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과 장사의 상관관계

최고의 장사는 ‘진정성(眞情性)’에 있다. 진정성은 ‘거짓 없는 참된 마음’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장사하면 최소투자로 최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공은 작심삼일(作心三日) 장사한다고 금세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장사도 인간관계의 연장선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존 맥스웰은 최근의 저서 <함께 승리하는 신뢰의 법칙(155페이지 참조)>에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정의한다면 리더십이나 실제적 가치, 파트너십, 기타 어떤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신뢰다. 신뢰를 얻지 못한 사람은 언제나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명쾌하게 지적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창업자가 경영에서 오랫동안 성공을 누리는 것을 본적 없다.



‘정량’으로 ‘진정성’ 확보
여기서 전설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아서 록(Arthur Rock)의 조언을 애써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서 록은 “투자자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지 기술이나 제품을 보는 것이 아니다. 사업의 성공 또한 기술력보다는 창업자의 경영능력과 마인드에 좌우된다”고 말했는데 아마 ‘창업자의 경영능력과 마인드’를 단적으로 드러내면 ‘신뢰’일 것이다.
장사에 있어서 ‘신뢰’는 창업자나 종업원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 아니 직결된다. 진정성 혹은 신뢰를 의미하는 ‘거짓 없는 참된 마음’은 고객과의 관계를 ‘친구’로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어떤 이의 동네 이야기다. 저가횟집이 500m 거리에 1년도 안돼 무려 8곳이나 생겼다. 필자는 물었다. 어느 집이 단골인가. 그랬더니 우문현답(愚問賢答)했다.
“내가 한집만 단골로 줄기차게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언제나 정량(定量)을 주기 때문이다.”
결코 가격이나 맛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게 장사의 진정성이다. 이런 진정성을 보았기에 기꺼이 단골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우정과 같다. 우정에 대해서 작가 프랭크 다이거는 “기꺼이 들어주는 귀, 이해해 주는 마음, 도와주는 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는데, 곱씹을수록 의미가 심장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매출부진을 진단하는 컨설팅을 직접 현장에서 수행하다 보면 ‘오만과 편견’에 빠진 창업자를 만나기가 부지기수다. 반대로 장사가 잘되는 가게의 공통점은 종업원까지 ‘귀’를 활짝 열고 있는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우정이란 무엇인지, 또 진정한 무림의 고수가 누구인지를 교과서인양 잘 그려낸 영화를 꼽자면 나는 단연코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만한 게 없다고 한다.


‘불패’가 최고는 아니다?
비슷한 중국 무협영화 <동방불패>가 명예나 성공, 사랑의 싸움에서 ‘불패’가 인생에서 가장 덧없다는 허무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 <와호장룡>은 싸움에서 언제나 불패하는 것이 최고가 아닌 것을 영화 속 주인공 당대 최고의 검객 리무바이(주윤발)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를 경영에 비유하자면 고객과의 관계에서 ‘지는 것’이 차후엔 ‘이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진리와 맞닿는다. 이 진리는 장사에도 그대로 통한다. 따라서 영화에서 옥대인의 딸 ‘용’이나 사악한 스승 ‘파란여우’는 영원한 패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주인공(승자)으로 관객들에게 기억되는 인물은 리무바이와 그의 여자친구 검객이 차지함과 동시에 영원한 승자로 관객에게 각인되는 이유다.
무협의 세계나 경영의 최전선의 고수(高手)는 똑같은 모습이다. 관객이 원하고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기꺼이’ 들어주는 귀를 갖고 있다. 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최고의 검술이며 상술인 것을 가슴에 품고 있다.
마지막 한 가지를 덧붙이면 ‘도와주는 손’으로 시종일관 싸우고 싸운다. 여기서 도와주는 손은 소설 <대망>의 저자인 야마오카 소하치가 말한바 있는 ‘무(武)’와 같은 맥락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한자 무(武)를 파자하면 ‘창(戈)의 멈춤(止)’이 된다. 싸움을 거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무(武)가 아니다. 싸움을 끝내는 것이 무(武)의 궁극이다.
도와주는 손이 없다면 아마도 이룩할 수 없는 최고의 경지일 것이다. 야마오카 소하치는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의 손’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자신의 소설 <대망>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만든다. 그러면서 “명예를 얻는 자는 돈이 부족하게 하고, 권력을 주지 않는 가신에겐 돈을 넉넉하게 주는 것”이 정치의 근본 원리라고 말하는데, 이는 기업이나 장사의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초심의 진정성 바로 세워야
장사로 성공하는 고수가 되고 싶은가. 강호동양학자 조용헌의 고수에 대한 정의는 어렵지 않아서 좋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고수는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산 사람들”이라고 하니, 고객과의 관계에서 ‘우정’을 기꺼이 나누고자 한다면 어렵지만은 않으리라.
영화 속에서 ‘청명검’은 장사로 보자면 ‘상술’이다. 상술은 경영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마케팅이다. 영화에서 나오듯 주인공 리무바이가 용과 싸움에서 청명검을 빼앗아 흐르는 계곡 물속으로 던진 이유는 무엇인가. 진정한 의미에서 무의 최고봉은 ‘버림의 미학’에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찌보면 청명검은 ‘마진’일지 모른다. 마진에 집착하고 이익에 집착해서 고객을 감동시키고 단골로 남게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초심이다. 초심의 진정성을 바로 세워야 어떤 장사든지 고수로 성공하는 것은 아닐까. 단골은 다름 아닌 ‘도와주는 손’을 지닌 고객일 것이다. 불과 2년 만에 여의도에 유명 식당으로 자리 잡은 ‘창고’나 일산 국립 암센터 앞의 일식집 ‘아소산’이 크게 성공한 이유는 알고 보면 별게 아니다. 진정성이다.
이 진정성은 영화의 압권이자 명장면 ‘대나무 숲의 결투’로 비유할 수 있다. 패자인 용은 거의 신경질적으로 대나무 숲(도와주는 손)을 칼로 툭툭 끊는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검객 리무바이는 대나무 숲과 하나가 된다. 누가 대나무이고 누가 리무바이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나가 된다. 최고의 장사집도 그렇다. 누가 주인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종업원과 사장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Tip 최악·최고의 마케팅

거친말투, 딱딱한 자세 VS 만족을 뛰어넘는 감동

“성공의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네. 성공은 과거나 현재의 위치에 달려 있는 게 아닐세. 성공은 성공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네.”
-<마시멜로이야기>중에서

불과 몇 주 전이다. 경북 울진의 한 분식점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몇 번씩이나 투덜대며 반찬을 더 달라고 해도 여사장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서 기꺼이 귀로 들어주었다. 눈빛도 반찬을 갖다가 주는 손길도 참 따스했다. 이게 바로 진정성이며 신뢰다. 또 십 수년 장수한 성공의 ‘비결’일 것이다.
가장 나쁜 마케팅은 ‘변명과 핑계’로 일관하는 경영주와 종업원의 말투다. 함부로 말하고 또 고객을 가르치려는 말투, 그런 장사는 정말 나쁘다. 결국, 장사를 망치게 만들 것이다.
가장 좋은 마케팅은 ‘만족’을 뛰어넘는 ‘감동’에 있다. 고객만족은 비용부담만 높아진다. 반면, 고객감동을 추구하면 비용부담은 낮아진다. 고객은 누구나 ‘사소함’에 감동되게 마련이다. 사소함은 우정에서 나온다. 구체적으로 사소함이란 ‘작은 배려’다. 가격을 낮추면 고객을 일시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을 낮추는 경쟁자가 나타나면 고객은 떠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창업자는 제살깎기 손해만 본다. 신뢰를 제공하면 고객은 가격에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우정에 배신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정은 제대로 된 친구의 태도가 아니면 얻기 어렵다. 그러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우정을 쌓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계산대에서 출입문만 보는가. 그럴 시간이 있다면 몇 장의 수건을 밥통에 올려 데울 일이다. 비에 젖은 고객은 수건에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우정)에 감동할 수밖에.
어느 막국수집은 고객과의 우정을 지키고, 입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오이를 하나하나 직접 정성껏 칼로 썬다. 장사가 안 되는 맥주집은 고객만족을 위해서 싼 김만 골라서 구입한다. 반면에 장사가 잘 되는 맥주집은 마감이 끝난 후에도 고객감동을 펼치기 위해서 일일이 김을 직접 굽는다.
장사 잘하는 집일수록 계산대가 빽빽하다. 어느 술집은 ‘캔커피’로 고객과 우정을 나눈다. 함부로 화장실을 깨끗하게 만든다고 낙서를 지우지 말라. 대신에 ‘쓴소리, 단소리’로 고객감동을 위한 낙서장을 따로 준비하는 센스를 키우라.
진짜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마시멜로이야기>에서 조나단이 찰리에게 가르쳐준 한 수를 기억하고 바로 행동에 옮길 일이다. 그래야 성공한다. 부족한 건 ‘의지’다. 결코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진짜 모자란 건 ‘신뢰’다. 결국 청명검을 버리는 주인공 리무바이의 속내는 이런 게 아닐는지. 심검(心劍)의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은 아닐까. 그 심검은 장사로 얘기하자면 ‘고객신뢰’일 것이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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