검증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식업종일 경우 간식용 아이템은 유망업종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음식점의 수요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음식이나 외식업이 시작만하면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어떤 아이템을 갖고 영업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지 않는 아이템을 창업을 위한 단독업종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복합 마케팅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아이템을 접목하는 형태의 창업이어야 한다.
또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신상품 개발이 불가능한 업종은 피해야 한다. 새로운 시설이나 환경을 제공할 수 없는 업종은 유행 업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계절 업종이나 방학, 비수기 등을 타는 업종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계절에 치우친 아이템은 유행 업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에 대한 유동성의 문제에 있어서 그 유동성이 반복적이어야 한다.


“창업시장 90% 쓴 잔 마셔”
창업 후 경상비용(월 고정지출비)이 많은 업종과 영업 시간(혹은 테이블 회전율)이 짧은 업종도 기피 대상이다.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업종도 피해야 한다. 국민정서나 문화적인 환경에 맞지 않는 업종도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국내 법규에 저촉되는 경우는 유행 업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러한 유의사항들은 어찌 보면 가장 일반적인 얘기다. 운이 좋아 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은 기본적인 것에서 출발한다. 기본에 충실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 창업시장의 속설이다. 흔히들 하는 얘기지만 돈이란 것은 좇는 것이 아니라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창업자들의 대다수는 돈을 좇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기에 창업시장에서 90%가 넘는 사람들이 실패의 쓴 잔을 마시는 게 아닌가 싶다.
사행성 성인오락실과 바다이야기 사태를 통해 바다에 빠진 사람들이 여럿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다. 정치인을 비롯해 관련업체와 기관, 업주, 게임중독자 등등 모두 돈을 좇은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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